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윤 기자는 연예담당이지만 사회부 체질이다. 2년 전 제보를 통해 접한 강용석과 도도맘의 불륜에 문제의식을 느껴 기사를 썼다. 그 무렵 강용석은 방송에서 공공연하게 자신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할 거라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그는 전직 국회의원이자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공인으로서 언론의 검증대상이 되기 충분했다. 강용석은 도도맘과 한두 번밖에 만난 적 없고 홍콩에도 간적 없다며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취재를 할수록 강용석의 거짓말은 명확해보였다.

기사를 쓰기 시작하자 강용석 측은 그해 8월 5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강 기자는 홀로 싸웠다. 언론사 소송은 보통 대표이사 등 회사를 상대로 진행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지만 강용석 측은 강 기자 한 명만 고소했다. 당시 변호를 이재정 변호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가 맡았다. 지난해 말 1심 법원은 강용석 측이 주장한 명예훼손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강용석 측은 민사소송 외에도 강 기자를 두 차례 형사고발했지만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종결됐다.

강용석은 명예훼손부터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가사소송법 위반까지 주장하며 법적 지식을 총동원했지만 기사에서 인용했던 방송사 캡처 화면에 등장한 강씨 아들의 초상권 위반이 인정돼 100만 원 배상판결이 난 부분을 제외하고는 기사에 흠집을 내지 못했다. “날 괴롭히기 위한 소송이었다.” 지난 5일 만난 강경윤 기자는 “법적소송이나 경찰조사는 내가 아무리 당당해도 굉장한 스트레스를 줬다”며 소송기간 중 불면증으로 힘들었던 지난날들을 회상하며 격한 단어를 내뱉었다.

▲ 강경윤 SBS funE 기자. ⓒ강경윤 제공
▲ 강경윤 SBS funE 기자. ⓒ강경윤 제공
강용석은 강 기자 외에도 자신과 관련된 의혹을 보도하거나 비판 보도했던 여러 언론사 기자들에게도 소송으로 대응하며 위축효과를 노렸다. 강 기자는 ‘본보기’였다. “많은 기자들이 내 사례를 보고 위축됐던 것 같다. 누군가 써줬으면 했지만 다들 위로만 해주고 아무도 기사를 쓰지 않았다.” ‘닥치면 고소’를 남발했던 강용석은 정작 방송에선 가정적이고 똑똑한 모습을 연출하며 자신을 피해자로 묘사하곤 했다. 돌이켜보면 아나운서 비하발언으로 무리를 일으켰던 그가 재기할 수 있었던 건 방송 덕분이었다.

강경윤 기자는 강용석을 비롯해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미지세탁을 위해 방송을 활용하는 사례들을 언급하며 “여기(방송)가 썩은 물 씻겨내는 곳도 아니고, 그런 사례가 다시는 나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방송은 대중을 눈속임하기 좋은 환경”이라며 “연예부에도 사회성 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강 기자는 지금껏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강용석에게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더욱 화가 난다고 했다. 강 기자는 강용석 측의 합의금 장사 논란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한 기자다.

“정말 눈물 날 정도로 절절한 사연이 50건이 넘게 메일로 들어왔다.  (강용석 측이) 그동안 댓글로 고소고발한 것만 제가 알기로 1000건이 넘는다. 경찰들이 오히려 고소당한 분들에게 화를 낼 정도였다.” 합의금 장사는 법이란 지식을 이용해 사욕을 채우는 반윤리적 행위로 아직 끝나지 않은 논란이다. 강 기자는 합의금 장사 논란을 일으킨 강용석을 가리켜 “변호사가 법을 희롱했다”고 비판했다. 강 기자는 강용석의 소송으로 더욱 단단해졌다. (관련기사=강용석 ‘모욕죄 합의금 장사’에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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