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당사자를 인터뷰하고 새로운 기록을 입수하는 등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보도했다. 하지만 방송 과정에서 피해자를 ‘젊은 여성’ 프레임에 한정시키고 자극적인 화면을 쓰는 등의 문제점 역시 보였다. 

스포트라이트는 9일 ‘윤창중 스캔들’의 성추행 피해자를 인터뷰하고 윤 전 대변인이 직접 쓴 당시 진술서를 공개했다. 공개된 진술서에 따르면 윤 전 대변인은 인턴을 호텔방으로 불렀을 당시 나체 상태였다. 그동안 윤 전 대변인은 자신이 속옷 차림이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성추행 사실에 대해서도 윤 전 대변인과 피해자의 주장이 엇갈렸다. 윤 전 대변인은 “허리를 툭 쳤다”고 주장해왔지만 피해자는 스포트라이트 인터뷰에서 “뒤에서 엉덩이를 만졌다”며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반응도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평소에도 윤 전 대변인이 성희롱 발언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술자리에서 “내 옆으로 오지 않을래?” “더 가까이 오지 않을래?” “내 손 잡아주지 않을래?” “아까 내가 너의 엉덩이를 만졌는데 나를 고소할거냐” 등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 9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사진=방송화면 갈무리
▲ 9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사진=방송화면 갈무리
▲ 9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사진=방송화면 갈무리
▲ 9일 방송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사진=방송화면 갈무리
윤 전 대변인이 여전히 자신의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포트라이트의 이번 방송은 큰 의미가 있다. 윤 전 대변인은 지난해 말 보수집회에 참가해 성추행 의혹은 “언론과 정치계의 공작”이라고 주장했고, 지난달에도 보수집회에 참가하는 등 보수논객으로서 활동을 재개했다. 

스포트라이트가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는 등 평가할 만한 대목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 먼저 자극적인 화면 사용이다. 스포트라이트는 “허리를 툭 쳤다”는 윤 전 대변인의 주장과 “뒤에서 엉덩이를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을 그림자 화면으로 재연했다. 치마를 입고 계단을 오르는 여성의 뒷모습 역시 수차례 방송됐다. 

이에 대해 윤정주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은 “폭력의 재발방지보다는 폭력이 어떻게 일어났고 어떤 상황인지에 초점이 맞춰진 선정적인 묘사”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여성민우회는 성폭력 사건에 대해 일러스트나 재연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로그램에서 피해자를 그리는 모습 역시 도식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력과 맞서야 했던 한 젊은 여성의 항변은 진실여부를 떠나 인권적 차원에서도 반드시 들어봐야 합니다”, “그동안 철저히 종적을 감췄던 그녀, 용기를 냈다지만 아직 망설이는 모습, 젊은 여성으로서 당연히 그럴 겁니다” 등의 표현이 대표적 사례다. 

성폭력 피해자 문제를 다루면서 ‘젊은 여성’에 초점을 맞춘 것도 문제다. 성별 고정관념이 여전한 사회에서 이는 곧 ‘가녀림’ ‘연약함’ ‘무력’ 등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 피해자를 단순한 프레임에 우겨넣은 결과다. 

해당 인턴은 경찰에 직접 신고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그러나 피해자를 남성으로 바꿔보자. 그때도 “권력에 맞서야 했던 한 젊은 남성의 항변은…”, “용기를 냈다지만 아직 망설이는 모습, 젊은 남성으로서 당연히 그럴 겁니다”라는 말이 나왔을까. 아마 ‘청년’ 등의 단어로 대체됐을 가능성이 높다. 

▲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호텔에서 이루어진 인터뷰. 사진=방송화면 갈무리
▲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호텔에서 이루어진 인터뷰. 사진=방송화면 갈무리
나아가 스포트라이트는 피해자를 가녀린 젊은 여성으로 그리면서 정말 지켜야 할 범죄 현장으로부터의 분리는 하지 않았다. 인터뷰를 허락받지 않은 상황에서 피해자를 만나 설득한 다음, “4년 전 문제의 호텔, 좀 더 정확한 기억을 위해 그 장소로 함께” 간 것이다. 

윤정주 소장은 “좋은 의도에서 출발했겠지만 피해자를 설득하고, 함께 피해를 당했던 호텔을 가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다”면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걸 상기하게 하고, 4년이 지난 지금 그 호텔에 가본들 뭐가 있겠나. 경각심 보다는 호기심만 유발하는 효과”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스포트라이트 관계자는 방송의 특성상 오해를 살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방송 나레이션에서는 “아직 인터뷰까지는 허락을 받지 못한 상황, 긴 설득 끝에 드디어 그녀는 용기를 냅니다”라고 나갔지만 실제로는 사전에 인터뷰 섭외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인터뷰 두 달 전부터 당사자에게 접촉을 시도했고 인터뷰 한달 전에 질문지를 보냈다. 호텔 현장 방문 역시 제작진이 심적인 고통에 대해 우려를 표했으나 당사자가 그날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싶다고 말했다”며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자극적인 재연 화면에 대해서도 “제작진도 재연을 여러번 찍을 정도로 고민이 많았다”면서 “미성년자이거나 본인의 동의가 없었다면 재연 화면을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신문 기사라면 달랐겠지만 방송의 특성상 화면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고 덧붙였다.

(4월11일 오후 4시19분 JTBC 스포트라이트 입장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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