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점수에 미달된 TV조선은 법정제재를 지속적으로 받으면 재승인이 취소되는 조건부 재승인을 받았지만 정작 ‘선거방송심의’는 예외인 것으로 확인됐다. 조건부 재승인의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신영규 방송통신위원회 방송기반정책과장은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종편 재승인 조건을 보면 방송심의규정에서 오보, 막말, 편파방송 관련 조항을 어길 경우에만 위반한 게 된다”면서 “선거방송은 방송심의규정이 아닌 별도의 특별규정으로 제재를 받기 때문에, 예외 사항”이라고 밝혔다. 

실제 TV조선의 심의 관련 재승인 조건을 보면 오보·막말·편파방송에 해당하는 심의규정 9조, 13조, 14조, 27조, 51조 위반으로 인한 법정제재가 4건 이상이면 재승인 조건 위반이 된다. 선거방송도 적용하기 위해선 심의규정 뿐만 아니라 '선거방송심의 특별규정'에 대한 위반행위도 명시돼 있어야 한다는 게 방통위의 입장이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등 선거기간 방송은 공정한 심의를 위해 정부여당 주도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아닌 선거기간마다 꾸려지는 특별기구인 선거방송심의위원회에서 전담하게 된다. 선거방송심의위는 방송심의규정이 아닌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방송심의 특별규정을 근거로 심의한다.  

▲ TV조선 재승인 조건. 해당 심의규정 조항은 공정성, 객관성 등에 관한 것이다. 선거 기간 보도와 시사토크프로그램은 '선거방송 특별규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재승인 조건과 관련이 없다는 게 방통위의 입장이다. 자료=방송통신위원회.
▲ TV조선 재승인 조건. 해당 심의규정 조항은 공정성, 객관성 등에 관한 것이다. 선거 기간 보도와 시사토크프로그램은 '선거방송 특별규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재승인 조건과 관련이 없다는 게 방통위의 입장이다. 자료=방송통신위원회.

앞서 지난달 TV조선은 재승인 조건으로 ‘법정제재를 4건 이하로 유지할 것’을 부과 받았다. TV조선이 재승인 후 1년 이내에 법정제재를 4건 이상 받게 되면 시정명령을 받는다. 이후 6개월 단위로 재점검을 거쳐 또 다시 법정제재가 4건을 넘기면 영업정지, 재승인 취소 제재를 받게 된다.

신영규 과장은 “재승인 조건에 명확하게 규정돼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방통위가 의도적으로 속이지는 않았더라도 ‘선거방송심의가 예외’라는 점을 명확히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근본적으로 오보·막말·편파방송이 TV조선 재승인 심사에서 주된 결격 사유였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조건부 재승인이 됐다는 점에서 문제적 보도가 가장 많이 나오는 선거 기간을 제외한다는 점은 조건부 재승인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종편 재승인 심사위원회는 “TV조선은 오보·막말·편파 방송으로 인한 심의제재 건수가 월등히 많음에도 원인을 찾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려는 의지 부족하다”는 총평을 내린 바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종편 출범 이후 선거방송 심의 안건의 70%가 종편과 보도채널이었다. 20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제재를 내린 종편과 보도채널은 58건으로 19대 총선에 비해 10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지난 총선 기간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가 법정제재를 지속적으로 받은 점이 탈락점수를 받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 종합편성채널4사 로고.
▲ 종합편성채널4사 로고.

이 같은 재승인 조건의 맹점은 시민사회는 물론 방통위 내부에서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방통위 관계자는 “조건부 재승인 취지를 보면 선거방송 심의도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상식 수준에서 말이 되지 않는다. 선거방송을 예외로 하면 재승인 조건의 실효성이 없다”면서 “재의결을 통해서라도 선거방송 심의를 재승인 조건에 적용하지 않으면 국민적 분노를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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