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못 본지 벌써 3년이란 시간이 지났어. 사실 누나는 길을 걸으면서도 차를 타고 가다가도 너를 봐. 머리를 염색한 너를, 멋진 옷을 차려입은 너를, 여자친구 손을 잡고 걸어가는 너를 봐. 네가 너무 그리워서, 너무 보고 싶어서 그렇게라도 나는 너를 봐.” (고 박성호 학생 누나 박보나) 

세월호 3주기를 앞둔 15일 저녁,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 주최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3주기 22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오후 8시30분 기준으로 10만 여명(주최측 추산)의 시민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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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3주기 22차 촛불집회'에 참석자들이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포커스뉴스


제일 먼저 무대에 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은 “꽃의 계절은 돌아와 흐드러지게 꽃이 피는데 정작 아이들이 없다”면서 “아이들이 돌아오지 않았는데 우리만 예쁜 꽃을 봐도 되는 것인지, 우리만 따뜻한 바람을 맞이해도 되는 것인지”라고 추모의 말을 전했다. 

박 시장은 “3년 전 그 날 이후, 광화문 광장의 세월호 텐트촌은 슬픔, 분노, 위로를 나누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그 슬픔과 분노는 마침내 활화산처럼 타오는 촛불의 광장이 됐다”면서 “지난 겨우 내 그 촛불이 모든 불의한 것을 태워버렸다”고 말해 호응을 받았다. 

▲ 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한주 앞둔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시민들과 함께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참여광장을 마련 학생들이 노란리본에 추모의 글을 적어 달고 있다.ⓒ민중의소리
▲ 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한주 앞둔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 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시민들과 함께 세월호참사를 기억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참여광장을 마련 학생들이 노란리본에 추모의 글을 적어 달고 있다.ⓒ민중의소리
박 시장에 이어 무대에 오른 세월호 마지막 생존자 김성묵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자신의 삶을 담담하게 전했다. 김씨는 “저는 한동안 삶을 찾기 위해 욕심내어 일도 하고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독하게 약을 먹으면서 버텼다”며 “하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2년 가까운 시간을 숨어지냈다. (단원고) 부모님들 앞에 나서는 것조차 부담스럽고 용기가 나지 않았다”며 “하지만 살아나온 이유를 찾아야 했고 살아내야 했고 이겨내야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해부터 세월호 광장에서 유가족과 함께하고 있다. 

단원고 고 박성호 학생의 누나 보나씨가 성호 학생에게 쓴 편지도 전달됐다. 보나씨는 편지에서 어디에서나 동생을 본다며 “네 얼굴 네 목소리가 흐릿해지는 게 너무 무서워서, 너에 대한 기억마저 잃게 되면 너를 정말 영영 잃을 것 같아서,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고 썼다. 

보나씨는 “무너지지 않는 벽을 마주하듯 힘들었는데 너희를 기억하며 촛불을 드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고 그 촛불이 기적을 만들었어”라며 “얼마 전에는 네가 타고 갔던 배가 3년만에 뭍으로 올라왔어. 그 배에서 너와 친구들, 선생님이 잘 다녀왔다고 웃으며 인사해주면 좋았을텐데”라며 동생에 대한 그리움을 편지에 담았다. 
 
이날 집회에는 권진원, 한영애, 이승환 등 뮤지션의 공연도 이어졌다. 2주기 때도 추모 공연을 했던 이승환씨는 “지난해에는 더 춥고 쓸쓸해 보이는 광장이었는데 2주기 때보다 몇 배는 더 와주신 것 같아서 뭔가 모르게 따뜻하고 뭉클해지는 느낌”이라며 집회 참가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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