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은 제19대 대통령 선거 언론보도와 관련해 연속 칼럼을 게재합니다. 이번 칼럼 연재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언론정보학회 저널리즘학 연구회의 공동기획으로 진행됩니다. -편집자주

이제 5개 정당의 대통령 후보가 확정됐다. 후보등록을 마치는 4월 17일부터 후보자는 공식선거운동을 시작하게 된다. 이번 대선은 촛불 민심이 현실정치의 변화를 요구하는 정치 지형에서 치러진다. 그러나 그동안의 후보 경선 보도는 누가 후보로 당선될 것인가의 경주마식 보도와 정치공학 중심 보도에서 그리 달라진 것이 없었다. 아쉬움 가운데도 보도 관행의 변화 방향을 보여주는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현상이 있다.

‘팩트 체크 fact check’의 등장이다. 가장 적극적인 방송사는 2014년 가을부터 시작한 jtbc이다. 뉴스룸의 별도 코너로 운영되는 ‘팩트 체크’에 이어, 최근에는 기사 아이템으로 ‘대선 팩트체크’를 시작했다. ‘대선 팩트체크’ 기사는 카카오톡 플러스친구로도 제공된다. ‘대선 팩트체크’는 4일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며 선거 막판에 ‘샤이 보수’현상으로 인해 자신이 역전극을 일으킬 것이라는 홍준표 후보의 주장이 사실인지를 검증했다. 같은 날 ‘팩트 체크’는 홍준표 후보의 또 다른 발언을 검증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선거보조금 50억을 받은 뒤 자유한국당과 합당할 것’이라는 발언은 법적으로 후보사퇴는 가능하지만, 정당 간의 합당은 불가능하다는 것으로 판단했다.

SBS는 ‘사실은’이 있다. 2016년 12월 말에 시작한 ‘사실은’은 선거 관련하여 최근 문재인 아들 취업특혜논란(3월25일), 홍준표가 제기한 ‘문재인이 세월로 선사파산관재인’ 발언 (3월31일), 안희정 ‘시도지사 평가1위’ 근거 (3월31일), 신연희 구청장의 ‘카톡’ (4월4일) 등을 취재했다. 뉴스 홈페이지에 시청자가 검증요청 글을 게시하면 뉴스팀의 답글이 달린다. 패이지에 검증요청을 남기면 ‘가짜뉴스인지 거짓말인지’를 파헤쳐 주겠다는 것이다.


두 방송사 모두 아직까지는 후보자들의 선정적 발언을 검증하는데 중심을 둔 것으로 보인다. 막말의 주장을 마구 뱉어 내는 홍준표 후보가 사실 검증결과와 상관없이 가장 많이 언론에 노출되는 노이즈 마케팅를 노렸다면 매우 성공적이다. 이제 각 후보의 정책 공약을 구체적으로 검증하는 취재보도를 기대한다. ‘사실 확인’은 전통적으로 기자 취재과정에서 최우선의 기본 원칙이 되어 왔다. 이제 ‘팩트 체크’는 정치인의 발언과 정당 공약, 주요 공적 사안에 대한 후보자의 견해와 의견을 포괄하여 사실 여부, 현실 가능성, 합리성을 판단하는 새로운 취재 언어이자 취재기법으로 부상했다.

팩트 체크의 등장은 가짜뉴스가 유포되고 TV보다는 SNS를 이용한 뉴스 소비가 증가하는 미디어 환경 변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보도채널이 엄청나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심층보도와 탐사보도가 오히려 축소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공중파 방송의 보도태도가 가장 우려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MBC는 언급하기도 부끄럽다. ‘뉴스데스크’는 문재인 후보가 MBC를 비판하는 발언을 한 이후 전쟁을 불사하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은 작게, 안희정은 크게’ 한 불공정한 영상 편집(3월26일)도 논란이 되고 있다. 여기에 이른바 한국대표 공영방송 KBS는 이번 대통령 선거보도를 잘 해보겠다는 적극적 의지나 의욕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SBS와 비교해보아도 대표 공영방송 이름이 아깝다. 웬만한 방송사나 신문사에서 한다는 ‘팩크 체크’도 ‘아직’이다. 경영진 뿐 아니라 보도국, 그리고 일선 TV 제작진 모두 이번 정국에서의 소극적이고 무기력한 눈치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87년 민주화 운동에 무임승차했던 과거를 이번에도 반복하려는 것인지 의심을 떨칠 수 없다.

각 당의 대선 후보자가 결정된 날 당선자 인터뷰는 KBS 보도가 지난 이십여년 동안 거의 바뀌지 않았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KBS는 당선 후보자들에게 동등하게 약 3분 길이에 5개의 질문을 제시하고 답변을 들었다. 제한된 시간이라는 조건을 감안하더라도 메인 뉴스의 인터뷰는 후보자가 내세우고 싶어하는 주장을 일방적으로 유권자에게 전달하는 통로로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 미리 작성된 질문지와 미리 준비된 답변을 생방송으로 보여 준다고 그것이 생생한 현실을 전해준다고 할 수 있는가? 거의 모든 채널의 저녁 뉴스에서 후보 당선자를 상대로 동일한 형태의 질의응답 인터뷰가 반복되었다. 그만 보고 싶다.

▲ jtbc 4월4일 안철수 후보와의 인터뷰
▲ jtbc 4월4일 안철수 후보와의 인터뷰
jtbc는 4월4일 안철수 후보와의 인터뷰에서 광주경선에서의 불법동원 의혹, 선관위의 고발사태를 질문했다. 국민의당 관계자가 발언한 ‘정치공학에 의한 연대’와 ‘국민에 의한 연대’의 차이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후보자에게 직접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후보자의 예상과 준비 답변을 넘어서는 질문이었다. 보수 표심이 아니라 자신의 리더십과 비전으로 평가받겠다는 후보자의 발언에 ‘그러니까 그게 어떤거냐?’ 는 후속질문은 적절했다. 그러나 ‘정의에 보수나 보수가 어디 있느냐?’며 보수, 진보의 진영논리를 뛰어넘는 미래 비전을 가지고 있다는 안철수 후보자에게, 그의 대북 정책과 복지정책의 사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질문이 나오지는 않았다. 시간 부족이라고 하더라도 정말로 궁금했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지형을 넘어서는 안철수 후보의 정책 사례가 무엇인지! 유권자는 각 후보들의 주요 정책 공약의 차이가 무엇이며, 그 차이가 갖는 의미를 보도해주기를 ‘타는 목마름’으로 기다리고 있다. 광장에 촛불로 직접 민주주의에 참여했듯이 직접 알아보라고 하지 마라. 그것을 알려주는 것이 언론의 생업이다.

공영방송이 채워주지 못하는 목마름을 채워주는 것은 종편 정치토크쇼 프로그램들이다. 예능으로 시작하여 시사 교양이 된 <썰전>은 2개월 연속 시청자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썰전>은 유권자가 원하는 시사정보의 내용과 방향에 시사점을 주고 있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채널A의 <외부자들>이나 TV조선의 <강적들> 역시 시사 예능이라는 장르로 ‘팩트 체크’를 시도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은 정치적 행위의 연속이다. 정치가들의 담론과 행위 역시 일상의 언어와 의미로 해석되고 평가되어야 한다. 공중파 방송이 인기 포맷으로 등장한 정치토크쇼를 만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 백미숙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 백미숙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
보도 채널이 증가하고 SNS를 통한 뉴스 소비가 일반화 될수록 심층적이고 정확한 보도, 탐사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요구는 더욱 많아질 것이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이를 증명하고 있다. 팩트가 체크된 정보의 차별성과 신뢰성이 SNS 시대 선거 보도의 핵심이다.

※ 본 칼럼의 연재는 전국언론노동조합과 한국언론정보학회 저널리즘학 연구회의 공동기획으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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