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코 앞인데, 흥미 위주 보도만 하는 언론
촛불이 박근혜를 파면시키면서 19대 대선을 앞당기게 만들었다. 이번 대선은 촛불의 열기와 눈물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래서 대선 결과는 촛불이 수개월 동안 광장에서 외친 민주화와 헌법 회복의 바람이 실천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벌써 촛불 광장에서 그런 요구가 커지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촛불의 염원을 실천할 각오를 다지고 그에 걸맞은 공약과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이유다.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전체 분위기는 아쉽고 실망스럽다. 언론은 누가 앞서다는 식의 경마식 보도에 매달리거나 후보 검증보다 시시콜콜한 신상 문제 등에 더욱 열심이다. 개를 무는 사람을 찾는 것이 언론의 체질이라 해도 과거 기레기 언론의 모습이 어른거리는 것 같다. 후보들도 촛불의 염원을 담아낼 국민에 무한 봉사할 정책과 통 큰 비전을 제시하는 믿음직한 정치 머슴보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흥분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안보 불안 방치하는 대선 보도는 재앙이다
이번 대선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를 놓고 미국과 중국이 힘겨루기를 하면서, 한반도가 얼마나 심각하게 외세에 종속되었는가 하는 점이 확인된 상태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드로 인해 한반도 정세가 냉전시대와 달라지는 조짐이 확연한데도 대선 후보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점도 걱정스럽다. 중국이 남북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서 향후 미중 갈등이 한반도에서 더욱 첨예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사드 사태를 통해 중국이 한류와 무역, 관광 등에서 한국에 큰 타격을 주면서 대선 이후 이 문제가 어떻게 처리될지 주목된다. 중국의 사드 보복이 예고되었지만 박근혜 정권은 무대책이었고 국내 기업이나 상인들만 피 말리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
한국 정치권과 학계 등은 사드가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는 불평등 조약에 의해 한국 배치가 추진되는데도 이 조약에 대한 언급하지 않는 것은 해괴한 일이다. 이번 대선이 미국의 손아귀에 있는 한국의 군사적 주권 실상과 그 개선을 위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라는 점에서 매우 아쉽다. 시민사회단체라도 더 늦기 전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미국에서 북한을 선제 타격할 방안도 검토 중이라는데 한국 언론은 미국 백악관의 홍보 매체인 양 보도한다.
종북몰이 뒤에 똬리를 틀고 있는 ‘국가보안법’
사드 사태에 대한 국내에서의 미흡한 대응을 보면서 이승만 이래 실시되고 있는 국가보안법의 폐해를 실감하게 된다. 반미=친북이라는 말도 되지 않는 논리가 국가보안법에 의해 여전히 그 독기가 지독하다. 수구진영은 이번 대선을 ‘좌파에게 정권을 넘겨주어서는 안 된다’며 이구동성으로 외치고 있다. 국가보안법에 의존하는 추악한, 막가파적인 종북공세 정치행각이다. 언론도 국가보안법에 의해 수십 년을 억눌리면서 국가보안법에 마비되었거나 자기검열을 체질화한 상태다. 이번 대선도 언론의 병든 모습이 거듭 확인된다.
선거는 정권을 심판하면서 새로운 정치를 가능할 채비를 갖춘다는 중요한 행사다. 이번 대선은 민주주의와 자주권 회복, 국가보안법 폐기를 위한 최상의 기회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에 갇힌 정치권과 언론, 시민사회의 구태의연한 모습은 실망스럽다. 해방 이후 남한의 정치발전은 민초들에 의해 이뤄졌다. 대선 이후 촛불이 분노하지 않도록 정치 머슴 등은 대오각성해야 한다.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