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이 16일 유튜브를 통해 JTBC에 대한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소속 고위관계자는 18일 “2016년 2월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독대했고 이날 대화의 절반은 손석희를 갈아치우라는 압력이었다”고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홍 전 회장은 16일 유튜브에 올린 2분 남짓 영상에서 “태블릿PC 보도(2016년 10월24일) 이후는 정권이 좀 약해졌기 때문에 직접적인 외압은 없었다. 다만 태블릿PC가 조작됐다는 말도 안 되는 비난이 있었다. 태극기광장에서 저나 제 아들(홍정도 중앙일보·JTBC사장), 손석희 사장 이름까지 거론되며 규탄 대상이 됐다”고 전한 뒤 “물론 그 전에, 구체적인 외압이 5~6번 됐다. 그 중 대통령으로부터 두 번 있었다”고 말했다.

홍 전 회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그 때 저는 언론을 경영하는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정치적 사건에 연루돼 고초를 치렀던 입장에서 위협을 느낀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외압을 받아 앵커를 교체한다는 건 자존심이 용서하지 않았다. 시대착오적인 일이었다.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에 외압을 견뎌냈다”고 말했다. 언론사 사주가 박근혜로부터 외압을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 ⓒJTBC
▲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 ⓒJTBC
홍 전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그간 JTBC에 대한 정권차원의 유·무형 압박이 있었을 것이란 언론계의 예측과 맞아떨어졌다. 지난해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직전에는 JTBC보도를 막기 위한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으며, 보도의 파장을 막기 위해 보도 당일 오전 대통령 박근혜가 국회 연설에서 개헌카드를 꺼내들었던 것이라는 주장이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최민희 전 민주당 의원을 통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소속 고위관계자는 18일 “2016년 2월 경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독대했고 이날 대화의 절반은 손석희를 갈아치우라는 압력이었다”고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이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홍석현 회장에게 통하지 않을 얘기라며 난색을 표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이재용에게 (삼성) 광고를 하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후 JTBC에선 삼성 광고가 급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JTBC에 들어온 삼성광고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 같은 증언은 대통령이 보도논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특정 언론사의 보도담당자를 교체하기 위해 언론사 사주와 특수 관계인인 기업 총수를 불러 재정적 타격을 주문한 정황을 나타내는 것으로, 언론의 자유가 명시된 헌법에 정면 배치되는 행동이다. 이 무렵 국회에선 43년만에 필리버스터가 등장해 은수미 의원이 테러방지법 반대를 위한 10시간18분 토론을 벌였고 ‘뉴스룸’은 이를 중계하며 정부여당을 비판했다.

이 같은 독대 내용은 이재용 부회장 측 변호인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순실-정유라 지원과 관련해 뇌물이 아닌 강요였음을 증명하기 위해 이 같은 독대내용이 재판에서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이 같은 독대와 관련, “전혀 몰랐던 내용이고 확인해 줄 수 있는 입장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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