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이른바 ‘동성애 처벌법’이라고 불리는 군형법 92조와 관련된 보도를 하며 동성애 혐오 발언을 자사 페이스북에 게재했다가 비판이 일자 사과했다.

13일 ‘KBS 뉴스’ 페이스북 계정은 이날 오전 군인권센터가 개최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 동성애자 군인색출, 형사처벌 지시 규탄 긴급기자회견’에 관한 보도를 전하며 “현역 군인 32명이 부대 안팎에서 동성 간 성관계를 한다”는 주제의 리포트를 링크했다. 그러면서 “포르노 영화 찍냐”라는 동성애 혐오 발언을 게재했다. 

▲ KBS 뉴스 페이스북 계정 갈무리.
▲ KBS 뉴스 페이스북 계정 갈무리.
이외에도 KBS 뉴스는 페이스북 계정 해당 게시글에 “우엑”, “이해가 안갑니다. 어리둥절”과 같은 혐오발언을 계속해서 쏟아냈다.

이 같은 글이 게시된 이후 KBS 페이스북 담당자가 동성애 혐오발언을 한다는 비판이 잇달았다. 14일 KBS 뉴스는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부적절한 멘션과 댓글을 작성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멘션과 댓글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또한 “해당 글을 작성한 담당자에 대해서는 엄중히 주의 및 경고하겠으며,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KBS 뉴스는 “논란이 된 글을 특정한 의도를 갖고 작성된 것이 아니”라면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사과드린다”고 썼다.

하지만 페이스북 계정에서의 게시글과는 별도로 KBS 뉴스도 비판의 도마에 오르고 있다. 관련 내용을 전한 KBS뉴스도 군형법 92조의 반인권적 조항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군의 입장만을 전달했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해당 뉴스는 13일 오전 군인권센터에서 개최한 ‘장준규 육군참모총장, 동성애자 군인색출, 형사처벌 지시 규탄 긴급기자회견’에 관한 보도였다. 이날 군인권센터는 동성 간 성관계의 물적 증거도 없이 성 정체성만을 문제 삼아 수사를 진행한 건 반인권적 불법수사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장준규 총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KBS는 해당 기자회견 내용을 전하며 “조사 결과 모두 32명의 현역 군인에게 동성 간 성관계 혐의가 적용됐다”면서 “장교 17명·부사관 10명·병사 5명으로 간부들이 다수였다”고 보도했다. 또한 이들에 대한 처벌은 군형법 92조 ‘그 밖의 추행’에 의해 정당한 것이라고 전했다. KBS는 해당 조항을 명시하며 “개인의 성적 취향을 차별하려는 것이 아니라 '엄정한 군기 유지'와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을 위해서 위법한 행위를 처벌하는 것”이라는 군의 공식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해당 군형법은 군인들의 동성애를 처벌하는 법으로 ‘동성애 처벌법’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헌법 제 11조(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다)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아온 조항이다.

해당 조항은 △법 조항 자체가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근거로 만들어진 점 △조항의 모호성으로 합의된 성행위까지 처벌할 수 있다는 점 △군의 전투성 보존이라는 입법 목적이 과연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있느냐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 지난 7월 2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군형법 92조 관련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 시민단체가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제공
▲ 지난 7월 28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군형법 92조 관련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 시민단체가 이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제공

하지만 KBS는 반인권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법 조항의 문제점은 지적하지 않고 ‘군 기강 확립’이라는 군의 입장만을 전달했다.

군형법 92조의 위헌소송 대리인인 한가람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는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것과 군대의 전투력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한가람 변호사는 “최근 미국에서는 성소수자 군인의 복무를 적극 지원하고 미 육군사관학교에서도 동성커플 결혼식을 열었으며, 한미 소파 개정을 해 한국에서도 미국 동성커플은 이성커플과 동등한 지위를 가진다”며 “그렇다고 해서 미군의 전투력이 저해됐다거나 단결력에 영향을 미쳤다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군대에는 동성애 처벌법이 있다, 게다가 합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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