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과천청사로 이전한 방위사업청이 보안 강화를 위해 모든 출입자의 휴대폰을 수거하고 가방을 검사하는 방안을 마련하자 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방사청은 기자들만을 겨냥해 이 같은 조치를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결국 언론통제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7일 오후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방사청은 용산에서 정부 과천청사로 지난 2월 이전하면서 새로운 보안매뉴얼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매뉴얼 안에 휴대폰 반입금지와 문서확인을 위한 가방 등 소지품 검색이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김시철 방사청 대변인은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용산에 있을 때 보안사고가 많이 발생해 지난해 보안사고 방지를 위해 후속조치를 검토해 왔다”며 “방사청은 다른 부처와 달리 비밀 자료가 많아 시스템을 강화하지 않으면 보안 사고가 발생하므로 통제가 어렵다. 그래서 과천청사로 이전하면서 보다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방사청은 보안매뉴얼을 새롭게 설정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휴대폰을 갖고 들어갈 수 없도록 했고, 들어올 때와 나갈 때 모두 가방을 검색대에 통과시키도록 했다. 특히 가방에 종이(인쇄물)가 들어있을 경우 그 종이를 방사청에서 만난 사람한테 받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키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확인이 안되면 가방을 열고 확인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김 대변인은 “방사청장을 포함 예외없이 가지고 나가는 모든 것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종이자료가 있다면 방사청 근무자가 제공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이는 기자한테만 보안을 강화한 것이 아니라 모든 출입자에게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방부 기자들은 과도한 취재제한이라고 보고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국방부 기자단 간사인 안형영 TV조선 기자는 17일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기자단 내부에서 일부 기자들의 문제제기가 있어 지난 7일 회의에서 ‘방사청 특수성을 인정하더라도 이것은 과도한 제한인 것으로 보이니 방사청에 개선을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이에 따라 이날 ‘휴대폰의 경우 기자들이 휴대폰 없이 취재할 수는 없으므로 카메라 렌즈를 봉인하는 스티커를 부착하는 방안’, ‘노트북이나 가방을 대변인실에 놓고 가는 방안’, ‘입구에 사물함을 배치해 보관해두고 취재하는 방안’ 등의 방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방사청은 내부적으로 논의해서 얘기해보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기자들은 이를 언론통제의 문제로 보는 반면, 방사청은 예외없이 보안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같은 갈등은 지난 4일 국방부 일일브리핑에서 공개적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다음은 질의응답 요지이다.

-질문(양낙규 아시아경제 기자) : “(지난번에 저한테) 핸드폰 수거하신다고 했고요. 들어가서 취재활동이 끝나고 나올 때 가방 안에 방위사업청에서 유출된 문건이 있을 수 있으니 가방에 대해서 검사를 하겠다고 하셨어요.”

=답변(김시철 방사청 대변인) : “그건 보안규정 매뉴얼에 근거한 것입니다.”
-질문(양낙규) : “예. 그게 좀 지나친 규제라고 생각하지 않으신가요?”
=답변(김시철) : “양 기자님, 그 이전에 보도 나오신 많은 보안사고, 유출된 거 방위사업청이 그런 사례들 많았었습니다. … 그런 부분들에 대한 어떤 보안 강화를 하는 것이고 방사청의 특성상, 업무 특성상 비밀자료나 우리 군의 어떤 작전 관련한 자료나 업체와 관련된 그런 자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은 사업부서에서 책임하에 그 출입하는 인원에 대해서 들어온 자료 그대로 갖고 나가실 수 있습니다.”
-질문(양낙규) : “그러면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기자들이 취재하고 나오는데 가방 검사를 하는 게 지나친 규제가 아닌가요? 그러면 국방부는 보안에 대한 문서가 없어서 검사를 안 하나요?”

이를 두고 한 국방부 출입기자는 1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내가 취재하러 가겠다고 했더니 가방을 갖고 들어갈 때 엑스레이에다 통과시키고 나올 때는 달라진 것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열어보겠다고 했다. 휴대폰을 수거하겠다고 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며 “내부 규정이면 내부 사람만 적용하면 되지 왜 기자 가방을 뒤지냐”고 반문했다.

▲ 방위사업청 홍보영상 갈무리. 사진=방사청 홈페이지
▲ 방위사업청 홍보영상 갈무리. 사진=방사청 홈페이지
기자들 뿐만 아니라 모든 출입자에 다 그렇게 한다는 방사청 주장에 대해 이 기자는 “방사청에서 습득한 것인지 확인하려면 이전에 무슨 문서가 가방에 들어있는지 알아야 한다. 결국 들여다 보겠다는 것 아니냐. 기자들이 문건 갖고 다닐 수 있는데, 취재 자유 떠나 인권침해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취재지원을 해주겠다는 근거로 누구 만날 때 안내해주겠다는데, 결국 기자가 만나는 사람과 무슨 얘기하는지 다 듣겠다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이는 감시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이 와도 그렇게 적용할 것인지 묻고 싶다”며 “결국 적용될 사람은 기자들 뿐이다. 결론적으로는 언론 통제를 위한 규정이 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국방부 출입기자도 17일 “보안에 문제가 있다면, 내부 단속을 못한 것은 방사청 책임”이라며 “그런데 기자를 규제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제보자나 내부고발자가 주요 문서를 기자한테 전달한다면, 그것은 기자의 능력”이라며 “기자들의 취재자유를 인정해줘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시철 방사청 대변인은 17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지난 4일 국방부 브리핑 이후 기자들이 자꾸 불편하다고 하는데 기자 불편하게 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면서 “기자 가방이나 뒤지려고 하는 것 아니다. 기자 가방에 뭐 들어있는지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가방에 종이가 있다면 그 종이를 누구로부터 받은 것인지, 방사청에서 기자가 만난 해당 부서에서 준 것인지, 준 것이라면 정상적으로 제공한 것인지 확인해서 문제없으면 된다”며 “가방을 우리가 뒤지는 것이 아니라 검색대에 가방을 통과시키면 종이가 있는지 없는지가 보인다. 그 때 확인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들어갈 때 종이가 있으면 나올 때 종이가 다른 것인지까지 검색대에서 구분이 되는지, 결국 가방을 열어 뒤지지 않고 어떻게 확인한다는 것인지에 대해 김 대변인은 “해당 문서가 방문한 사람으로부터 받은 것이 아니라 하면 되고, 해당 담당자가 자신이 ‘준 적 없다’고 확인해주면 된다”며 “이미 방사청에 온 다른 일부 기자의 경우 가방과 종이를 들고 온 사람은 없었다. 휴대폰은 맡기고 들어갔다. 불편하다고 말한 기자는 없었다”고 답했다.

김 대변인은 “모든 출입자들이 다 하는데 기자들에게만 언론통제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인권침해하려는 것도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자단이 제안한 방안은 해당 보안팀에 의견을 전달해 검토중이라고 설명했다.

▲ 방위사업청 홍보영상 갈무리. 사진=방사청 홈페이지
▲ 방위사업청 홍보영상 갈무리. 사진=방사청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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