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 지역MBC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지역 전문 프로그램공급자(PP)인 ‘지역MBC 슈퍼스테이션’(MBC NET)에 본사 낙하산 사장 선임 논란이 일고 있다.

주식회사 MBC NET은 지난달 31일 정기주주 총회를 열고 신임 대표이사에 윤길용 전 울산MBC 사장을 선임했다. 윤 사장은 울산MBC 사장 시절 MBC NET 감사를 겸하다가 지난달 울산MBC 사장 임기를 마친 후 MBC NET 사장이 됐다.

MBC NET은 현재 김일곤 MBC경남 사장 겸 지역MBC사장단협의회장과 함께 이진숙 대전MBC 사장이 이사를 맡고 있는데, 사장 선임에 있어선 사실상 본사 사장이 낙점한 인사를 추인하는 역할만 하고 있다는 게 MBC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MBC 한 관계자는 “이번에 MBC NET 사장엔 임기가 만료된 여러 지역MBC 사장이 욕심을 냈던 것으로 아는데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들과 돈독한 관계를 맺었던 윤 사장이 결국 낙점됐다”며 “방문진 이사들과 본사 (김장겸) 사장의 의중이 기획본부장을 통해 MBC NET 이사들에게 전달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 윤길용 MBC NET 신임 사장.
▲ 윤길용 MBC NET 신임 사장.
하지만 윤길용 MBC NET 사장은 울산MBC 사장 시절 업무추진비 등에 대한 비위 의혹으로 본사 감사까지 받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윤 사장이 울산MBC에 있는 동안 자신의 인사권자인 본사 사장을 비롯해 대주주인 방문진 고영주 이사장 등에게 업무추진비가 아닌 회삿돈으로 수차례 선물을 보냈다고 보도했다.(▶[단독] 울산 MBC 사장, 회삿돈으로 마련한 명품 넥타이·한우는 어디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MBC본부, 본부장 김연국)도 5일 비위 의혹이 있는 윤길용 MBC NET 사장 선임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MBC본부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이후 공영방송 MBC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부역자들은 서울 본사와 지역사, 관계회사 등의 요직으로 전리품 잔치를 벌이고 있다”며 “MBC NET도 예외가 아니다. 주총에 참가한 지역MBC 사장들은 이번에도 서울 본사가 내정한 윤 전 사장의 선임을 추인하는 거수기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다”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상법상 관계만 따져 봐도 전혀 지분이 없는 서울 본사가 무슨 자격과 근거로 MBC NET에 ‘낙하산 사장’을 낙점한다는 말이냐”며 “지역 사회에 대한 식견과 지역 콘텐츠에 대한 이해를 갖춘 인사들이 선임돼야 할 자리에 이런 덕목과 전혀 무관한 인사들이 벌써 세 번째 임명됐다”고 지적했다.

MBC NET은 양질의 지역MBC 콘텐츠를 전국으로 유통하고, 이를 통해 지역MBC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그런데 이 자리에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 몰락을 부른 장본인으로 비판받고 있는 윤 사장이 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MBC 구성원들이 반발하는 이유다.(▶MBC PD수첩 반대집회에 추선희와 주옥순도 있었다)

MBC본부는 “탄핵당한 정권에 부역한 대가로 승승장구해온 MBC 경영진은 지금이라도 인사 전횡에서 손을 떼라”면서 “숱한 악행을 디딤돌 삼아 영전한 윤길용 사장은 스스로 MBC NET을 떠나라. 최소한의 양심이나 죄의식이 있다면 스스로 물러날 때라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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