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선거벽보를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안 후보의 선거벽보는 다른 후보와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광고천재’ 이제석 광고연구소 대표의 작품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존 선거벽보와 마찬가지로 다른 후보들의 벽보는 후보들의 얼굴을 강조한 상반신 사진 위에 기호와 이름, 그리고 핵심 슬로건, 이에 더해 자신의 경력을 배치한 모습이다.

예를 들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선거벽보는 홍 후보의 얼굴 사진을 배치하고 오른쪽에 “지키겠습니다 자유대한민국”이라는 세로 문구를 넣는 식이다.

그런데 안 후보의 벽보에는 디자인 작업을 통한 문구 자체가 없다. 사진 한장에 핵심 정보가 들어가 있다. “3 안철수”라는 배경에 안 후보가 두 팔을 들고 있고, 국민의당 로고에 “국민이 이깁니다”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있는 사진만 덩그러니 들어가 있다.

포스터 느낌이라기보다 한 장의 사진이다. 심지어 벌린 두 손의 끝은 일부 잘려 있다. 또한 사진이 찍힐 때 뒷배경으로 남은 그림자 잔영도 그대로 처리했다.

국민의당 설명에 따르면 안 후보의 선거벽보는 국민의당 마지막 경선 때 실제 사진을 활용한 것이고 두 팔을 벌린 모습은 안 후보가 개발한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 V3를 뜻한다고 한다. 국민의당 정당명을 뺀 것도 어깨띠에 들어간 ‘국민’이란 문구가 있어 중첩됐기 때문이라며 간결한 느낌을 강조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의 선거벽보는 일단 성공적이다. 선거벽보에서조차 차별성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유권자들 입에 오르내리는 결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선거벽보
▲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선거벽보
안 후보도 벽보가 화제를 모으자 적극 화답하는 모습이다. 안 후보는 17일 광화문 유세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까지 대한민국 정치역사상 아마 첫 시도일 것이다. 변화하는 모습과 변화하는 의지를 보여드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사회가 변화하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세계적인 전문가에게 실력 있는 전문가에게 일을 맡기지 않아서이다. 아무리 창의적인 생각이 나오더라도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그것을 받아주지 않는 닫힌 마음이 있으면 새로운 시도들은 무산되기 마련”이라며 “저는 이번 벽보를 통해서 제 국정운영의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다. 반드시 달라진 대한민국 만들 자신이 있다. 아마 1번부터 5번까지 벽보를 보시면 나머지 벽보들은 누가되나 대한민국은 변함없이 똑같을 것이라는 상징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이제석 대표의 작품이라는 얘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벽보의 주목도를 높이는 효과로도 작용하고 있다. 안 후보의 선거 벽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벽보 사이에 위치하게 되는데 보수 유권자의 표를 끌어와야 하는 승산이 있는 안 후보의 현실을 표현한 것이라는 해석까지 나왔다.

이와 관련해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무슨 마술을 본 기분”이라고 밝혔다.

유 평론가는 “안철수의 선거벽보를 처음 접했을 때, 아니 뭐 이렇게 만들었나, 망하기로 작심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그런데 다른 후보들의 것과 함께 붙었을 때, 기호 3번만 보게 된다. 신기하다. 생각해 보니 그림자, 어깨띠, 핀 마이크, 짤려나간 손, 당명 조차 없는 벽보.... 하나 하나가 다 의도된 것이었다. 좋은 얘기든 나쁜 얘기든, 사람들이 다 기호3번 벽보 얘기만 한다. 다른 후보 벽보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고 지적했다.

정형화된 틀을 깬 파격성 때문에 일단 사람들의 반응을 끌어내면서 선거 벽보 하나로 스토리를 만들어냈다는 호평이다.

일각에선 이제석 대표의 작품치고는 ‘조악하다. 메시지가 부각되지 않는다. 이름도 흐릿하고 얼굴 위치도 중앙에서 벗어나 있으며 시선 처리도 중앙을 향하지 않고 있다’ 등 혹평을 내놓고 있다. 결국 벽보의 효용성으로 보면 떨어진 작품이라는 것이다.

다른 후보 지지층은 안 후보의 선거벽보가 오히려 국민의당 소속이라는 점을 표기하지 않은 점 등 정확한 사실 전달을 해야 할 선거 벽보의 형식에 크게 벗어났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중앙선관위는 17일 통화에서 국민의당 정당명을 표기하지 않는 선거벽보에 대해 “정당명을 기재하고 안하고는 후보자의 자율이다. 많은 문의가 있었는데 법률 위반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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