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지지율 20% 발언’에 대한 사실 확인에 나선 가운데 수천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감수하고라도 선거운동 효과를 노린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 후보는 18일 부산 서면시장에서 유세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요즘 어떤 여론조사에서 7% 밖에 안 된다고 하는데 왜 따라다니느냐”면서 “저희는 이미 20%까지 올라와 있다”고 주장했다.

홍 후보는 “우리 조사에선 이미 20%를 넘어가 있다”며 “그러니 힘이 나서 돌아다니는 거지 7%가 무슨 힘이 나겠느냐”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등록 공표된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의 지지율은 한자릿수이거나 10%를 조금 넘는 것으로 나왔다. 20% 넘는 지지율이 나온 여론조사는 없었다. 홍 후보가 밝혔듯이 20% 지지율 발언의 근거는 자체 여론조사 결과로 보인다. 20% 지지율 발언은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공표 등록하지 않은 내용이기 때문에 법 위반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여론조사 결과 공표시 조사기관이 여론조사 기준 사항 등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사전 등록해야 하고 등록하지 않은 선거 결과를 공표하면 법률 위반이 된다.

홍 후보가 말한 자체 여론조사는 여의도연구원의 내부 조사일 가능성이 있다. 17일 홍 후보는 “4·12 재보선 결과를 맟춘 곳은 여의도연구원 뿐”이라며 기존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 결과에 대해 불신을 나타낸 바 있다.

중앙선관위는 홍 후보의 발언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19일 통화에서 “일단 실제 그런 발언이 있었는지 존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녹취록 같은 증거가 있어야 하고 그걸 가지고 법률위반이 되는지 봐야 한다”며 “지역선관위에서 사실 확인자료를 넘겨주면 보고를 받고 위법성 여부에 대해 홍준표 후보 캠프에 어떤 근거로 공표를 하게 되는지를 문의하는 절차를 거쳐 처분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는 자신의 이 같은 발언이 법률 위반이 될 수 있을지 몰랐을까. 앞서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 2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3월31일자 미공개한 가장 공신력있는 여론조사기관의 자료에 의하면 양자 대결시 안 후보 45.9% 문 후보 43.0%로 2.9%p 오차범위 안에서 처음으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역전했다. 흐름이 좋다”라고 써 20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선관위는 박 대표의 트위터글이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등록하지 않은 조사 결과를 공표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홍 후보 발언도 박 대표가 과태료 처분을 받은 사안과 비슷하다. 다르다면 홍 후보는 직접 발언을 한 것이고 박 대표는 글을 통했다는 점이다.

홍 후보도 박 대표의 사례와 마찬가지로 충분히 자신의 발언이 문제가 돼 수천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음을 알았을 수 있다.

그럼에도 홍 후보가 관련 발언을 내놓은 것은 주목도를 높이면서 보수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자체 조사에서 20% 지지율이 나왔다는 건 중요치 않다. 지지자를 향해 자신의 지지율이 만만치 않고 다른 후보와 견줄 수 있다는 신호만 주더라도 톡톡히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 운동 시작일인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공식 선거 운동 시작일인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홍 후보가 수천만원짜리 발언으로 보수 지지층의 눈길을 한번이라도 붙잡게 해 지지율 상승을 노린 것이라는 분석은 설득력이 있다.

특히 여의도연구원이 실제 여론조사업계에선 정확하기로 정평이 난 곳인데 이와 연결돼 20% 지지율 발언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홍 후보의 ‘파괴력’을 포장하는 장치가 되고 있다.

선관위 관계자는 “박지원 대표의 경우 글로 썼기 때문에 사실 확인 기간이 짧아 열흘 안에 결론이 났지만, 홍 후보의 경우 이보다는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대선 이전에 결론이 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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