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플랫폼 팟빵의 트래픽이 늘고 있다. 정치 팟캐스트 인기 덕분이다. 김동희 팟빵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 이후 팟빵 트래픽이 28% 정도 늘었다. 지난해 9월 기준 상위 100개 팟캐스트 가운데 정치 팟캐스트가 26개인데 최근에 더 늘어났다”고 말했으며 “댓글 삭제량도 최근 들어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정치 팟캐스트 인기가 높아지며 대선후보 지지자들 간 격한 댓글이 늘어난 탓으로 보인다.

팟빵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뉴스정치분야 트래픽 점유율은 26%였으나 4월11일 현재 33%로 늘었다. 4월11일 기준 팟캐스트 순위는 tbs김어준의 뉴스공장(1위), 김용민 브리핑(2위), 권갑장의 정치신세계(3위), 새가날아든다(5위), 진짜가 나타났다 시즌3(6위), 김어준의 파파이스(8위), tbs정봉주의 품격시대(9위) 등으로 주요 순위권에 뉴스정치분야 팟캐스트가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 민주당 지지성향을 띄고 있는 방송들이다. 특히 ‘권갑장의 정치신세계’는 문재인 후보 지지 팟캐스트로 최근 들어 순위가 크게 올랐다.

▲ 4월11일 현재 팟빵 주요 순위.
▲ 4월11일 현재 팟빵 주요 순위.
팟캐스트가 민주당 열성지지층을 중심으로 인기가 높았던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동희 팟빵 대표는 “나꼼수 영향이 있다. 김어준·김용민·정봉주 성향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팟빵에도 그 쪽 팬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정치 팟캐스트가 민주당 열성지지층을 중심으로 많이 소비되면서 ‘CBS김현정의 뉴스쇼’와 ‘JTBC뉴스룸’의 순위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0위권에 있던 오마이뉴스 ‘장윤선의 팟짱’은 30위권으로 밀려났다. 전반적으로 언론사 운영 팟캐스트의 하락세가 눈에 띈다.

이런 가운데 대선 국면에 접어들며 문재인 열성지지층을 대변하는 팟캐스트가 진보언론을 불신하는 새 국면이 눈에 띄고 있다. 이들은 한겨레와 같은 진보성향의 제도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며 진보언론의 편파성을 주장하고 있다. ‘권갑장의 정치신세계’ 진행자 권순욱씨는 최근 방송에서 진보언론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편향돼 있다며 “일관성도 없고 양심도 없다. 한겨레 경향 오마이는 조중동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 여러분은 확실하게 (이들 언론사를) 버려야 한다. 그게 언론개혁으로 가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 디자인=안혜나 기자.
▲ 디자인=안혜나 기자.
이 같은 주장은 팟캐스트가 제도언론의 대안으로 성장한 것과 흐름을 같이하는데, 진보언론까지 불신하는 상황은 진보진영에 제법 큰 파장을 낳고 있다. 정치 팟캐스트 댓글공간에는 “조중동한경오, 사방이 적이다” 같은 표현부터 진보성향 언론사를 향한 욕설과 조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대선 국면에서 정치 팟캐스트는 진보언론에 대한 문재인 열성지지층의 반감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지지율 상승이 더해지며 정권교체에 대한 절박함과 함께 폭발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문재인 열성지지층은 조중동 등 보수언론이 실현 불가능한 ‘양자구도’ 프레임으로 안철수의 지지율을 높여주고 문재인과 안철수를 “익숙한 과거와 불확실한 미래”(동아일보 김순덕 칼럼)로 비유하는 식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모습을 비판하는 한편, 진보언론 보도태도 역시 보수언론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참여정부에 대한 진보언론의 비판보도를 복기하며 진보언론 또한 문재인 당선을 방해하고 있다며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 4월10일까지 집계한 서울대 데이터저널리즘기관 폴랩(pollab)의 언론사 종합보도지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긍정보도가 최근들어 크게 하락한 걸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긍정보도는 최근 증가세다.
▲ 4월10일까지 집계한 서울대 데이터저널리즘기관 폴랩(pollab)의 언론사 종합보도지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긍정보도가 최근들어 크게 하락한 걸 확인할 수 있다. 반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긍정보도는 최근 증가세다.
▲ 4월10일까지 집계한 서울대 폴랩(pollab)의 언론사 성향별 보도지수 그래프. 한겨레 경향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한 보도지수가 긍정에서 최근 부정으로 돌아선 점을확인할 수 있다. 조중동의 경우 한겨레 경향에 비해 큰 변화가 없다.
▲ 4월10일까지 집계한 서울대 폴랩(pollab)의 언론사 성향별 보도지수 그래프. 한겨레 경향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한 보도지수가 긍정에서 최근 부정으로 돌아선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조중동의 경우 한겨레 경향에 비해 큰 변화가 없다.

▲ 4월10일까지 집계한 서울대 폴랩(pollab)의 언론사 성향별 보도지수 그래프. 한겨레 경향과 조중동 모두 최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보도는 부정적이다. 특히 조중동의 경우 최근들어 문재인 후보에 대한 부정보도비율이 눈에 띈다.
▲ 4월10일까지 집계한 서울대 폴랩(pollab)의 언론사 성향별 보도지수 그래프. 한겨레 경향과 조중동 모두 최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보도는 부정적이다. 특히 조중동의 경우 최근들어 문재인 후보에 대한 부정보도비율이 눈에 띈다.
관련해 서울대 데이터저널리즘기관 폴랩(Pollab)이 최근 내놓은 언론사 성향별 보도논조 그래프를 보면 4월 들어 진보언론은 문 후보보다 안 후보에 대한 긍정적 보도 지수가 높았다. 하지만 4월10일 현재 안 후보에 대한 부정적 보도 지수가 더 높아진 상황이다. 그날 그날 발생 이슈에 언론사들이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조기숙 전 참여정부 청와대 홍보수석 등은 진보언론이 참여정부를 실패한 정부로 단정한 뒤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참여정부 인사인 문재인 후보를 의도적으로 불리하게 보도한다고 보고 ‘문재인 왕따론’을 펼치고 있다. 일부 지지자의 ‘격양’으로 보기에는 ‘한경오’ 프레임이 넓게 형성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같은 비판을 두고 진보언론 기자들은 페이스북을 통해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고 있다. 임인택 한겨레 기자는 “한겨레를 떠난다는 당신은 떠나도 된다. 한겨레의 주인은 진리이고, 진실이고, 다수의 상식이며 더 나은 세계에 대한 열망”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임인택 기자는 “이번 대통령은 강해야 한다. 비판을 수용해야 가능한 일이다. 당신이 한겨레를 버린다면 삼성이 광고를 끊었던 3년처럼 그저 감내할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는 열성지지층의 反한겨레 정서를 의식한 듯 지난 9일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한겨레가 문 후보를 싫어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한겨레 정신은 편 가르지 않고 비판의 정신을 견지하는 것”이라며 “한겨레가 나를 비롯해 우리 당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비판을 하는 언론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광화문 광장을 걸어가는 가운데 뒷편으로 조선일보 로고와 코리아나호텔이 보인다. ⓒ이치열 기자
▲ 문재인 민주당 대선후보가 10일 광화문 광장을 걸어가는 가운데 뒷편으로 코리아나호텔 조선일보 로고가 눈에 띈다. ⓒ이치열 기자
이와 관련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열성지지층을 향해 “언론환경을 탓하지 말라”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조국 교수는 “언제 조중동이나 종편이 문재인과 더민주를 지지한 적이 있었나”라고 되물으며 “촛불과 박근혜 탄핵을 경험하며 더 상식적인 나라 더 나은 삶은 꿈꾸는 보통평균인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간을 따라가 보면 보통평균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 진보언론에 대한 원색적인 비판을 자제해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조중동’과 ‘한경오’ 등 제도언론에 대한 문재인 열성지지층의 불신은 대선이 끝나고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열성지지층이 갖고 있는 ‘진보의 주류와 비주류’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된다.

문재인 후보 부산선대위에서 SNS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프레시안 기고에서 “호남, 동교동계, 386운동권이 주류를 형성하던 진보진영에서 영남 출신 친노는 비주류 중 비주류였다. 문재인을 전 방위로 포위한 자들은 호남 정치집단인 국민의당과 더민주 다선의원들로 구성된 (진보)기득권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정희준 교수는 “친문 패권주의는 문재인이 나눠먹기를 거부하자 탈당한 호남의원들, 자신의 지분을 보장해주지 않자 화가 난 다선 의원들이 문재인 공격을 위해 집어든 프레임”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인식은 문재인 후보 열성지지층의 인식흐름과도 같이 하는데, 이들이 생각하는 ‘주류 기득권’ 진보진영에 한겨레·경향신문·오마이뉴스가 편입되며 역설적으로 진보언론마저 ‘적폐청산’ 대상이 돼버렸다. 이런 가운데 정치 팟캐스트는 점점 더 열성지지층을 ’한경오’와 멀어지게 하고 있다. 현 상황이 격화될 경우 언론계에선 언론사의 공정성·객관성 이슈와 특정후보 지지 같은 논쟁적 이슈들이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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