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유민아빠’ 김영오씨를 인터뷰했다. 세월호 참사로 딸 유민이를 잃은 그는 2014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6일 동안 단식했다. 

“한 번 물어봐 줬으면 좋겠어요.” 그가 인터뷰 도중 보수 언론의 세월호 보도를 비판하며 말했다. “조선일보가 왜 그렇게 보도했는지, 기사를 쓰면서 왜 내 목소리 한 번 실어주지 않았는지, 그 사람들에게 물어봐 줬으면 좋겠어.” 참사가 발생한 지 2년하고 한참 지났음에도 그는 ‘언론 트라우마’를 갖고 있었다. 탄핵 정국에 대한 희망을 말하면서도 그의 눈에는 슬픔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 당시 조선일보 편집국장이던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강 의원은 지난해 총선 직전 기자와 인터뷰에선 세월호 참사 관련 질문을 피했다. 

▲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12일 오전 바른언론연대와 함께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12일 오전 바른언론연대와 함께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조선일보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던 김씨의 사생활 문제를 꺼내는 등 본질과 무관한 보도를 쏟아냈다. 세월호 진상규명 대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수사로 여론을 몰아갔다.

강 의원을 만난 건 12일 국회에서였다. 이날 강 의원은 우익단체인 ‘바른언론연대’와 함께 “공정언론회복과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이름으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박근혜 탄핵과 그를 지지했던 보수 진영의 붕괴가 불공정한 언론 때문이라는 것.

기자는 토론회를 참관한 뒤 강 의원을 찾았다. 먼저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유가족에게 하실 말씀이 없느냐”고 물었다. 강 의원은 “그건 생각해보겠다”, “그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며 입장을 밝히길 거부했다.

강 의원은 기자 질문에 불편함을 내비쳤다. 그는 “그런 식으로 내 트집을 잡으려는 인터뷰는 하지 말라”고 말했다. 기자가 “당시 조선일보 편집국장으로서의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이라고 하자 강 의원은 “편집국장이 (기자들의) 발제 같은 것 등을 전적으로 모두 다할 수 없다”면서도 “(편집국장으로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12일 오전 바른언론연대와 함께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12일 오전 바른언론연대와 함께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지난해 인터뷰 때도 강 의원은 “세월호 때 조선일보 1면 톱 제목은 ‘눈뜨고 아이들 잃는 나라’였다”며 “어떤 신문도 하지 못할 정도로 정부와 공무원, 기득권 사회를 질타했다”고 주장했다.

짧은 시간 이뤄진 질문과 답변이었지만 결국 그는 유가족에게 위로의 한마디는 전하지 않았다. 

이날 토론회에서 강 의원은 “자유한국당이 기울어진 언론 운동장에서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며 언론의 반성을 촉구했다. 3년 전 언론의 폭격을 맨몸으로 맞아야 했던 세월호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바라며 아직도 거리에 있다.

▲ 조선일보 2014년 8월25일자 보도.
▲ 조선일보 2014년 8월25일자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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