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한국의 낮은 노동생산성을 언급하며 “그렇게 (일)하는데 임금은 높다”면서 ‘스트라이크’(파업)를 언급했다. 마치 노동조합의 파업 때문에 노동생산성이 낮은 것처럼 들리지만 따져보면 사실과 다르다.

홍 후보는 지난 13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체 특별강연회에서 “노동생산성이 외국이 1.6이면 우리는 1밖에 안 된다”며 “그렇게 하는데 임금은 높다. 자기 자식까지 (일자리를) 세습시키고 연봉을 중소기업 두 배 이상 받는 귀족노조들이 걸핏하면 광화문에서 스트라이크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한국생산성본부의 2015년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2013년 노동생산성 순위는 OECD 34개국 중 25위였다. 노동생산성의 증가추세 역시 둔화되고 있다. 추이를 살펴보면 2000~2007년에는 연평균 3.3% 증가했으나 2010~2013년에는 1.8% 향상됐다.

이유가 뭘까. 결론부터 정리하자면 노동조합의 파업 때문은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노동조합의 파업은 주로 제조업에서 일어난다. 보수언론이 ‘귀족노조’라 칭하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 20차례 이상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사진=포커스뉴스
▲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사진=포커스뉴스
그런데도 제조업의 시간당 노동생산성 순위는 11위로 영국(12위)이나 이탈리아(16위)보다 높다. 김태기 단국대학교 교수는 2016년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에 발표한 ‘노동생산성 변화의 원인과 결과’에서 한국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이 2001년 일본을 추월하고 2007년 미국의 86%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이다. 한국생산성본부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한국의 서비스업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1위를 기록했다. 비율로 따지면 제조업의 46.1%에 불과했다. 김태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1980년대 이후 미국의 30% 내외에서 큰 변동이 없다.

그런데 한국의 취업 인구 대부분이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 경제리뷰 2014년 11월호에 따르면 2010년에서 2013년까지 취업자수는 연평균 39만 명 증가했는데 이는 대부분 서비스업에서 이뤄졌다. 노동생산성이 낮은 서비스업에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몰려있는 셈이다.

김태기 교수는 서비스업 종사자 대부분이 중소기업에 속해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6년 기준으로 한국 취업자의 70%가 서비스산업에 종사하고 있고 이 중 90%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 부문의 저생산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한국노동생산성 보고서에 따르면 서비스업 중에서도 유통, 운수, 음식, 숙박업종 등이 특히 노동생산성이 낮은데 이 분야의 특징은 자영업자 비율이 높고 1인당 노동시간이 길다는 점이다. 문제는 한국 자영업자의 42%가 해당 분야에 종사한다는 점이다. OECD 평균인 15.8%의 2.6배에 이르는 수치다.

서비스업 증가에 따른 노동생산성 하락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이 유달리 생산성이 낮은 건 돌파구가 없어서다. 미국은 1970년대 이후 서비스산업의 저생산성으로 성장이 정체됐지만 ICT 조직 및 인적자본혁신에 대한 투자가 1980년대 중반 이후 꾸준히 증가해 1990년대 생산성이 급증했다.

따라서 한국의 노동생산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승전 노조때리기’가 아니라 취업자 60%가 속해 있는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을 늘리거나, 김태기 교수의 지적처럼 대기업-중소기업 격차를 줄이는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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