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제보자, 폭로자, 추격자들이 뒷이야기를 풀어놓는 자리가 마련됐다.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끝나지 않은 전쟁 : 최순실 1000일 추적기’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출판기념회는 안 의원의 지지자들로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최태민 목사의 아들 최재석씨도 참석했다. 

방송인 김미화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출판기념회는 사건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시간의 흐름 순으로 관련된 인물들에게 뒷이야기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첫 번째 초대손님은 박창일 신부였다. 박 신부는 안 의원에게 정유라와 관련된 승마계 상황을 제보한 인물이다. 

▲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포커스뉴스
▲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포커스뉴스
2014년 1월 15일, 박 신부는 안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큰일났다”면서 “지금 승마계가 쑥대밭이 됐다. 혹시 최순실이라고 아나? 그 딸이 승마선수인데 대통령이 직접 승마인들을 혼내주라고 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그때서야 최순실씨가 최태민 목사의 딸인 걸 알았다고 했다. 

고교시절부터 정유라의 라이벌이었던 김혁씨의 아버지도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그는 “최씨가 특검에 가서 태블릿피시를 쓰지도 못한다고 말했다는데 그 태블릿피시로 정유라 사진도 찍고 동영상 찍는 거 다 봤다. 승마대회 하는 사람들은 다 안다. 말도 웃을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이후 정유라씨가 이름을 바꾸면서 행방을 찾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러다 2016년 8월, 연구모임을 진행하던 교수들과 아이스크림을 먹던 자리에서 우연치 않게 “최순실이 딸 지도교수에게 찾아가 행패를 부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교수사회에 돌던 소문을 듣게 된 것.

▲ 박영선 더민주 의원이 '국회의원들이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촬영한 페이스북 생중계(라이브) 영상이 공개돼 누리꾼들이 분노하고 있다.  사진=김성태 의원 페이스북 영상 캡처/포커스뉴스
▲ 박영선 더민주 의원이 '국회의원들이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며 촬영한 페이스북 생중계(라이브) 영상이 공개돼 누리꾼들이 분노하고 있다. 사진=김성태 의원 페이스북 영상 캡처/포커스뉴스
이후는 국정조사다. 초대손님으로 참석한 박영선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안 의원은 구치소에서 최씨 접견을 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여성 의원들은 면접권을 가질 수 있었지만 남성 의원들은 그렇지 않았던 것. 박 의원은 “김성태 위원장에게 부탁을 했다”고 뒷이야기를 풀어놨다. 

박 의원은 “구치소에서 최순실을 만나기 직전에 안민석 의원이 안 보이는 거다. 그래서 김성태 바른정당 의원에게 ‘안민석 어떻게 됐냐’고 물으니 눈을 깜박깜박했다”면서 “그러다 구치소 들어가기 직전에 안민석이 나타나 내 어깨를 밀면서 ‘누님 갑시다’ 그랬다”며 웃었다. 

마지막 순서는 현재 최순실 재산을 쫒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주진우 시사인 기자,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 등이다. 안 의원은 “독일에 계시는 교포 한 분을 포함해서 우리끼리 독수리 오형제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안 전 청장은 “최씨 재산의 윤곽은 거의 파악했는데 구체적인 것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조사가 뒤따라야 한다”며 “(독일에) 가보니 대부분 차명으로 돼 있었다. 회사 이름도 몇 번에 걸쳐서 세탁을 했다. 부동산 형태도 있고 주식 형태도 있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 

▲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 2월 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12차 변론기일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노승일 K스포츠재단 부장이 2월 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제12차 변론기일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증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이번 국정농단 게이트에서 큰 역할을 한 노승일 부장은 신변의 위협도 느꼈다고 말했다. 청문회를 끝내고 집에 가는 길에 차량이 쫒아와 집 근처 공터에 차를 세웠는데 따라오는 차도 역시 공터에 주차를 하고, 노 부장이 골목으로 들어가자 그 차도 따라 들어왔다는 것이다.

이어 노 부장은 “2016년 10월부터 지금까지 달려온 시간이 5개월이 넘는다. 거침없이 쏟아부었다. 지금은 침묵의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면서 “가족들을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도 들지만 대한민국이 청렴하고 미래가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한다. 그 길에 같이 뛰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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