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씨 대통령직 파면과 관련해 조선일보 편집국 내부에서 자사 논조에 대한 비판 의견이 나왔다.

최근 발행된 조선일보 노보에 따르면 지난달 대통령 파면 직후 조선일보 지면에 대해 한 조선일보 구성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웃으면서 불복을 뜻하는 발언을 남기고 사저로 들어가는 모습에 온 국민이 혀를 차고 있다”며 “그 장면을 보도한 지면은 무비판적이고 동정심을 유발하는 듯했다”고 비판했다.

다른 조선일보 성원은 탄핵선고 다음날 1면 편집을 두고 “무미건조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어느 쪽에서도 공격 받지 않으려고 애쓴 느낌이라는 것이다. 이 구성원은 “역사적 의미를 담아 편집한 타사들의 1면과 너무 비교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다른 성원은 “촛불과 태극기 집회에 양비론을 적용하는 게 맞나”라고 되물으며 “최순실 단독보도를 맨 처음 세상에 터뜨린 건 조선미디어그룹인데도 그 공을 빚내지 못했다. 우병우 팔짱사진 단독보도마저 퇴색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탄핵 선고 직후 논란을 일으킨 “불복하면 안 되나요”라는 제목의 칼럼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한 구성원은 “판결 전에는 승복이냐 아니냐로 선악을 나누듯이 주장하다가 판결이 난 뒤에 갑자기 잣대가 바뀌었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해당 칼럼에서 박성희 이화여대 교수는 “탄핵 결정에 대한 불만도 엄연한 의견이고 사상의 자유”라면서 “사람은 누구나 공상을 하며 상상의 나래를 펼 자유가 있다. 문제는 그걸 어느 수위에서 드러내 표현하고 사회와 조화를 이루느냐”라고 썼다. 그간 조선일보가 강조해왔던 논조와는 차이가 있었다.

조선일보 노보에 반영된 이 같은 비판은 블라인드 익명앱에 올라온 것 중에 노조가 논의를 거쳐 게재한 것이다. 노조는 “기자들이 내부에서 활발하게 토론할 때 조선일보의 정론지로서 위상이 높아진다”며 조합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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