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TV 토론 시작과 함께 본격적인 후보 검증이 시작됐다. 검증은 후보의 자질과 정책 등 민낯을 정확하고 제대로 볼 수 있는 ‘후보간 정직한 토론의 장’이어야 한다. 일부 언론에서 치열한 토론에 대해 ‘난타전, 정면충돌, 신경전, 뒤엉켜 난타전’ 등으로 부정적으로 표현하는데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그동안 TV토론은 국회의원 선거든, 대통령 선거든, 유력후보거나, 토론이 불가능할 정도의 자기표현에 문제가 있는 후보거나 하나같이 반대하거나 소극적이었다. 멀리는 김영삼 전대통령부터 가깝게는 박근혜 전대통령이 그랬다.

대규모 군중집회를 없애고 TV토론을 강화하는 소위 선거 ‘미디어법’을 개정한 뒤에도 각종 TV토론은 취소되거나 특정 후보없이 진행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일부 후보는 심지어 불참에 따른 과태료를 지불하더라도 TV토론을 기피했다. 가만히 있으면 당선되는데, 괜히 나가서 말실수를 하게 돼 낙선의 빌미를 제공하게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막상 TV토론이라고 해서 실제로 진행해보면 지나치게 문답식의 뻔한 형식에 얽매여 제대로 된 후보 검증이 불가능했다. 이를 보완해서 만든 것이 사회자 개입없는 후보간 상호 자유토론이었다. 자유토론은 후보들의 ‘민낯’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지만 이것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잦았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언론의 보도행태가 문제를 키웠다. 치열한 토론은 ‘신경전, 감정대립’ 등으로 비판했다. 제대로 된 반론이나 정책조차 없는 후보가 대충 뭉개도 ‘점잖다’는 식으로 거꾸로 미화하곤 했다.

 4월13일 SBS와 한국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첫 대선후보 TV토론회가 끝나자 일부에서 이런 부정적 행태의 뉴스가 나왔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국민의당 안철수, 바른정당 유승민,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가 참여했다. 

▲ 사진=포커스뉴스
▲ 사진=포커스뉴스

“발끈하고 감정 드러내고… 대선후보 첫 합동토론 신경전 치열”

“문재인-안철수 ‘적폐’ 충돌… 5명 뒤엉켜 난타전”

“대선후보 꼬리무는 난타전…文-安 정면충돌, 洪은 '전방위전투'”

“TV토론서 5명 후보들 거친 설전…劉·沈, 洪에 각 세우기”

뉴스의 제목만 봐도 온통 ‘뒤엉켜 난타전’ ‘정면충돌’ ‘거친 설전’ ‘전방위 전투’ 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난타전이나 정면충돌, 신경전이 뉴스 제목이 된다는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후보들이 그렇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거나 상대후보를 공격하여 적극적인 반론을 펴게 하는 것은 유권자의 알권리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오히려 점잖게 좋은 말만 하면서 입을 다무는 것이 유권자를 혼란에 빠트리는 잘못된 것이다.

‘뒤엉켜 난타전’을 했다는 것은 후보들간에 유권자의 알권리를 위해, 혹은 표심을 위해, 나름 최선을 다했다는 긍정평가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설혹 난타전 과정에서 명예훼손 등의 법적 문제가 나와도 언론이나 유권자가 걱정할 문제가 아니고 후보간에 해결해야 할 사안이니 염려할 일은 아니다.

언론의 부정적인 묘사는 특정 후보에게 유불리로 나타날 수도 있다.

“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의혹을 꺼내든 홍 후보의 공격에는 발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홍 후보가 “노 전 대통령이 640만달러 뇌물수수할 때 몰랐나”라고 묻자 문후보는 “아니다. 그리고 그말 책임져야한다”라고 경고하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발끈한 모습’이라는 표현은 기자의 주관적 감정표현이다. 이어지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라는 표현도 기자는 그렇게 느꼈을 수 있지만 기사내용에 포함시키기에는 부적절하다. “‘...책임져야 한다‘라고 경고했다”라는 정도로 절제했어야 했다.

TV토론 취재기자들에게 묻는다. 한국이 벤치마킹한 미국 TV 토론을 한번 보라. 형식에 얽매이고 엄숙주의를 강요하던가. 대선 후보로 검증대에 선 후보들이 자질과 정책을 말할 때 캠프에서 정리해준 원고를 읽고 덕담이나 나누는 토론을 기대하는가.

‘스탠딩(standing) 토론’이라는 형식의 틀보다 얼마나 철저하게 숨김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또한 사정없이 상대를 몰아붙이는가를 보라. 그렇게 치열한 토론을 한국 언론은 뭐라고 표현할 것인가.

장관, 수석 등과 열띤 논쟁을 벌여야 할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 수준의 경지에 가야 하지 않을까. 치열한 토론은 대선에서 거쳐야 할 필수과정이다. 자기표현이나 가치관에 문제있어 소통이 안되는 후보를 ’절제된 화법‘으로 포장하며 치켜 세우던 언론의 왜곡된 평가와 잘못은 한번으로 끝내야 한다.

한국의 TV토론은 더 치열해져야 한다. 언론이 과도한 감정적 용어를 남발하며 주관적 해석을 내미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후보간 거친 입싸움을 하든, 인신공격을 하든 그것 또한 검증의 장에서 포용돼야 한다. 더 이상 엄숙주의를 강요말라.

언론은 정당한 이유없이 이루어지지 않는 TV토론, 무책임한 발언, 근거없는 주장 등에 대해 검증하는 몫이나 열심히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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