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차범위 안팎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오면서 2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사실상 이번 20여일 남은 대선 기간에 안 후보의 지지율이 문 후보의 지지율에 얼마나 근접하느냐에 따라 판세가 결정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안 후보의 급부상이 있었지만 현재 조정 국면에 들어가면서 문 후보와 일정한 지지율 격차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유치원 발언 논란, 안철수 후보 부인 보좌관 사적 지시 논란 등이 반영되고 후보 등록(15일) 이후 유권자들이 선호도가 높은 후보로 '제집'을 찾아가면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빠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분석은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안 후보를 지지했던 세력에 더해 갈 곳 없는 보수 세력의 지지가 더해진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한국갤럽 4월 2주차 대선후보 지지도에 따르면 보수의 텃밭인 대구 경북지역에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48%에 육박했다. 반면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25%에 그쳤다.

세대별로 보면 30대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은 65%, 안 후보의 지지율은 22%였지만 50대에서 문 후보의 지지율은 29%, 안 후보의 지지율은 51%로 나왔다. 60대 이상에서는 문 후보 11%, 안 후보 53%였다. 자신의 이념을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표본수 271) 중에서도 안 후보의 지지율은 48%, 문 후보의 지지율은 17%였다. 이 같은 결과 다른 여론조사 추이와도 대체로 비슷하다. 

안철수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지난 2011년과 비교하면 현재 안 후보의 지지율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지난 2011년 9월 CBS는 2012년 대선 가상 대결 긴급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당시 안철수 후보는 20대와 30대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압도적으로 앞섰다. 20대에서 안 후보는 48.1%, 박 전 대표는 25.0%였고, 30대에서도 안 후보는 58.2%, 박 전 대표는 27.5%로 우위를 보였다. 이에 반해 50대에서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응답이 57.2%, 안 후보를 지지하는 응답은 27.8%로 나왔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정반대의 세대별 지지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국민의당 지지층 91%가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급부상하면서 정당 지지층도 개인 후보에 대한 충성도로 연결돼 나타난 결과로 볼 수 있지만 원래 안 후보를 지지했던 세력의 표심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지지정당 및 이념성향의 무응답층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표본수 190) 중에서 안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이 39%, 자신의 이념성향에 대해 모르거나 응답을 거절한 사람(표본수 120) 중에서 안 후보를 지지하는 응답이 39%에 달한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적극 투표층으로 바뀌어 대거 안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으로 변모했을 때 문 후보를 꺾을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도 "다른 후보들과 달리 안철수 지지도는 소속 정당 지지도를 크게 넘어선다. 다시 말해 현 시점 안철수 지지세는 상당부분 국민의당 지지층 외곽에 기반하는 것으로 다른 후보들에 비해 불확실성 또는 변동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안철수 후보 지지세력은 변했다고 할 수 있을까.

지난 2011~2012년 불었던 안철수 현상의 배경은 젊은 유권자의 정치 쇄신 바람으로 이해할 수 있다면 지난 2016년 총선에서 국민의당의 돌풍은 양당 체제를 깨뜨린 복합적인 안철수 지지 집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최종숙씨(충북대 사회학과)는 지난 2013년 <복합적 유권자층 등장? 안철수 지지집단 분석>이라는 논문을 통해 "안철수 지지층은 통상적으로 진보주의로 분류되는 성향의 일부와 통상적으로 보수주의로 분류되는 성향의 일부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복합적 유권자로 부르는 것이 합당하다"며 "이들은 진보적 성향인 경제민주화와 복지확대를 지지하면서 동시에 보수적 성향인 물질적 성공과 신중한 대북정책 지향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동질적 집단"이라고 분석했다. 

최씨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도 이 같은 분석이 유효하다면서 박근혜와 문재인, 안철수 3자 가상 대결에서 안철수 지지자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사람을 안철수 좌파(24.1%)로 규정했을 때 안철수 우파 비율(12%)보다 높았지만 쟁점별로 보면 안철수 지지집단이 보수와 진보가 뒤섞인 복합적 유권자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최씨는 18일 통화에서 "총선 때와 대선은 또 상황이 다르다. 지금은 확실한 보수 후보가 없다. 안철수 후보가 대체제 역할을 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기존의 주류 야권 세력, 즉 반문재인 세력으로 보는 것 같다. 안철수 우파 세력 쪽으로 확장의 가능성이 있다는 면에서 기존틀 분석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기존 안 후보를 지지한 진보층이 문재인 쪽으로 옮겨가고 보수층이 안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데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19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유세차량에 올라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19대 대통령 선거에 대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유세차량에 올라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최씨는 "안 후보가 보수 쪽으로 기운 건 아니지만 리더십의 특징으로 보면 진보의 열정보다는 차분하고 신뢰를 주는 어투와 태도로 보수층에 어필하는 측면이 있다"며 "양강 구도에선 안 후보 입장에서 확장성을 보수로 둘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호남 지지를 기반으로 한 정당에서 확장성을 얼마나 넓힐 수 있을지 애매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안 후보의 승산은 안 후보를 보수 후보의 대체제로 보는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얼마나 몰려올 것인가로 판가름 날 수 있다. 탄핵 당한 박근혜 세력에 표를 주긴 어렵다는 샤이 보수가 안 후보 지지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반면, 보수층이 ‘진짜’ 보수 후보로 결집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전망도 많다. 투표를 하러 가는 것은 자신이 적극 지지하는 후보가 있을 때 가능하다. 막상 투표장으로 향한 보수층은 안 후보와 보수 후보 중 누구에게 표를 줄 것인지 고심이 깊어질 수 있다. 문재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도 적극 투표층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선관위가 16일 대선 유권자 의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는 응답은 82.8%로 나왔다. 지난 대선에서 같은 질문에 대한 응답은 78.2%였다. 특히 세대별로 보면 19세~29세 이하는 84.2%, 30대는 80.9%, 40대는 81.7%, 60대는 84.7%로 나왔는데 20~40세대의 투표 의향 의사 비율이 상승했다.

대선 결과에 맞춰 여론조사 방식에 대한 신빙성 문제가 제기되겠지만 유선보다는 무선, 전화면접조사보다는 자동응답조사에서 대체로 문재인 후보가 안철수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밀어내고 앞선 것으로 나온 것도 주목되는 현상이다.

유선은 주로 노년층 의사가 과대 대표될 수 있고, 응답조사 역시 여권 편향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자동응답조사의 경우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자신의 정치 성향을 밝히는데 부담감이 적다. 하지만 면접조사의 경우 자신의 신원과 연결돼 정치성향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정치적 의사를 감출 수 있는데 주로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이 이 같은 우려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명 여론조사 기법에 따라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진보 후보에게 표를 찍을 ‘샤이 진보’의 존재다.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대부분 여론조사는 오세훈 후보가 한명숙 후보를 10~20%P 차이로 앞서 당선됐다고 봤지만 뚜껑을 연 결과 두 후보의 격차는 0.6%에 불과한 것으로 나와 여론조사 참사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한 여론조사 업체 관계자는 "후보 등록 이후 지지율이 중요하다. 보수 지지층이 제자리로 찾아갈 가능성이 남아있어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은 격차가 벌어지고, 오히려 문 후보가 50% 이상 과반 득표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만큼 안 후보 지지율은 고정 지지층이라 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갤럽조사 개요>
- 조사기간: 2017년 4월 11~13일
- 표본추출: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 응답방식: 전화조사원 인터뷰
- 조사대상: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10명
- 표본오차: ±3.1%포인트(95% 신뢰수준)
- 응답률: 23%(총 통화 4,345명 중 1,010명 응답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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