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를 위한 재단을 여성가족부에서 인가를 해줬다. K재단, 미르재단과 마찬가지로 새 정부는 화해치유재단에 대해 조사해야 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는 곧 들어설 새 정부가 그 첫번째 과제로 12.28 위안부 합의의 실체를 밝히고 화해치유재단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5년 12월28일 한일 외무장관의 ‘위안부 합의’ 발표 이후 계속되고 있는 일본의 고압적인 언사와 위안부 강제연행 부인, 그리고 소녀상 철거 요구는 ‘이면합의’ 없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외상은 최근 귀임한 나가미네 주한 일본 대사를 두고 “한국의 정권 이양기에 정부 수집에 한층 힘을 쏟고 차기 정권 탄생에 대비한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는데, 송 변호사는 이를 일본이 12.28 합의에서 쥐게 된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 변호사는 일본의 일관된 소녀상 철거 요구와 대사 귀국조치 등의 배경에 대해 “소녀상 이전, 철거문제를 어떻게 한다든지 위안부 강제연행을 일본이 인정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그런 핵심적인 쟁점에 대해서는 공동 발표문에 들어있는 않은 내용에 대한 협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된 화해치유재단의 위안부 피해자 회유 행태와 관련해 송 변호사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반드시 이 재단에 참여한 공무원과 부처들을 조사해야 한다”며 “국가의 기본권 수호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고 공무원이 피해자의 약한 부분을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변호사와의 인터뷰는 6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수륜아시아법률사무소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 송기호 민변 국제통상위원장  ⓒ 연합뉴스
▲ 송기호 민변 국제통상위원장 ⓒ 연합뉴스

-나가미네 일본 대사가 갑작스레 귀임한 의도가 무엇일까?

“위안부 합의, 이건 사실 합의가 아니고 공동발표일 뿐이다. 이 공동발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없었다면 이뤄질 수 없는 거였다. 일본으로선 그 공동발표의 버팀목이 무너지고 새로운 정부가 구성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자신들의 일정한 기득권을 잃지 않을까, 그 방법을 찾아보고 싶었을 것이다.”

-12.28 합의가 정권이 바뀐 이후에도 국제법적 효력이 있는지가 가장 궁금하다.

“12.28 공동 발표가 국제법적으로 구속력이 없다는 것은 정부로서도 부인하지 않는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도대체 이 공동발표의 법적 성격이 뭐냐, 이것을 정부에게 밝히라고 했다. 그 때 나온 자료를 보면 정부도 이게 조약이 아니라는 건 인정하고 있다. 구속력 있는 합의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새 정부가 이 발표에 구속되야 된다든지 법적으로 이를 준수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본질, 그 역사적 진실을 제대로 인정했는지다. 그래서 공통의 역사인식 위에서 그런 공동발표를 한 것인지가 가장 큰 쟁점이다. 일본이 위안부 강제연행, 일본 정부와 군의 관여를 제대로 인정하지도 않고 그런 공동 발표를 했다면 새 정부는 당연히 그러한 문제를 조사해서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일본에 대해서도 이것은 공통의 인식을 토대로 한, 또 역사적 진실에 기초한 합의가 아니라 지극히 역사를 왜곡하고 국제 인권법에도 반하는 것이라는 점을 확인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같은 중대한 국가 인권 범죄에 대해서 유엔총회의 결의라든지 국제인권법을 보면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배상과 사과가 전제돼야 한다고 돼 있다. 우리 새 정부는 그런 공동발표를 승계하지 않아야 한다.”

-국제법적인 효력이 없는 합의라면, 왜 박근혜 정부는 그런 합의를 강행했을까?

“구치소에 있는 사람이 대답해야 할 문제다. 우리 역사, 인권, 법치주의의 중대한 오점이고 왜곡다. 저도 묻고 싶다. 결국 미국의 큰 아시아전략이라고 본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미일동맹을 기본축으로 하는데, 여기 한국이 편입되는 것이 중국 봉쇄전략의 중요 고리라고 생각된다. 한국이 늘 일본과 긴장관계가 있었고, 결국 그 긴장관계의 핵심은 식민지 지배에 대한 일본의 역사 왜곡과 그에 대한 한국의 반발이다. 미국에서는 그걸 어떤 형태로든 정리하려고 한 게 아닐까. 한미일 삼각구도가 안정화되는데 12.28 합의가 필요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뭐 더 바랄 게 없을 것이고. 왜 한국이 따라갔느냐. 이건 미국의 역할이 컸을 거라고 저는 본다.”

-일본도 미국의 요구에 끌려간 것일까?

“저는 오히려 일본이 미국을 움직여서 한국을 움직였다고 보고 싶다. 일본 입장에서 국가에 의한 강제연행은 아니라는 전제, 또는 그것을 명백하게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안부 문제를 이른바 비가역적, 최종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더 바랄 게 없는 것이다. 이는 일본이 아시아나 국제무대에서 질서를 주도하려고 할 때 부딪혔던 장애물을 극복하는 것이 될테니까.”

-위안부 협상 문서 공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항소심이 예정돼 있다. 일단은 반드시 이겨야 하는 소송이기 때문에 항소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협상 문서가 있다는 것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나?

“그렇다. 그런 협의를 할 때는 때로는 일본에서 문서가 올 수도 있고, 한국측이 협의 내용을 정리한 내용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일본의 동의 없이 공개할 경우 한일 사이의 신뢰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런 말도 안되는 이유로 공개를 안했다. 정부는 1심에서 패소했다.”

-이면합의가 존재한다고 보나?

“그게 제일 큰 문제다. 이렇게 납득할 수 없는 공동 발표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말 그대로 이면합의가 있느냐는 바깥에선 알 수가 없는 거잖나. 최소한 위안부 문제의 본질에 대해서 한국과 일본 사이에 어떤 협의는 있었을 거라 본다. 이면합의라는 게 마치 별도의 합의서라는 게 있다는 것 보다는, 중요한 쟁점에 있어서의 협의가 있었을 거라고 본다. 소녀상 이전, 철거문제를 어떻게 한다든지 위안부 강제연행을 일본이 인정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그런 핵심적인 쟁점에 대해서는 공동 발표문에 들어있는 않은 내용에 대한 협의가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일본이 저렇게 나올 수가 없다.”

“12.28 공동발표 이후의 일본의 언행을 보면 유엔이라는 공식적인 기구에서 ‘강제연행 증거없다’, ‘10억엔을 줬으니 소녀상 철거하라’는 식이다. 그런데 공동발표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다. 그런데도 일본은 일관되게 그런 언행을 하고 심지어 대사를 자기들 마음대로 꽤 오랜기간 철수시켰다. 이런 일련의 행위가 공동발표에 들어있지 않은 협의, 별도의 의견교환에 있었을 거라 본다.”

-아베는 위안부 합의 후 “한국이 약속을 어기면 국제사회에서 끝난다”는 고압적인 언사를 보이기도 했다.

“결국은 두가지라 본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라는 게 전제돼 있을 것이다. 일본이 미국을 움직여서 한일간의 공동발표를 했고 한국이 이 틀을 깬다면 단지 일본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다. 미국이 나름 정리해놓을 틀을 한국이 흔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베가 말하는 국제질서라는 게 결국은 미국을 얘기하는 거 아니겠나.”

“두번째로 일본이 양국 사이에 그런 대단히 모욕적인 언행을 하고 나오는 것은, 한일간 협의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에게 말하지 않은 뭔가가 있다는 하나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일본의 행태는 대단히 무례한 언사다. 더구나 무슨 조약도 아닌데 말이다. 그럼에도 마치 이제는 관계가 거꾸로 역전이 되서 마치 일본이 더 떳떳하고 이 문제를 주도해 나가게 된 이런 전환점은 12.28 밖에 없다는 거다. 그럼 그 안에 아베의 저런 발언이 정당회 될만한 별도의 협의가 있지 않았나. 뭔가 일본에 약속한 부분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화해치유재단에서 고령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돈으로 회유하고 있는 사실이 보도됐다. 회유 과정에선 “다른 할머니들은 다 받았다”는 식의 거짓말도 동원한 게 확인됐다.

“그러니까 말이다. 과연 그 돈을 하나의 재단법인이 무슨 자격으로 주는건지, 그 돈의 성격이 뭔지가 문제다. 법적으로만 본다면 증여냐, 배상금이냐 일단 이렇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배상금이라 한다면 적어도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그런 배상금에 합의가 있어야 한다. 법인은 제3자일 뿐이다. 따라서 그 돈의 성격은 저는 일본 스스로도 배상금이라 하지 않았을뿐 아니라 우리 법을 보더라도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주는 어떤 법적 의미의 배상금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러면 이제 그 돈을 가령 한국의 여러 장학재단이라든지 사회복지재단처럼 사회복지 차원에서 돈을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는가. 아니다. 본질적으로 다르다.”

“위안부 피해자 분들은 대단히 고령이신데, 여기서 참 가슴 아픈 게 그 돈이 과연 피해자분들의 삶과 온전히 직결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실질적인 수혜자는 자손들이다. 결국 피해자분들이 돈을 받겠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자손들을 위한 것이거나 자신이 쓴다고 해도 민법상 부양할 책임이 있는 자손의 책임을 덜어주는, 결과적으로 다 자손을 위한 것이다. 그런 굉장히 약한 부분, 현실적으로 피해자 분들이 놓여있는 굉장히 약한 부분을 이용하는 거다. 결국은 또다른 인권침해다. 본인이 원하는 것은 명예회복과 진실된 사과인데, 그걸 단지 어떤 돈의 문제로, 받을거냐 말거냐로 가져간다.”

“화해치유재단의 성격이 기본적으로 외교부와 여성부의 국장이 당연직 이사로 돼 있고, 아예 정관에 국가의 지도감독이 명시돼 있기 때문에, 사적인 영역에서 이뤄지는 복지가 아니다. 국가기관이 주도하고 국가의 대리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가 피해자의 약한 부분을 이용해서 국가가 제대로 해야 하는 기본권 보호 의무를 저버리도록 하는 것이다.”

-화해치유재단의 법적인 성격 관련해서도 논란이 있었다.

“화해치유재단이 사용하는 돈의 성격이 적어도 우리의 내부 질서, 법치주의나 인권의 문제를 건드려선 안되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치유재단이 어떤 자격에서 일본 정부의 돈을 받는 것인지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치유재단의 법적 근거는 없는 거다. 결국 일본 정부를 위한, 왜냐하면 그 돈은 일본으로부터 나왔고 또 그 돈이 일본의 의사에 맞게 지금 쓰여지고 있는 거니까. 일본 정부를 위한 재단을 여성가족부에서 인가를 해 준 것이다. 인가과정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 K재단, 미르재단과 마찬가지로 새 정부는 화해치유재단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한다. 일본에서 들어온 돈 말고 국내에서 출연한 돈은 이사장이 냈다는 100만원이 전부다. 어떻게 100만원으로 재단이 설립되나. 재단이란 건 말그대로 사람들의 돈을 맡아서 출연하는 것인데, 이 재단은 한국에서 온 게 아니다. 아예 정관 1조에 일본 정부의 예산으로 거출된 자금으로 사업을 한다고 돼 있다. 그런 재단을 한국정부가 쉽게 인가를 해줄 수 있는 것인지, 인가의 정당성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한다.”

-화해치유재단의 이런 행태에 제동을 걸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반드시 이 재단에 참여한 공무원과 부처들을 조사해야 한다. 그 부처가 공무원법을 위반한 부분이 있는 것이다. 국가의 기본권 수호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고 공무원이 피해자의 약한 부분을 이용한 것이다. 넓게 보면 공무원법에서의 법질서 준수라든지 국민에 대한 봉사 의무,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 없는 사실을 기망을 했다면 이는 상당부분 직권남용도 있는 것이다. 실정법 위반 뿐 아니라 적어도 국가, 공무원의 역할에 충실하지 않은 행위인 것이다. 반드시 다음 정부에서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위안부 합의에 대해 다음 정부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12.28 합의 가운데 특히 일본의 강제연행에 대한 부인, 소녀상 철거에 대해 어떤 협의가 있었느지 그리고 치유재단 설입인가 과정 이런 부분은 반드시 새로 온 대통령이 먼저 내용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내용을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이런 이런 이유로 헌법이나 국제 인권법에 반하는 것이었다고 얘기를 해야 할 것이다. 그게 미진하다면 국회가 당연히 조사 의결을 해야 한다. 12.28 발표를 만든 자는 감옥에 가 있는데, 그 사람이 만든 위안부 공동발표는 계속 살아있다? 그럼 도대체 우리가 왜 그 사람을 감옥에 보낸 것인가. 이게 단순히 위안부 피해자의 문제만이 아니다. 심지어 위안부 피해자조차 국가로부터 기본적인 인권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국가라면 보통 시민들이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받는 것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가장 기본적인 인간적인 존엄성이 침해된 위안부 피해자들조차 이렇게 그분들의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존중되지 않는다면 그런 사회는 유지될 수 없는 거다. 당연히 새 정부, 새 대통령이 해야 될 첫번째 일이 12.28 공동발표의 실체를 조사하는 것이어야 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