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영화 '다이빙벨'을 청와대가 상영하지 못하게 하고 지원대상에서 배제하도록 했으나 정작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이념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 어려움을 겪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다이빙벨'의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을 막지 못한 이유로 담당 직원 세명이 징계를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송수근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현 문화부 장관 직무대행)은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 부장판사) 주재로 열린 김기춘 조윤선 등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직권남용)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이 증언했다.

당시 기획조정실장이었던 송 차관은 지난 2014년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 영화 '다이빙벨'이 상영되기 전 청와대로부터 이 영화가 정치적 이념편향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는 보고를 받았느냐는 검사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다이빙벨'이 이념편향적이라는 이유는 무엇이었느냐는 신문에 송 차관은 “그것은 알지 못한다”면서도 “해당 실국에서 그런 것(이념편향적)이라고 지적을 받아서 그것 때문에 아주 어렵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답했다.

‘문체부 담당과장이 자기가 볼 때 다이빙벨이 중립적이라고 보는데 청와대에서는 왜 상영못하게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소연 한 일이 있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송 차관은 “그렇다”고 말했다. 또한 ‘(담당과장이) 이념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것을 청와대에서 이념적 좌편향이라는 이유로 문예기금에서 배제하라고 해서 어려움 겪었다’고 했느냐는 신문에도 송 차관은 “예, 그렇게 얘기했다”고 밝혔다.


▲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구속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구속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1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2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다이빙벨'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자 담당과장이었던 김재원과 사무관 김혜선 등 3명이 모두 징계를 받은 사실도 송 차관은 시인했다. 송 차관은 그들이 서면경고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선정과 관련해 문체부 직원을 징계할 근거가 있는지에 대해 송 차관은 “(그런 근거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기조실장이었던 송 차관이 당시 김종덕 장관에게 ‘구두경고로 하는 것이 어떠냐’고 했으나 김 장관이 징계해야 한다고 했느냐는 질의에 송 차관은 “징계 사유를 뭘로 할 지에 대해 운영지원과장이 고민했던 것으로 안다”며 “품위훼손과 같이 두루뭉술하게 징계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징계사유에 대해 송 차관은 “구체적으로 '다이빙벨' 때문에 징계한다고 하면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두루뭉술한) 근거를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왜 '다이빙벨' 때문에 징계를 하려고 했느냐고 묻자 송 차관은 “모르겠다”고 부인했다.

반박신문에 나선 변호인은 ‘다이빙벨이라는 영화가 이념편향적, 정치적 영화인지 문체부에서 검토한 일이 있느냐’고 따졌다. 송 차관은 “해당 실국에서 했는지 모르겠다”며 “왜 상영을 못하게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말을 담당과장으로부터 들은 적은 있다”고 전했다.

이 변호인은 ‘공식적으로 담당과장이 영화를 다 보고 전문가를 통해 이념편향적이 아니라는 결론을 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느냐는 것’이라고 질문했다. 송 차관은 “그렇게까지는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기춘 피고인의 변호인은 문화부에서 당시 사건 이후 영화제 지원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사후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대책을 마련한 것이 잘못은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한 '다이빙벨'에 대해 변호인은 “구조하려는 잠수부들이 벨 모양에서 쉬면서 투입하면 도움이 된다는 사업자의 주장이 있어 사고해역에 투입했으나 현장에서 도움이 안돼 철수한 게 아니냐”고도 했다. 그는 “더구나 투입됐다면 많은 구조를 할 수 있었으나 이를 막아서 피해를 본 것처럼 많은 이들이 오신할 수 있지 않았느냐”고도 반문했다. 송 차관은 “언론에서 봤다” “그런 여론이 있다는 건 안다”고 답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의 판결에서 JTBC가 다이빙벨의 20시간 연속작업이 가능하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가능한 것처럼 방송하고, 손석희 앵커의 진행에도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냈는데 들어봤느냐고도 물었다. 송 차관은 “그것은 듣지 못했다”고 답했다.

▲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 김기춘 블랙리스트 사건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는 송수근 문화부 제1차관. 사진=연합뉴스
▲ 19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 김기춘 블랙리스트 사건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는 송수근 문화부 제1차관. 사진=연합뉴스

▲ 영화 다이빙벨 포스터.
▲ 영화 다이빙벨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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