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원내정당 4당 대선후보들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 앞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세월호 진상규명 및 조속한 미수습자 수습을 약속했다. 시민들은 '특조위 2기 출범' 공약을 명확히 밝힌 후보들에게 큰 박수를 보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3주기인 16일 오후 3시, 경기도 안산시 정부합동분향소 앞 마당에서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 2017년 4월16일 오후 3시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 앞 마당에서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사진=고이지선씨 제공
▲ 2017년 4월16일 오후 3시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 앞 마당에서 '세월호 참사 3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사진=고이지선씨 제공

앞 마당에 준비된 만 여 개 좌석은 추모제가 시작되기 30여 분 전부터 만석이 됐다. 추모제를 찾은 시민들은 좌석 옆에 돗자리와 박스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오후 4시 경 분향소 앞 마당은 발 디딜 틈 없이 시민들로 가득찼다.

추모제는 오후 3시 안산 지역민들이 준비한 합동 사이렌이 울려퍼진 가운데 박혜진 전 MBC 아나운서의 사회로 시작했다.

이소선 합창단이 처음으로 무대에 올라 '쪽빛의 노래'를 합창했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이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들을 떠올리며 쓴 시에 신동일 작곡가가 음정을 붙여 편곡한 노래다. 박혜진 아나운서는 쪽빛은 "하늘도 거울삼는 맑고 거룩한 빛"이라며 "구정물이 들어와도 맑아지는 빛"이라 설명했다. 

문재인·안철수·유승민·심상정 등 원내정당 4당의 대선후보들은 추모제 전반부 무대에 올라 세월호 참사 수습에 최선을 다할 것을 유가족 및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목포신항 방문 및 대선후보 방송사 합동토론회 때 다른 후보들과 다르게 '노란색 추모 리본'을 달지 않고 나와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았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이날 추모리본을 달고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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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당 대선 후보들이 16일 오후 세월호 3주기 기억식이 열린 안산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추모사를 마친 뒤 정명선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과 발언 등에 대한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손을 잡고 있다. 왼쪽부터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정 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후보,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포커스뉴스 

추모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수습에 명확한 입장을 밝힌 후보들에게 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가장 큰 박수소리를 이끌어 낸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파면 사유로 인용하진 않았지만 우리 국민들 마음 속에 대통령 파면 사유는 세월호"라면서 "참사의 진상도 규명되지 못했고 책임자도 처벌되지 못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세월호를 외면하고는 대한민국이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심 후보는 "미수습자 단 한 분도 빠짐없이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수사권을 가진 특별조사위원회는 물론이고, 특별검사라도 세우겠다"며  "진실을 철저히 규명하고 책임자에게 응분의 대가를 반드시 치르도록 하겠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참사의 교훈을 영원히 새기기 위해 안산에 416 추모공원과 참사기록관을 세울 것"이라 말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발언하는 동안에도 박수소리가 수차례 터져나왔다. 문 후보는 ""정권교체로 들어설 새정부는 다르다. 끝까지 세월호를 잊지 않을 것"이라면서 "새정부는 제2기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모든 진실을 낱낱이 규명할 것이다. 국회에서 통과가 안돼도 대통령 권한으로 특조위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이어 "선체 조사위도 최대한 빨리 인력과 예산을 배정해서 본격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기간제 교사로 순직에서 제외된 김초원·이지혜 선생님 두 분도 순직으로 인정하고 명예회복을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그(세월호 참사) 희생에는 너와 내가 없다. 우리 모두의 아픔이기 때문"이라며 "진실을 밝히는 일에 국민 모두가 끝까지 함께 나서야 하는 이유다. 끝까지 진실을 밝히고 책임질 사람은 반드시 책임지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이어 "그 희생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없다. 김초원·이지혜 선생님을 순직으로 인정되게 하겠다"고 밝혔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지적했다. 유 후보는 "세월호 참사를 돌이켜보며 수없이 성찰하고 자책했다. 국가는 무엇인가. 무엇을 했어야 했나.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반드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면서 "국민에 대한 존경과 사랑, 감사함이 있다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위한다면, 국가 지도자에게 문제 해결 능력이 있었다면, 그 방법을 안다면 결코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다시는 잔인한 4월이 없도록 진심을 다해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새누리당이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는 추모제에 불참했다. 홍 후보는 이날 오전 11시 자유한국당 당사에서 '국가대개혁 비전 선포회견'을 연 후 오후 4시 서울 강동구 명일동 명성교회에서 '부활절 연합예배'를 참석했다. 

2-7반 '찬호아빠'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대선후보들의 발언이 끝난 후 이들을 무대로 불러 시민들 앞에서 인사를 올리며 약속을 다짐해 줄 것을 당부했다. 

박혜진 아나운서는 "대통령을 뽑는 일은 어떤 대한민국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대통령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라며 "다가오는 5월9일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꼭 행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목포신항에선 수습과 진상규명, 안산에선 416 안전공원 건립

현재 세월호가 육상거치된 목포신항은 미수습자 수습 작업 및 진상규명을 위한 선체 조사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안산에서는 416 안전공원 건립을 위한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 4월16일 세월호 3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시민이 '416 안전공원 건립' 서명을 한 후 받은 세월호 추모 화분. 사진=손가영 기자
▲ 4월16일 세월호 3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시민이 '416 안전공원 건립' 서명을 한 후 받은 세월호 추모 화분. 사진=손가영 기자


416가족협의회, 416연대 및 이들과 함께 하는 안산 시민들은 이날 합동분향소 앞 마당 곳곳에서 시민들에게 서명용지를 건넸다. 

이재호 세월호 안산 시민연대 상임대표는 "304명의 생명을 영원히 기억하고자 하는 시민 여러분, 304명을 유가족 가슴에만 묻는 게 아니라, 문서와 기록으로만 남게 하는 것도 아니라 304명의 기억은 우리의 삶 속에서 피어나야 할 행동의 기억, 저항의 기억이어야 한다"면서 "그것은 고귀한 생명을 죽음으로 내몬, 가진 자가 중심이 된 비열한 세상을 기억하는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세월호를 기필코 바다 속에서 끌어올렸듯 끝내 자본이 중심이 된 불의의 세상을 생명이 중심이 된 사람 중심의 세상으로 변화시켜 내야 하는 것이 416을 기억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첫 번째는 8곳에 흩어진 304명의 생명을 이 곳 화랑유원지 한 곳으로 모시는 것이다. 안산이 품고, 대한민국이 기억하고, 세계가 찾는 안전공원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4·16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제4장 36조에 따르면 "국가 등은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추모와 해상 안전사고 예방교육을 위해" △추모공원 조성 △추모기념관 △추모건립비 건립 등을 설치·운영할 수 있다.  

박혜진 아나운서는 추모제가 끝나기 전 "국민 상주가 스스로 자처해 나섰다. 노란 리본을 가슴에, 가방에, 책갈피에 달기를 주저하지 않았다"면서 "누가 시켜서 그런 것이 아니다. 무슨 이득이 있어서는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이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평범한 마음이며, 그 바람이 현실이 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오후 5시 경 추모제 공식 행사가 종료된 후, 추모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분향소에 헌화를 하기 위해 분향소 입구에 줄지어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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