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지검장)가 17일 '최순실 게이트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박근혜씨를 592억원대 뇌물을 수수하거나 요구한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이에 따라 박씨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임기 중 파면 당하고 재판을 받는 전직 대통령으로 남게 됐다.

2기 검찰특수본이 이날 적용한 혐의는 모두 15개다. 검찰은 이전 1기 특수본이 적용한 13개 혐의에 롯데그룹과 SK그룹에 출연금을 내도록 요구한 것이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추가 기소했다.

2기 검찰특수본은 지난해 2015년 11월 박씨가 두 그룹의 총수가 독대해 부정 청탁을 한 것으로 봤고, 대가로 최순실의 실질적인 소유 재단인 K스포츠재단에 롯데에 70억원, SK에 89억원을 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검찰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70억원을 줬다 반환한 것을 두고 금전이 지급됐다고 보고 기소를 한 반면, 최태원 회장은 일방적으로 돈을 달라는 요구만 받았다고 판단해 법률상 뇌물 요구를 받은 상대방은 처벌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소하지 않았다.

검찰특수본은 삼성에서 받은 204억원을 놓고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 내부 이견이 있었음을 밝혔다. 기존 검찰특수본 1기는 해당 부분을 박씨의 직권남용으로 봤다. 특검은 직권남용과 뇌물죄를 모두 적용했다. 검찰특수본은 "특검이 (두가지 혐의를)실체적 경합으로 판단했는데 저희들이 뺀다면 공소유지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어서 실체적 경합으로 의율해서 기소했다. 향후 공판 과정에서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할 문제"라고 밝혔다.

검찰특수본은 수사 발표에서 상당 시간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혐의 없음'을 설명하는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1기 검찰특수본과 특검에서 적용한 우 전 수석의 혐의 중 상당부분이 빠져 있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특수본은 우 전 수석이 변호사 근무 시절 처가의 회사인 정강의 계좌를 이용해 변호사 수임료를 받아 거액을 탈세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정강의 돈을 송금한 투자자문회사, 부동산 펀드 운용사, 변호사 시절 세금 신고 내역 등을 조사했다며 "탈세 정황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외교부 공무원 인사 조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외교부가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자체 진상 조사를 하고 검토해 여러 절차를 거쳐 장관 재량에 따라 인사 조치를 한 것으로 판단해 직권남용과 맞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특검이 기소한 내용 중 우 전 수석과 친분이 있는 한 언론사 편집장의 요청을 받고 감찰이 이뤄졌다는 대목에 대해서도 "조사를 해보니 두 사람이 친분관계가 전혀 없었다. 전제 자체가 틀렸다. 감사 자체에 직권을 남용한 흔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우 전 수석이 민간인들의 세평 수집을 지시했다는 범죄 사실에 대해서도 "우 전 수석이 개인적으로 세평을 빙자해서 수집한 것은 없고 대통령의 지시로 수집됐다. 우 전 수석이 세평수집 대상자가 공직 후보자가 아닌 걸 알면서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세월호 구조활동과 관련해 해양경찰을 압수수색했던 수사팀에 전화 압력을 넣었다는 혐의와 관련해서도 검찰특수본은 우 전 수석의 진술 내용을 상당부분 수용했다.

이날 설명에 따르면 우 전 수석과 통화한 세월호 수사 검사는 우 전 수석이 압수수색을 꼭 해야 하는지를 물었고, 압수수색 필요성을 주장해 우 전 수석이 전화를 끊었다. 이에 대해 검찰특수본은 "추후에도 (우 전 수석의)지시는 없었다. 이걸 협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수사 검사가 압수수색을 중단하지 않고 진행했기 때문에 강요죄로 보기엔 여의치 않다"고 밝혔다.

다만, 우 전 수석이 국회 청문회 당시 세월호 수사팀장과 대화를 나눈 사실 없다고 진술한 내용에 대해서 위증죄를 적용해 기소했다고 밝혔다.

▲ 직권남용·직무유기·국회 위증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4월1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대기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직권남용·직무유기·국회 위증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4월11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대기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검찰특수본은 “검찰이 이번에 명예를 걸고 철저 수사를 해서 엄벌하겠다는 각오로 임했다”며 "수사팀 검사가 지금 30명이 넘는다. 봐주고 하면 세상에 비밀이 있나? 없다. 저희들은 최선을 다해서 수사했고 이 점은 자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검찰특수본은 지난해 7월~10월 사이 우 전 수석이 김수남 검찰총장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등과 통화한 의혹에 대해서도 "필요한 조사를 다 했다. (고위간부 통화 내용은) 다른 사건에 대한 의혹에서 나온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결국 우 전 수석은 기존 영장 범죄사실 5개가 빠지고 8개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됐다. 

법조계에선 박근혜·최순실 혐의 적용에 대해서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평가를 하고 있지만 우 전 수석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제식구 감싸기와 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화 변호사는 17일 통화에서 "세월호 수사 압력 부분에 대해 미수범에 그치고 이후 압수수색이 진행됐다고 봐서 죄가 없다고 하는데 외압을 행사해서 수사할 권리가 방해받을 가능성만 있어도 처벌 대상"이라며 "현실적으로 수사 검사들이 위법한 명령에 따랐다고 하면 직권남용 뿐만 아니라 수사 검사의 직무유기죄도 성립되는 것이다. ABC도 맞지 않는 수사 결과로 본다. 수사팀이 압수수색 해야 된다고 망설이는 것 자체로 이미 기소가 될 수 있다. 한달 동안 죄가 되는 걸 전제로 해서 수사를 했는데 청구할 때 빼고, 기소할 때 뺐다는 건 법리적으로 우병우 봐주기 수사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또한 검찰 고위 수뇌부와 우 전 수석이 통화한 내용에 대해서도 "전화할 무렵이 (1기 검찰특수본) 윤갑근 수사팀장 인사를 하기 전이었는데 누가 보더라도 수사팀을 누가 꾸리고 수사를 할 것인지 모의를 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서 "애초부터 검찰 수뇌부가 정윤회 문건 파동 때부터 무법자 지위를 누려온 우병우를 수사할 수 없었다. 이 상태로 가면 너무 허술하게 기소가 돼 본 재판에 가서 완전히 면죄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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