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가 9일 자정 3분을 남겨놓고 경남도지사직을 사퇴했다. 정치권에서는 ‘꼼수 사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홍 지사는 보궐선거비용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마냥 그렇게 볼 수만은 없어 보인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홍 후보는 9일 오후 11시57분께 박동석 경남도의회 의장에게 인편으로 지사 사직서를 냈다. 박 의장은 경남선관위에 ‘도지사가 궐위 사실’을 통보하지 않아 원칙대로라면 오는 5월9일 대선과 함께 치러져야 할 경남지사 보궐선거는 무산됐다.

홍 후보는 10일 오전 10시 경남도청 대강당에서 열린 도지사 퇴임식에서 “여민동락하며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점은 참 아쉽지만 지난 4년4개월을 그리고 여러분을 잊지 않겠다”면서 “한 달 남은 대선 기간 동안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꼼수 사퇴’의 이유로 재정낭비를 들었다. 홍 후보는 10일 페이스북에 “안 써도 되는 도민의 세금 수백억이 낭비되는 사태를 막아야했다”면서 “내년 6월까지 중요한 정책은 결정해두었기 때문에 행정부지사가 대행해도 도정에 공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8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중앙선대위발대식 및 서울, 강원 필승대회에 참석한 홍준표 대선 후보가 입장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8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중앙선대위발대식 및 서울, 강원 필승대회에 참석한 홍준표 대선 후보가 입장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그러나 정치권은 물론이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10일 “비용 핑계는 말이 안 된다. 그건 홍 후보가 걱정할 일이 아니”라며 “민주주의 실현에는 비용이 들어간다. 경남도민의 참정권과 선택권을 박탈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절차적으로 맞지는 않지만 돈을 아낀다는 명분이 일부 보수층 정서에는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어차피 다른 근거를 들고 나와도 비판받는 건 똑같으니 돈 문제 하나만 겨냥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홍 후보가 보궐선거에 300억 가량 든다고 한 것을 두고 “경남도선관위는 지사 보선이 대선과 함께 치러지면 130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며 “홍 후보도 보궐선거로 당선됐는데 이렇게 다시 보궐을 만들어놓고 가는 게 맞나”라고 반문했다.

전문가들은 ‘속내’는 따로 있다고 분석했다. 보궐선거를 하게 되면 후보들은 전임 지사를 검증하고 비판하게 된다. 윤 실장은 “앞만 보고 싸워도 힘든데 뒤통수 방어까지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도 “경남도에서 여론이 안 좋기 때문에 보궐선거가 치러지면 홍 후보에게 불리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보궐선거를 하게 되면 야권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김성완 평론가는 “홍 후보가 대선에서 당선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며 “따라서 야권에서 도지사에 당선될 경우, 도지사만 야권에게 넘겨줬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2012년에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의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요한 평론가 역시 “홍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서 “하지만 보궐선거가 치러지지 않는다면 경남도에서는 여전히 주도권을 가진다. 이 주도권을 가지고 대선 이후에 보수진영 내에서 이뤄지는 권력구조 재편 과정에서 이용하려는 저의가 아닐까 싶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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