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전주 콜센터 실습생 사망사건' 대책 논의를 위한 사회적 대화에 나서지 않음에 따라 원청의 '책임 꼬리자르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LG유플러스고객센터(LB휴넷)현장실습생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지난 14일 성명서를 내 "공대위는 이달 7일 국회를 통해 LG유플러스와 LB휴넷에 사회적 교섭을 제안했고, LG와 LB 모두 참석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 그러나 교섭(14일)을 하루 앞두고 LG는 돌연 교섭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며 "유족에게 사과조차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고, 책임을 수탁사인 LB휴넷에 떠넘기는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라고 주장했다.

공대위에 따르면 공대위는 교섭을 제안한 7일부터 지난 12일까지 국회 측으로부터 원청기업 LG유플러스와 하청기업 LB휴넷이 모두 논의에 참여한다는 계획을 들어왔다. 그러던 중 교섭을 하루 앞둔 13일 LG유플러스가 논의 테이블에 참여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LB휴넷은 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를 위탁 운영하는 협력업체다. 지난 1월 해당 센터의 'SAVE부서'에서 일하던 현장실습생 홍아무개씨(17)는 실적압박 등 업무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전주 아중저수지에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 LG유플러스고객센터(LB휴넷)현장실습생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LG유플러스 실습생 사마아건의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윤종오의원실
▲ LG유플러스고객센터(LB휴넷)현장실습생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LG유플러스 실습생 사망사건의 진실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윤종오의원실

공대위는 원청기업인 LG유플러스가 해당 사망사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대위는 "고객센터는 콜(call) 수를 채우지 못한 상담사들에 대해 인센티브 평가에서 감점을 줬다. 일간·주간·월간 단위로 실적 순위를 매기며 노동자들을 압박했다"면서 "고객센터 내 반노동, 반인권적 폭력은 LG유플러스가 고객센터를 평가하는 지표, LG유플러스가 고객센터에 강제로 할당하는 상품 영업 목표, LG유플러스가 매일 고객센터에 내려보내는 프로모션 공지 쪽지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오늘도 자식을 가슴에 묻지 못한 유족이 있다"며 "양심이 남아 있다면, 염치가 있다면 고인과 유족에게 석고대죄하고 사회적 교섭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어떤 형태로 (협상 자리에) 나간다고 입장을 표명한 적이 없다. 우리가 나갔다가 말을 바꾼 게 아니라 원래부터 그런 적이 없었다"면서 "협상의 주체는 LB휴넷이라도 본다. LB휴넷이 원만하게 해서 협상해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씨의 유족은 지난 4일 홍씨의 죽음이 업무에 따른 감정노동, 실적 압박 등에 따른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 전주지사에 산재 신청서를 접수했다.

2016년 9월 현장실습생으로 입사해 지난 1월까지 근무한 홍씨는 고객이 서비스 해지를 요구하면 이를 막는 'SAVE 부서'에서 일했다. 이 부서는 고객 의사에 반하는 설득 작업을 맡았기 때문에 '욕받이 부서'라고 불리기도 했다.

'SAVE팀 실적급 평가 기준'에 따르면 센터는 △해지율 △재약정 △CS 점수 등으로 직원 실적을 평가해 실적급여를 책정했다.

'CPD(Call per Day)'라 불리는 콜수 할당량 실적 채점 기준도 있었다. 홍씨의 경우 하루 '35콜' 기준을 미달할 경우 고과 점수가 감점됐다. 홍씨는 사망한 달인 지난 1월 '9등급' 평가를 받았다. 최하등급은 10등급이다. 홍씨는 생전 아버지에게 "아빠 오늘도 콜수 못 채웠어"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홍씨는 해지 방어 업무를 하면서 상품 판촉 업무도 맡았다. 공대위에 따르면 홍씨의 실적표에는 △사물인터넷(IoT) △TV △재약정 등에 점수가 매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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