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복합 빌딩 위에서 세상을 바라봅니다. 거리에 사람들이 지나갑니다. 일층 매장에서 새로 출시된 화장품 판매를 위해 최신 가요에 맞춰 매장 안으로 들어오라는 목소리가 커집니다. 주인은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잡으려고 노력합니다. 사드 때문에 북적이던 중국 관광객이 많이 줄었습니다. 항시 사람이 많은 곳이긴 하지만 지난 4개월 매출 타격이 큽니다. 씀씀이가 큰 이들이 대량 구매가 사라졌기에 더욱 지나가는 이들의 발길을 잡아야 합니다. 하지만 창밖 사람들은 뭐가 바쁜지 총총총 걸어갑니다. 이 층에 있는 음식점도 매출 걱정은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토요일이 되면 큰 집회가 열려 음식점이 가득 차지만 일요일 저녁은 조용합니다. 조그만 유리창 너머로 사람들이 맛있게 음식을 먹습니다. 주방장은 식자재값이 올라 음식값을 올린다고 하는데 우리 사장님은 나의 임금은 왜 올려주지 않는지 생각해 봅니다. 조선족 출신의 꼬불꼬불 파마 머리 이모가 주문을 넣습니다. 3층 사무실은 주말이지만 출근한 이들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창가에 꽃이 핀 화분을 보면서 봄꽃 맞이 가족 나들이를 생각해 봅니다.

동일한 시기에 서 있지만 지나온 삶과 현재 처지와 조건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아래층 화장품 매장 주인의 사정과 이 층 식당 주방장의 고민과 삼 층 셀러리 맨, 건물 관리인과 경비원. 그리고 손님과 매장 아르바이트 노동자. 복합 빌딩을 중심으로 수많은 ‘세상’들이 하루하루 삶의 촛불을 켭니다.

▲ 세월호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부모 허흥환씨가 4월1일 오전 전남 목포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세월호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부모 허흥환씨가 4월1일 오전 전남 목포 목포신항에 거치된 세월호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세월호 참사 3주기 전날, 지상파는 무엇을 보도했나

미디어는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합니다. 일 층과 이 층 그리고 꼭대기에 사는 이들의 삶을 이어주고,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모두 각각 떨어져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다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리모델링한다거나 ‘뜻밖의 손님’ 방문, 뜻밖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한 건물에 있다’고 알게 됩니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지상파 방송 3사 저녁 메인 뉴스를 봅니다. 북한 열병식과 관련 대북 보도, 대선 후보 등록과 각 후보자들의 움직임을 주요하게 전했습니다. KBS는 16건 아이템(스포츠, 날씨 제외) 중 <북, 신형 전략 무기 총동원 공개>, <북, 신형 ICBM 추정 미사일 3종 공개…성능은?> 등 북한 관련 국제 뉴스를 8건을 보도했습니다. 여기에는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IS 근거지에 대형 폭탄을 투하한 영상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첫날 13명 접수… 역대 최대 대선 후보 등록>, <바빠진 발걸음…정책 행보 지역방문> 등 대선 관련 4건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남은 4건에서는 고영태 구속, 못 믿을 미세먼지 측정, 간추린 단신, 오소리에 주민 부상을 다뤘습니다.

MBC 역시 이날 <북, 대규모 열병식… “전면전도 불사”>라는 기사를 시작으로 열병식의 이모저모를 전하며, 미사일 행렬에서 나온 신형 무기 소개 등 북한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반응을 전했습니다. 또 16일 한국에 오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 선제 타격을 거론할지 주목되며, ‘칼빈슨 호에 이어 니미츠호 추가 투입’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를 전했습니다.

MBC는 19개 기사 중 북한 관련 5건, 대선 후보 관련 2건을 전한 뒤 각종 사건 사고로 채웠습니다. 이 중에 올빼미형 수면 문제, 특색 있는 지역 맥주, 고래 떼 장관인 장생포, 위험천만 바운스 하우스 등의 기사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세월호 3주기와 관련 광화문 촛불 집회와 박근혜 탄핵과 구속에 반대하는 집회를 <주말 집회 “탄핵 무효” VS “진상규명”>라는 제목으로 묶어 보도했습니다. SBS는 전체 16개 기사 중 <북, 신형 IBCM 추정 미사일 공개> <고체연료 쓰는 ‘북극성 3형’?> 등 북한 관련 6건, 대선 5건, 세월호 3주기 관련 2건을 내보냈습니다.

SBS는 KBS, MBC와 달리 미국이 이날 공개한 아프간 폭탄 투하 영상을 쓰지 않았습니다. 또 <미 “최고의 압박과 견제”>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지만 당장 군사행동 나서겠다는 뜻은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또 대선 후보와 관련 ‘문재인 후보 부인, ‘의자 구입’ 말바꾸기 논란’, ‘안철수 부인 ‘1+1 특별 채용 논란’ 해명 말 바꾸기’ 또 ‘안철수 회사에서 만든 전자개표기가 쓰인다’는 인터넷을 통해 퍼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전했습니다.

언론이 보여주는 세상에, ‘우리’는 없다

북한 열병식은 중요한 뉴스입니다. 북한이 어떤 미사일을 가지고 있고, 핵 실험 또는 미사일 발사를 할지 등은 한반도는 물론 국제적으로 중요한 뉴스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우리나라는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그다음에 수많은 대선 후보들의 동정이 나오지만 여기에 북한 관련 대선 후보들이 어떤 입장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냥 북한 문제에 우리는 뚝 떨어져 있고 미국과 중국만 있는 것 같습니다. 열병식과 관련 국내 정치인은 물론 국민들의 목소리는 없습니다. 다만 북한 문제 전문가와 어떤 무기인지 설명만 나올 뿐입니다.

언론은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합니다. 그 창에 우리가 빠진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물론 언제는 우리가 나왔나 할지 모르지만요. ‘지상파’에 노동자 서민의 삶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처럼 되어야 할 것입니다. 2017년 4월 15일 지상파 3사에서 나온 뉴스에 만족하시나요? 다가온 대선, 후보 결정에 도움이 되셨나요? 세월호 3주기를 앞둔 우리의 모습을 전했나요?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는 소식 중 하나를 전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지난 14일 해고된 노동자 6명이 광화문 한 빌딩의 광고탑 위에서 <정리해고 비정규직 노동악법 철폐, 노동법 전면 제 개정, 노동 3권 완전 쟁취>, <세월호 진상 규명>이란 현수막을 내걸고 고공농성에 들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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