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드라마는 막장의 왕국만 남았다.”

현직 MBC 드라마PD A씨의 말이다. MBC 드라마가 2010년대 이후 시청률이 꾸준히 떨어지고 화제성도 줄어들며 최근 6년간 드라마 PD 10여명이 퇴사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수 년 전 퇴직한 전직 MBC 드라마PD B씨는 “웬만하면 끝까지 MBC에 남아 일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취급받는 건 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런 식’의 취급이란 MBC드라마가 MBC뉴스 시청률을 견인하는 역할로 전락한 것을 뜻했다. 현재 MBC는 메인뉴스인 8시 ‘뉴스데스크’ 앞뒤로 일일드라마를 한 편씩 편성하고 있다. 8시 뉴스 전 7시15분부터는 일일드라마 ‘행복을 주는 사람’, 뉴스 이후에는 일일특별기획 ‘황금주머니’가 방영된다.

이러한 ‘편성 전략’에 대해 MBC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망가진 뉴스의 시청률을 조금이라도 견인하기 위해 드라마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단순한 편성 전략의 실패가 아니라, 드라마는 망하든 말든 뉴스의 시청률을 끌어올리기위해 (드라마를) 희생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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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이하 민실위)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MBC의 ‘편성 전략’을 비판했다. 민실위 설명에 따르면 2012년 11월 가을 당시 사장이던 김재철씨의 갑작스런 지시로 수십 년 간 9시에서 자리를 지켰던 ‘뉴스데스크’가 8시로 이동했고 이후 김 전 사장 등 당시 경영진은 8시 뉴스시간 변경의 주된 주장인 ‘시청률 상승’이 뜻대로 되지 않자 2013년 봄 ‘뉴스데스크’ 앞뒤로 일일드라마를 배치하는 기형적인 편성을 지시했다.

민실위는 이를 두고 “떨어지고 있는 뉴스데스크 시청률을 견인하기 위해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이라며 “이런 식의 배치에 대해 편성과 드라마국 등 현장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반대 목소리를 냈으나 묵살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편성이 문제인 이유는 좁은 일일드라마의 작가와 배우진 풀이 더욱 비좁아지면서 드라마의 퀄리티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 있다. 한 MBC 중견 드라마PD C씨는 “가뜩이나 치열한 드라마 작가와 배우 캐스팅 경쟁에서 비슷한 포맷과 내용의 저녁 일일드라마 두 편 제작은 작가 확보와 배우 캐스팅을 몇 배 이상 어렵게 만든다”며 “광고주 입장에서도 둘 중 입맛에 맞는 드라마에 광고를 골라 넣으면 되는 게임이라 우리가 일방적으로 수세에 몰리는 형국”이라고 토로했다.

▲ 현재 MBC 뉴스데스크 앞뒤로 방영되고 있는 일일드라마 '행복을 주는 사람'과 '황금주머니'.
▲ 현재 MBC 뉴스데스크 앞뒤로 방영되고 있는 일일드라마 '행복을 주는 사람'과 '황금주머니'.
MBC를 퇴사한 드라마 PD D씨는 “작가진의 부족으로 아침이나 저녁 일일 드라마에서 생존한 작가들을 주말 기획드라마로 다시 기용하기도 했다”고 전하며 “타사에서 주말에 참신한 기획을 시도할 때 우리는 아침 막장 드라마의 변주 버전을 주말 황금 시간대에 고착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현직 MBC 드라마PD A씨는 “맥락 없는 주인공의 연속 악행과 뜬금없는 결론으로 도배된 우리 주말 드라마를 누가 보는 지는 이제 중요하지도 않게 되었다”며 “드라마PD들은 자기 다음 작품이 중요한 사람들이다. 이런 식으로 드라마가 망가지면 스테이션 이미지도 하락하는데, 어느 작가가, 어느 배우가 MBC에 나오려고 하겠나”라고 우려했다.

한 MBC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한 지상파에서 방영된 사회비판적 드라마가 굉장히 히트한 적 있는데, 그 시나리오가 원래는 MBC에 온 것이었다"라며 "그러나 사회비판적 드라마를 하지 못하는 분위기 때문에 다른 방송국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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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드라마 편성은 드라마 본부의 적자로 이어졌다. 민실위는 “현재 뉴스 앞뒤 드라마 시간대에서 각각 평균 5~60억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전하며 “저녁 일일 드라마 한편만 정상화시킨다면 드라마 본부는 흑자로 전환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실위는 “이런 상황에서도 경영진은 경영 정상화란 명목으로 드라마 구성원들을 적자 집단으로 비난해왔다”며 “ 지난 몇 년간 그들은 뉴스신뢰도 추락과 시청률 바닥이라는 자신들의 과오를 덮기 위해, 묵묵히 일해 온 드라마 구성원들을 회사 경영에 기여하지 못하는 집단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실위는 이러한 잘못된 전략의 결과 MBC 드라마가 tvN이나 SBS와 같은 후발주자에게 밀리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MBC 드라마 PD C씨는 “과거 가장 핫한 자리가 MBC미니시리즈였다면 지금은 기획사들의 선호 순서가 tvN, SBS, KBS, OCN, 그 다음이 MBC”라며 자조 섞인 말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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