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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목포와 서울MBC 메인뉴스에 보도된 세월호 관련 리포트 개수다.

지난달 23일 “유가족과 국민 여망을 담아 생생하고 빠르게 중계 헬기를 통한 뉴스특보 방송을 했다”고 보도자료까지 내며 “이후로도 세월호 인양 과정을 계속해서 생생하게 방송할 것”이라던 서울MBC는 정작 세월호 3주기 당일인 16일 뉴스데스크 관련 리포트는 “세월호 3주기 전국 추모 물결” 하나뿐이었다.

하루 전인 15일엔 주말 도심 집회 소식을 전하며 탄핵 무효 집회 다음으로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 촛불집회 내용을 다뤘다. 이날 지상파 3사(KBS·MBC·SBS) 중 저녁 종합뉴스에서 검찰에 구속돼 기소를 앞둔 피의자 박근혜씨 지지 집회를 보도한 곳은 MBC밖에 없다.

반면 세월호 3주기를 맞아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 동안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를 주제로 특집 뉴스데스크 방송을 예고했던 목포MBC는 14일에 세월호 1091일의 기록과 침몰 원인 등 리포트 8개, 15일은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차기 정부의 핵심 과제와 특검 필요성 등을 강조한 리포트 6개, 16일엔 세월호 피해자를 위한 치유 등에 관한 리포트 7개를 내보냈다. 목포 MBC는 세월호는 추모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해결 과제임을 환기시켰다.

14일 목포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14일 목포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특히 14일 “진상 규명 가로막은 언론‥ 진실을 말하라” 리포트에선 지난 3년간 언론이 얼마나 세월호 문제에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며 국민의 불신을 받게 됐는지 꼬집었다.

목포MBC는 “낯이 뜨겁고 자격이 충분한지에 대한 의심은 있지만 반드시 짚고 가야 할 문제가 있다. 언론”이라며 “지난 3년은 언론이 진실을 찾는데 게을리하면 그 대가가 얼마나 참혹한지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목포MBC는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도 선체 무게가 바뀌는 이유에 대한 의심 대신 받아쓰기에 급급했던 언론에 대해 “잘못된 선체 무게 계산으로 불필요한 구멍이 뚫리고, 결국 핵심 증거가 훼손되는 과정을 방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목포MBC는 “유병언 추적, 세금 낭비, 이념 논란 등 정부가 세월호 진상규명을 향한 시선을 분산시킬 때마다 언론은 본질에서 발을 뺐다”면서 “딸(문지성)을 잃은 아버지 문종택씨가 2014년 8월부터 직접 카메라를 들고 세월호 이야기를 기록하는 이유는 전원 구조라는 대형 오보를 저지르고도 여전히 ‘왜’가 빠져있는 언론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목포MBC는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 동안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를 주제로 특집 뉴스데스크를 방송했다.
목포MBC는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사흘 동안 ‘우리는 기억하고 있습니다’를 주제로 특집 뉴스데스크를 방송했다.
목포MBC는 세월호 실종자를 구조하기 위해 헌신했음에도 외려 정부로부터 외면받거나 피해까지 본 민간 잠수사와 동거차도 어민들의 시름을 전하기도 했다.

동료 민간 잠수사 사망 책임을 이유로 기소됐다가 지난 1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공우영(62)씨는 목포MBC와 인터뷰에서 2년7개월간의 긴 재판 기간도 힘들었지만 ‘국가 기관이 사고의 책임을 왜 선량한 국민에게 떠넘기려 했는지’ 답을 찾는 게 더 큰 고통이었다고 말했다.

최초로 세월호 탑승객 구조에 나섰던 동거차도 어민들은 사고 직후 기름 유출 피해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고, 3년 전 보상도 아직 마무리가 안 됐다. 목포MBC는 “어민들은 인양 때 또다시 미역 농사를 망쳤다. 방제도 스스로 해야 했던 어민들이 피해 입증도 스스로 해야한다”며 “정부는 일단 기름 미역을 팔아보고 안 팔리면 협상하자는 영국 보험사와 이야기하라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국가재난주관방송인 KBS도 세월호 3주기는 무관심에 가까웠다. 사흘 동안 세월호 관련 리포트는 2개(△“잊지 않을게”…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 행사 △세월호 교훈 잊었나…갈 길 먼 선박 안전)에 그쳤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어도 안전불감증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지만, 세월호 사고 수습과 인양 과정에서 정부 책임과 미수습자 수색 관련한 소식은 없었다.

14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14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두 공영방송을 대신해 SBS와 JTBC 등이 세월호 3주기 소식을 비교적 상세히 전했다. SBS는 15일 ‘8뉴스’에서 세월호 추모 행사 소식과 함께 세월호 생존자와 유가족들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짚는 보도를 하며 재난 트라우마 치료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민과 논의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SBS는 16일엔 세월호 침몰에서 인양까지 3년의 기록과 함께 세월호 미수습자 수색, 세월호 참사가 국민에게 남긴 상처 치유 등 4개의 리포트를 통해 3주기 동안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JTBC ‘뉴스룸’도 15~16일 세월호 추모 행사와 집회, 해수부와 선체조사위의 수색 관련 소식을 자세히 전했다. 14일엔 단원고 학생들을 구하려다 함께 숨진 기간제 교사들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순직을 인정토록 의견을 낸 소식도 상세히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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