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은 여전히 생소하다. “MCM 가방 짝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의미가 모바일 콘텐츠 전반으로 확대되고, 시장이 성장하고 있지만 수익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한 행사에서 “MCN 금이냐 꽝이냐”는 주제로 대담을 연 이유다. 그럼에도 척박한 시장을 개척하는 사업자와 크리에이터들이 있다. 미디어오늘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MCN의 콘텐츠·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고민과 노하우를 듣는다. (관련기사 모음)

‘나는 꼼수다’에서 ‘김용민 브리핑’까지. 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은 한국 팟캐스트 시장과 동의어로 쓰인다. 그러나 여전히 ‘정치과잉’이라는 지적이 있고, ‘아재’들의 플랫폼이라는 한계도 있다. 김동희 대표는 “20대를 위한 콘텐츠를 늘리고 장르를 확대하는 게 과제”라고 밝혔다.

많은 사업자가 ‘영상’에 주목할 때 팟빵은 ‘음성’이라는 틈새를 노렸다. 김동희 대표는 “결과론적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모바일 시대, 그리고 4차 산업혁명시대 음성 콘텐츠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4일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팟빵 사무실에서 김동희 대표를 만났다.

- 팟빵 서비스를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금은 팟빵이 독립돼 있지만 원래는 ‘태그스토리’라는 회사에서 만든 서비스다. 2011년 ‘나는꼼수다’가 나왔을 때 콘텐츠는 있는데 서비스 공백이 컸다. ‘나는 꼼수다’는 애플 아이튠즈로 서비스가 됐는데 당시에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높지 않았고 애플 서비스를 쓸 수 없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 틈새를 공략하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 팟빵의 성공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국적인 로컬서비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모든 팟캐스트 콘텐츠를 다 볼 수 있다는 점도 유효했다. 단순히 애플이 하는 것처럼 팟캐스트를 그냥 모아서 보여주는 게 아니라 순위시스템을 도입하고, 청취자들이 소통을 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던 점도 유효했다고 본다.”

▲ 김동희 팟빵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 김동희 팟빵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 팟캐스트가 민주당 지지성향 청취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유가 뭘까. 지금도 성공한 플랫폼이지만 타깃 확장이 과제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꼼수다’의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김어준, 김용민, 정봉주, 주진우의 성향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그때 많이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다만, ‘노유진의 정치카페’가 인기를 끈 이후 정의당 구독자들도 적지 않게 유입됐다. 어느 당이 됐건, 보수라고 하더라도 콘텐츠가 흥하기만 하면 독자들이 올 것이라고 본다. 장르별로 보면 정치장르가 상당수인데, 다변화가 필요한 건 사실이다. 이와 동시에 현재 주 이용자가 35~45세인데 20대로 낮추는 게 과제다. 20대를 겨냥한 콘텐츠를 강화해야 한다.”

- 장르는 어떤 식으로 확장할 수 있을까.

“여전히 정치분야의 비중이 높지만 카테고리가 확장되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 지식교양 콘텐츠나 출판사와 연계한 콘텐츠가 많다. 특히, 교육어학시장의 성공사례가 인상적이다. ‘일빵빵영어회화’는 대표적인 성공모델이다. 어학교재에 CD로 팔던 걸 팟캐스트로 무료로 배포하고 역으로 책을 구입하게 만드는 시스템으로 크게 성공했다.”

- 연예인이 출연하는 팟캐스트도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 방송에서는 PD와 작가의 요구에 따라 자유로운 언행에 제약이 있었던 반면 팟캐스트는 자유롭게 기획하고 진행할 수 있는 점이 동기부여를 한 것 같다.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이 가장 성공했는데, 본인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댓글에 일일이 답글을 다는 등 소통도 적극적이었다. ‘정선희 문천식의 행복하십쑈’는 MBC라디오에 편성되기도 했다.”

▲ 팟빵 서비스 화면. 디자인=이우림 기자.
▲ 팟빵 서비스 화면. 디자인=이우림 기자.


- 최근 기존 방송에서 역으로 팟캐스트의 형식을 차용하던데, 어떻게 보나.

“‘나는 꼼수다’가 ‘정치예능’이라는 장르를 만들었다. 방송처럼 보이지만 방송법 규제를 안받다보니 정치적 견해를 술자리처럼 편하게 이야기한다. 정제되지 않은 데서 진정성과 재미가 나온다. 그러니 청취자는 만족스러운 거다. 앞으로 지상파 라디오도 이런 형태의 포맷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물론, 라디오는 기존의 형식과 룰이 절대적이긴 한데, 그걸 벗어나는 게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파격적이다. 지상파라는 제도적 틀 안에서 어떻게 맛을 낼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대선 이후에는 이런 콘텐츠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고 본다.”

- 심의가 최대 변수이지 않을까. 뉴미디어에 대한 내용 규제가 들어서면 가장 타격이 클 것 같은데.

“어떻게 될지 장담은 못하겠지만, 팟캐스트든 아프리카TV든 이미 정보통신망법에 따른 법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는다. 팟캐스트가 정치를 다룬다고 해서 반대쪽 정치세력이 규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시대흐름상 맞지 않다고 본다. 스피커를 가진 매체가 정부 통제 하에서 룰을 따라야 한다는 건 윤전기 돌리고 전파를 국가가 승인해주던 때 만들어진 예전의 방식이다.”

- 최근 콘텐츠가 나오기 전에 강제로 뜨는 광고가 붙었다.

“올해 초부터 오디오 광고를 붙였다. 10초 후에 스킵버튼이 뜬다. 10초 넘게 보면 과금이 되고 광고주에게 배분되는 방식으로 유튜브의 광고시스템을 응용했다. 그동안 인기콘텐츠 중심으로 직접 광고를 수주하다 보니 순위 높은 콘텐츠에만 광고가 붙었는데 개별적인 광고주가 안 붙는 중하위권 콘텐츠에도 광고 배분을 할 수 있게 됐다. 불편하시겠지만, ‘내가 보는 방송을 위해 쓰인다’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다.”

- 이 외에도 수익 다각화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는지 궁금하다.

“팟캐스트 ‘제작대행’ 등의 사업도 병행한다.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홍보 팟캐스트를 팟빵이 직접 제작대행을 맡는 방식이다. 하반기에는 ‘콘텐츠 유료화’를 도입하려고 한다. 지식교양 콘텐츠는 과감하게 유료화할 수 있다고 본다. 시사정치 분야는 후원성격으로 방송 도중에 과금 포인트를 정하거나 마지막 10분 남겨놓고 후원을 촉구하며 과금하는 방식도 고려할 수 있다. 제작자에게 좋은 수익모델이 될 거다.”

- 유튜브처럼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콘텐츠나 광고를 할 수도 있지 않나.

“팟빵 광고의 특징은 자영업자 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8월 기준 56%에 달한다. 곰탕집, 중고차 딜러 등 특정 지역에 한정되는 광고가 많다. 이용자 위치정보를 통해 광고를 맞춤형으로 내보내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경기도에 있는 곰탕집 광고라면 인근 접속자들에게 틀면 광고 효과도 높아지고 이용자에게도 불필요한 광고가 아니라 필요한 정보가 된다.”

- 콘텐츠와 관련한 서비스 개편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아직 팟빵은 콘텐츠를 개인화하는 데까지 발전하지는 못하고 있다. 조만간 이용자들이 구독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머신러닝기법을 통해 콘텐츠 추천 시스템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청취자의 콘텐츠 소비성향 데이터와 청취 시간 데이터를 모으고 있다. 청취시간 데이터는 콘텐츠 제작자들에게도 개방할 계획이다. 구독자들이 내 콘텐츠 어느 부분에서 건너 뛰는지, 끄는지 알 수 있어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와 맞물려 순위 시스템도 조회 수가 아니라 청취시간 기준으로 개편할 것이다.”

▲ 김동희 팟빵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 김동희 팟빵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 ‘4차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팟빵은 이 변화의 흐름에 어떻게 맞춰갈 수 있을까.

“지난해부터 유행한 4차 산업혁명 기기가 AI음성비서인데,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처음에는 모니터를 보며 타자로 입력했고, 이후에는 터치로 입력했다. 이 두 가지는 보이는 대로 선택하면 되지만 지금 음성 기기는 선택지를 나열한 다음 선택하는 방식이다. 이를 팟캐스트에 응용하면 여러 팟캐스트 리스트를 말해준 다음 선택하게 할 수 있다. 과도기를 넘으면 ‘소통을 할 수 있는 기기’가 될 것이다. ‘약속시간까지 10분 남았는데. 이 팟캐 하이라이트를 보여줘’라고 질문을 던지면 콘텐츠를 자동편집해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 인공지능 기술에 접목하려면 콘텐츠를 지금처럼 음성 파일로만 올리지 않고 ‘메타데이터’로 가공하는 게 필수적이지 않나.

“음성 콘텐츠는 영상에 비해 메타데이터를 추출하는 게 매우 쉽다. 이미 구글 등에서는 영상에서 나온 음성을 자동으로 텍스트로 바꿔주는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물론, 완벽하지 않지만 기술이 보완되면 바로 메타데이터를 추출할 수 있다. 자동으로 모든 팟캐스트의 말을 텍스트로 바꾸면 출연자가 누군지, 소재가 무엇인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면 ‘A정치인이 게스트로 출연한 팟캐스트 틀어줘’라고 하거나 ‘B법안에 대한 내용을 다룬 팟캐스트 틀어줘’라고 할 수 있다.”

- 사업에 진출하던 시기, 다들 영상사업에 열을 올릴 때였는데 왜 하필 음성 플랫폼을 개발했는지 궁금하다.

“오디오 시장은 결코 작지 않다. 라디오에만 한정하지 말고 음원시장까지 포함해서 봐야 한다. 예나 지금이나 음성시장은 일정한 비율을 갖고 항상 존재하고 있었다. 반대되는 개념도 아니다. 영상이 크게 뜨면 그만큼 오디오 시장도 병행해서 같이 올라갈 수도 있다. 최근 포털이나 통신사가 오디오 시장에 진출하면서 ‘오디오 시대가 왔다’고 하니까 원래 있던 시장이 다시 조명 받는 것일 뿐이다. 덕분에 ‘우리의 선택이 맞았다’면서 내부 자신감은 올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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