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를 해체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권한을 확대하는 정부조직개편안이 유력하게 논의되는 가운데 ‘시청자 참여형’ 방통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일 국회에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실이 주최한 정부조직개편 토론회에서 한국여성민우회,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존 방통위 조직 대신 ‘방송통신이용자위원회(이하 방통이용자위)’설립을 제안했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대표는 “방통위, 미래부 재통합이 논의되고 4차산업혁명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강조되고 있지만 정작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질문이 빠져 있다”면서 “시청자가 참여하고 주도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방통이용자위는 정부부처인 방통위와 달리 기존 방송위원회처럼 민간 독립기구 지위를 갖게 된다. 기존 방통위 업무에서 ‘산업 진흥’을 빼고 방송통신의 공익성·공공성, 시청자 권익 보호, 수용자 복지를 주요 업무로 전담하게 된다.

▲ 시민사회단체들은 추혜선 정의당 의원실이 10일 주최한 정부조직개편 토론회에서 시청자 중심의 '방송통신이용자위원회'설립을 제안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 시민사회단체들은 추혜선 정의당 의원실이 10일 주최한 정부조직개편 토론회에서 시청자 중심의 '방송통신이용자위원회'설립을 제안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또한 추가적으로 △산하에 수신료산정위원회를 두고 수신료 제정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콘텐츠진흥원 등으로 나뉜 미디어 교육 통합 △마을미디어 등 대안미디어 정책 확대 업무를 전담하게 된다.

방통이용자위는 정부여당3, 야당2의 구도로 위원을 추천하는 기존 방통위 방식과 달리 정부 추천권을 없앤다. 대신 여야 교섭단체가 각각 위원 3명씩을 추천하고, 시민사회단체가 추가로 3명의 위원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시민단체안에 따르면 심의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방송통신이용자위원회에 통합된다. 통신심의는 폐지하고 방송심의는 최소로 하되 시민배심원제를 도입해 정부여당 주도의 심의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촛불의 요구인 직접민주주의를 일정 부분 제도권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업자들의 로비에 취약한 현재 방통위 조직으로는 이 같은 업무를 전담할 수 없다는 게 시민사회단체의 공통적인 견해다. 방통위는 이명박 정부 때 설립됐으며 방송정책을 시청자 중심이 아닌 사업자 중심으로 재편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강 대표는 “방통위가 ‘창조경제 전담부처’임을 자처하면서 지상파 UHD를 무료보편적서비스가 아닌 ‘한류 콘텐츠 확대’ 측면에서 접근한 게 대표적”이라며 산업 중심의 방송통신 정책을 비판했다. 노영란 매체비평우리스스로 사무국장은 “지금 방통위에서도 수시로 독립적인 위원회를 만들고 있지만 심사위원회로부터 탈락점수를 받고도 재승인을 받은 TV조선 사례에서 보듯 무력화 돼 있다”고 지적했다.

▲ MMS는 디지털 압축 기술을 통해 1개의 지상파 주파수를 쪼개 여러 채널을 서비스하는 개념이다. 그림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자료.
▲ MMS는 디지털 압축 기술을 통해 1개의 지상파 주파수를 쪼개 여러 채널을 서비스하는 개념이다. 그림은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자료.

박근혜 정부 방통위는 사업자 간 이해관계에 치중해 보편적 서비스를 외면하기도 했다. 시민단체들은 박근혜 정부 방통위가 ‘지상파 MMS’(Multi-Mode Service, 다채널서비스) 허용을 반대해온 점이 대표적인 사례라며 방통이용자위 설립과 함께 MMS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상파 MMS는 주파수 압축기술의 발달로 생긴 여분의 주파수를 활용해 지상파 채널당 추가 채널을 2~3개씩 늘리는 것을 말한다. 영국에서 MMS 도입으로 지상파 채널이 크게 늘어나 국민들이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고도 양질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돼 직접수신율이 올랐다. 그러나 방통위는 지상파에 채널이 늘면 종편 등 경쟁사업자의 광고가 줄어들 것을 염려해 광고가 없는 EBS2만 도입했다.

그러나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별도의 위원회를 설립한다는 발상이 비현실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김대식 KBS 대외정책부 연구원은 “시청자참여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동의하지만 어느 단체가 참여하고, 주도할 것인지가 논란이 될 것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토론자인 한석현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기존의 논의와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단기적으로 도입되지 않더라도 장기적인 목표로 두고 차기정부에서 제도를 보완할 때 고려사항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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