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가 지난 3일 발간한 ‘박근혜 정부 4년 검찰 보고서’에는 언론 권력 관련 검찰 수사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비판 언론은 어떻게 탄압했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참여연대는 2014년 세계일보가 터뜨린 정윤회 문건 수사,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세월호 보도 통제 관련 수사, 김재철 전 MBC 사장 배임 혐의 수사,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수사, 지난해 총선 당일 한 시민 기자의 투표 독려 칼럼을 편집했다가 기소된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관련 수사 등을 검찰권 오남용 사례로 꼽았다.

“한번만 도와주쇼” 이정현 수사 언제쯤?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현 무소속 의원)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 보도를 자제하라”고 압박했다. 청와대 권력이 공영방송 편성에 직접 개입한 사례로 언론시민단체는 지난해 5월 이 전 수석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역시 지난해 6월 KBS 보도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이 전 수석과 길환영 전 KBS 사장을 고발했다. 세월호 특별법에 따르면 검찰은 특조위가 고발한 날부터 3개월 이내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하나 관련 조항이 훈시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수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참여연대가 ‘권력 눈치보기 수사’로 꼽은 이유다.

▲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왼쪽)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사진=미디어오늘, ⓒ 연합뉴스
▲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왼쪽)과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사진=미디어오늘, ⓒ 연합뉴스
검찰의 잣대가 이중적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 2월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와 KBS 사장의 보도 통제에 저항했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집행부에 징역 1년 등 징역형을 구형해 구설에 올랐다. 

언론노조 KBS본부 집행부와 조합원들이 길 전 사장 퇴진 투쟁을 하면서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였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달 권오훈 전 언론노조 KBS 본부장 등에게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 전 수석의 방송법 위반 혐의 수사를 지휘하고 담당하는 곳은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다. 

현재 서울중앙지검장은 ‘파면 대통령’ 박근혜씨를 수사하고 있는 이영렬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이다. 이정회 서울중앙지검 제2차장검사, 박재휘 공공형사수사부장 등이 지휘 라인이다.

‘최순실 게이트’ 초래한 검찰

세계일보는 2014년 11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을 다룬 ‘정윤회 문건’을 보도했다. 최순실 남편 정윤회씨가 ‘십상시’로 불리는 청와대 인사 10명을 만나며 국정에 개입하고 있다는 의혹 보도였다.

검찰은 문건 진위를 따지기보다 박근혜씨 가이드라인에 따라 ‘문건 유출’에 초점을 맞췄다. 검찰은 2015년 1월 중간 수사 발표를 통해 문건 내용은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이 사설 정보지 수준의 정보를 짜깁기한 것으로 허위로 결론내렸다.

반면,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박관천 전 행정관 등을 문건 유출 주범으로 지목하고 재판에 넘겼다. 문건 유출에 초점을 맞춘 혹독한 검찰 수사는 문건 유출자로 지목된 서울경찰청 정보분실 소속 최경락 경위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재판부는 유출 문건이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하지 않으며 유출 문건 17건 가운데 1건만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참여연대는 “이 사건을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고 비선실세들과 박근혜 최측근이었던 ‘문고리 3인방’을 강력히 견제했다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은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검찰은 권력 부패를 막을 기회를 스스로 놓쳤고 대통령과 핵심 측근 세력 의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치 검찰을 극명히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정윤회 씨가 지난 2014년 12월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지방검찰청에 출석하며 조사를 앞두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 청와대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정윤회 씨가 지난 2014년 12월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지방검찰청에 출석하며 조사를 앞두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민중의소리)
당시 지휘 라인의 정점에 있던 김수남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총장으로 영전했다. 유상범 서울중앙지검 제3차장 검사, 임관혁 특수2부장(주임검사), 이준엽 부부장, 조대호·조용한·이일규·추의정·이승학 검사가 수사 담당 검사 및 지휘 라인이었다.

김재철 배임 봐줬던 검찰

김재철 전 MBC 사장은 2010년 취임 이후 명품 가방과 귀금속 구입, 호텔 이용 등 업무와 무관하게 사적 용도로 법인카드를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회사 돈 6억9000만 원을 사용하고 무용가 정아무개씨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등 7년 동안 20억 원 규모 특혜를 제공했다는 혐의였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2012년 김 전 사장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감사원도 감사원법 위반을 이유로 김 전 사장을 고발했다.

검찰은 김 전 사장의 주요 혐의가 사실이라고 확인했음에도 정식 기소가 아닌 약식으로 기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달랐다. 법원은 정식 재판을 해야 할 사안으로 판단, 기소됐던 내용은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됐다.

1심에서 업무상 배임과 감사원법 위반이 인정돼 징역6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으나 2심에서는 벌금 2000만 원으로 벌금형이 선고됐다.

▲ 2012년 MBC 파업 당시 김재철 MBC 사장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 2012년 MBC 파업 당시 김재철 MBC 사장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참여연대는 “보수 기득권이 공영 언론사를 장악하는 데 동조하고 권력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기자와 PD 등 언론 종사자를 탄압하는 데 앞장섰던 김 전 사장이었기 때문에 검찰도 최대한 가볍게 처리하려다 법원에 의해서 그 시도가 부당했다는 게 확인된 사건”으로 평했다.

당시 수사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가 맡았다. 당시 이영렬 남부지검장, 박균택 차장검사, 황현덕 부장검사, 나창수 주임검사 등이 지휘 및 수사 라인이었다.

산케이 영웅 만든 검찰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은 2014년 8월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씨의 ‘7시간 의혹’을 다뤘다.

한국 우익 단체들은 박근혜 명예를 훼손했다며 가토 전 지국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2014년 10월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김영한 전 수석의 업무일지에서 “산케이 잊으면 안 된다–응징해줘야 List 만들어 보고, 추적하여 처단토록 정보수집 경찰 국정원을 팀 구성토록” 등의 기록이 나올 정도로 청와대는 이 건에 극도로 민감했다.

▲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진=이치열 기자
▲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사진=이치열 기자
서울중앙지법은 2015년 12월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를 포기했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에 대한 어떤 비판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집권 세력 의도에 검찰이 철저히 따라가다보니 국제적 망신도 무릅쓰면서 검찰권을 남용했다”고 평가했다.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맡았었다. 김수남 지검장, 신유철 제1차장검사, 정수봉 부장검사(주임검사), 고필형 검사 등이 수사 검사 및 지휘 라인이었다.

‘나꼼수’ 희생양 삼으려던 검찰

2012년 대선 직전 새누리당은 박근혜 후보 가족 관련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로 주진우 시사인 기자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를 고발했다.

이들은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등을 통해 ‘박근혜 5촌 살인 사건’을 보도했다.

검찰은 또 주 기자가 2011년 10월 한 출판기념회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겨놓은 재산이 너무 많다. 얼추 따지면 10조가 넘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4년 서독 방문 시 서독 대통령을 만나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사자 명예훼손 혐의를 들어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의 완패였다. 1·2심 법원은 허위 사실임을 알고 말한 것이 아니며 의혹을 제기할 만한 근거가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참여연대는 “검찰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박근혜를 위해 검찰권을 남용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맡았으며 조영곤 지검장, 이진한 제2차장검사, 최성남 부장검사, 이건령 주임검사가 수사 및 지휘 라인이었다.

▲ 2012년 4월 10일 경희대 앞에서 진행된 '나꼼수 투표독려 번개' 모임에서 김어준 딴지일보 발행인과 주진우 시사인 기자의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2012년 4월 10일 경희대 앞에서 진행된 '나꼼수 투표독려 번개' 모임에서 김어준 딴지일보 발행인과 주진우 시사인 기자의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투표 독려’ 기사 편집했다고 기소한 검찰

투표를 독려하는 기사를 편집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사례도 있다. 김준수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는 지난해 4월 총선 한 시민이 세월호 모욕 후보, 성 소수자 혐오 후보, 반값 등록금 반대 후보에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투표를 독려한 기사를 편집했다가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4월 보수단체 한겨레청년단이 김 기자를 고발했고 당일 고발을 취하했다. 하지만 검찰은 인지수사로 전환하며 수사에 착수했다. 지난해 10월 검찰은 김 기자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오마이뉴스는 “검찰이 편집기자에게 기사 내용의 법적인 책임을 묻고 나선 대목에선 언론 재갈 물리기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며 “당장 내년엔 대통령 선거가 있어 후보 검증 등 선거 관련 보도 위축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월 김 기자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선고를 연기하면서 헌법재판소에 적용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참여연대는 “편집기자의 편집을 특정 후보 낙선을 위한 선거 운동으로 보고 기소한 것은 공직선거법 독소 조항을 기계적으로 적용한 것”이라며 검찰권 남용 사례로 꼽았다.

수사는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가 맡고 있으며 이영렬 지검장, 이정회 제2차장 검사, 이성규 부장 검사 등이 수사 및 지휘 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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