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은 ‘비선실세’ 최순실씨 소유 회사의 용역 계약 요구를 ‘회사 실체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일한 상황에서 삼성그룹과 정반대의 결정을 한 것으로, 삼성그룹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하는 간접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철 파견검사(박영수 특별검사팀)는 19일 오전 ‘삼성그룹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제4회 공판에서 2기 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 결과 “(SK 실무진은) 비덱스포츠(코어스포츠 후신)를 확인해봤더니 ‘이건 실체도 없고 문제점이 있어서 요청대로 응하면 안된다’는 취지로 거절했다고 답했다”면서 “그 부분 자료(진술조서)를 확보한 후 증거자료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코어스포츠는 최씨와 딸 정유라씨가 지분 100%를 소유한 독일 회사다.

이는 ‘비덱스포츠를 실체가 없는 회사로 인지했다면, SK그룹이 비덱스포츠와 협상한 사실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느냐’는 재판장 질문에 대한 검사 측 답변이다. K스포츠재단은 2016년 2월 경 SK그룹 측에 2020년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펜싱·배드민턴·테니스 유망주 독일 전지훈련 프로그램’ 지원을 제안했다. 비덱스포츠는 이를 진행할 회사로 소개됐고 이들은 SK측에 50억 원을 전지훈련비용으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 오세진 SK수펙스협의회 지원실 부장은 지난해 1기 검찰 특수본 조사에서 장순호 비덱스포츠 한국지사 이사와 계약 협상을 진행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문지석 파견검사는 “SK의 경우 비덱스포츠를 터무니 없는 회사라 생각해 거부했다”며 “SK그룹은 삼성과 달리 돈 지급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 박근혜씨 뇌물수수 등 의혹과 관련해 최태원 SK 회장이 3월1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박근혜씨 뇌물수수 등 의혹과 관련해 최태원 SK 회장이 3월1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문 검사는 이어 “오늘(19일) 오후에 증거설명할 KT의 경우도 삼성과 아주 비슷한 지원을 제안 받고 거절한다. 시간을 두면서 거절하다가 결국 거절했다”며 “SK나 KT 사례처럼 돈을 요구한 단체가 이상해서, 허구성이라 판단해 거절한 사례가 있다. 그 경위를 오후에 증거설명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 측 변호인단의 ‘삼성과 다른 기업의 상황이 다르지 않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삼성 측 변호인단은 지난 2~3회 공판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과 관련해 삼성그룹이 청와대 측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거액을 출연하게 된 경위를 강조했다. 삼성 또한 다른 출연 기업과 같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의 피해자로서 삼성만 ‘뇌물공여자’로 지목될 수 없다는 논리다.

‘이재용 등 5인의 삼성 뇌물공여 국정농단 사건’ 4회 공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의 심리로 19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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