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OOO과 △△△ 사귀고 결혼설이 돌자 □□□ 아나운서가 방송사 윗사람들에게 ‘해사행위자랑 사귀는 사람을 아침뉴스 앵커로 써도 되느냐’며 문제 제기를 했다고 합니다.”

지난 2월 ‘카카오톡’ 등 SNS에서는 MBC 아나운서들과 관련한 정보가 돌았다. 사석에서 한 MBC PD는 정보지를 두고 “현재 MBC 상황을 보여주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2012년 MBC 파업 참가자와 그렇지 않은 자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감정적 갈등과 차별은 지난 5년 MBC 아나운서국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파업 참여자들에 대한 사측의 차별과 배제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직종이 아나운서였다. 파업에 참가한 아나운서들의 모습은 당장 방송에서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2012년 MBC 파업 중단 직후 “문지애, 오상진, 허일후 등 기존 MC 3명은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김철진 교양제작국장(현 원주MBC 사장)의 발언은 5년이 지난 지금 예고에 불과했다. 

MBC ‘PD수첩’ PD였던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달 국민TV에 출연해 “문지애 아나운서의 경우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아나운서국에서 일거리도 주지 않았다”며 “파업 이후 얼마나 힘들까 싶어 문 아나운서에게 전화한 적이 있다. 전화를 받는데 소리를 죽이며 ‘네, 부장님 이따 서점 앞에서 봬요’라고 하더라. 만나서 왜 그렇게 전화를 받았냐고 물어보니 ‘우리가 다 그렇다’라고 말했다. 파업에 참여했던 아나운서들은 정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어디 잠깐 나가면 감시의 눈길을 받았다”고 술회했다. 

이후 MBC를 퇴사한 문지애 아나운서는 지난 2015년 6월 tvN ‘현장토크쇼 택시’에 출연해 “파업이 끝난 이후 내가 회사에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존재가 됐더라”고 말했다. 

▲ 2012년 MBC 공정방송 파업은 MBC 아나운서국의 변곡점이었다. 2012년 이후 MBC를 퇴사한 김정근·김주하·문지애·방현주(왼쪽 상단부터)·서현진·오상진·최현정(왼쪽 하단부터) 아나운서. 사진=MBC·연합뉴스
▲ 2012년 MBC 공정방송 파업은 MBC 아나운서국의 변곡점이었다. 2012년 이후 MBC를 퇴사한 김정근·김주하·문지애·방현주(왼쪽 상단부터)·서현진·오상진·최현정(왼쪽 하단부터) 아나운서. 사진=MBC·연합뉴스
방송에 출연하지 못하는 상황은 아나운서들의 퇴사로 이어졌다. 박혜진·최윤영·서현진·나경은·오상진·최현정·문지애·방현주·김경화·박소현·김정근 아나운서는 2012년 이후 MBC를 퇴사했다. ‘남은 자’들은 업무와 무관한 부서로 좌천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 따르면, 변창립·강재형·최율미·신동진·김범도·김상호·박경추·오승훈(휴직)·황선숙·차미연·손정은 아나운서는 부당전보 상태다. 부당전보 내용을 보면 본래 업무와 관련이 없는 행정 업무·사업부서·주조 MD 발령 등이었다.

MBC를 떠나 MBN 메인뉴스 앵커로 자리를 옮긴 김주하 전 MBC 아나운서는 2015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MBC를 떠난 후배들을 언급하며 “자기 손으로 사표를 던진거니 마음이 아프다. 저도 그들과 같은 고민을 오랫동안 했다. 사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던 아픔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하 아나운서는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김재철 전 MBC 사장을 비판하는 피켓팅에 참여했다. 김주하 아나운서는 프리랜서를 선언한 동료 후배들을 향해 “예전에는 (아나운서들이) 사표를 쓰면 잘 먹고 잘 살아서 나간다고 했지만 근래의 후배들은 그게 아니었다. 눈물을 머금고 나갔다”며 “흘린 눈물만큼 얻는 게 있으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사 공백은 계약직 사원들로 메워졌다. 지난해 4월 계약직 6명을 채용했고 현재도 계약직 채용이 진행 중이다. 오랜 방송 경력으로 숙련된 전문 인력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계약직으로 새로 입사한 이들은 고용 불안을 겪고 있다.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실수를 해도 혹시나 정규직 전환이 불발될까 선배들이 조언도 해주지 못할 정도로 조직 문화가 위축됐다고 한다.

MBC는 스타 아나운서의 산실이었다. 그 배경에는 MBC 특유의 조직 문화가 있었다. 현재 MBC 아나운서국을 떠난 한 인사는 “MBC는 아나운서를 선발할 때 당장 어디다 배치해야겠다는 생각보다 그 사람의 가능성을 보고 선발했다”며 “부장·차장급 선배들은 후배들의 방송을 모니터하고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이에 대한 논의와 토론을 시스템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그러한 강점은 사라지고 아나운서의 ‘기능’만 중시하는 것 같은데 아나운서는 기계적 리딩만 하는 기능인이 아니”라며 “바닥부터 다져져 내공이 쌓이는 시스템과 조직 문화가 사라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MBC라는 브랜드 이미지가 스타 아나운서를 키우고 유능한 아나운서가 다시 브랜드 이미지를 키우는 선순환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오늘 취재에 “예민한 부분이라 응하기 어렵다”는 한 아나운서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 아나운서들 스스로 검열의 벽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길어지는 공백은 MBC 아나운서들의 고민거리다. 언론노조 MBC본부 관계자는 “1000대1 이상의 경쟁률을 뚫고 MBC에 입사해 시청자들을 최전선에서 만났던 이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방송을 하지 못하게 됐을 때 존재 가치에 대한 회의가 든다고 한다”며 “결국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야겠다’며 퇴사 결심을 하게 되는 이유다. 기자와 PD가 1~2년 쉬는 것보다 아나운서가 쉬게 될 경우 받게 되는 대미지(damage)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아나운서들이 다시 MBC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는 상황이야말로 MBC 정상화의 반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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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의 눈과 귀, 그리고 심장이 되고 싶었던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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