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현 중앙일보·JTBC 전 회장 대선 출마설이 또 불거졌다.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4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홍 전 회장의 ‘대선출마’를 공식화 한 것이다. 그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홍석현 전 회장과 통합 후보를 선출한 후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와 단일화에 나서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물론 정 이사장 발언이 홍 전 회장 등과 사전 논의를 거치거나 조율됐다고 단정할 순 없다. 하지만 특정 후보 이름이 거론되고, 통합 일정까지 제시된 점을 고려하면 홍 전 회장의 대선 출마 가능성은 현실화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대한민국에선 누구나 대선에 출마할 권리가 있다. 홍 전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는 유력 언론사 사주 출신인 데다 과거 ‘삼성 X파일’ 사건에도 연루된 ‘전력’을 가지고 있다. 홍 전 회장의 대선출마설 자체가 논란을 불러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삼성 X파일’ 사건이 무엇인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삼성 구조조정본부 본부장이었던 이학수 부회장이 홍석현 중앙일보사 회장과 만나 이회창 대선후보 측에 100억 원의 정치 자금을 전달하는 문제 등을 논의했던, 한국 사회를 뒤흔든 사건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국가안전기획부(현 국정원)에 의해 도청·녹음됐고, 관련 내용은 당시 이상호 MBC기자의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불법대선 자금 모집에 정치권과 재벌, 언론이 유착돼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 2008년 3월4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로 출두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08년 3월4일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 서울 한남동 삼성특검 사무실로 출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삼성 X파일’ 사건을 기억하고 있는 상황에서 홍 전 회장의 대선출마설은 당혹스럽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서 확인된 삼성의 정유라 지원에서 볼 수 있듯이 정치와 재벌의 유착은 과거보다 업그레드 된 형태로 여전히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특수한 관계의 언론사 사주였던 홍 전 회장은 자신의 과거에 대해 사과를 포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적이 있었던가. 홍 전 회장의 대선출마가 공식화 되진 않았지만 그의 출마설과 함께 많은 언론에 등장하고 있는 ‘통합정부’ ‘개헌’ 등의 주장이 공허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홍 전 회장 행보도 선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더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중앙일보와 JTBC 기자들의 반응이다. 홍 전 회장 대선출마설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있음에도 중앙일보는 보도에 소극적이고 JTBC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아직 대선출마가 공식화된 게 아니지 않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홍석현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어도 중앙일보와 JTBC가 현재와 같은 태도를 유지했을 지는 의문이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때와는 너무나 비교되는 보도태도다.

지난달 홍석현 대선출마설이 불거졌을 때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은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저희는 특정인이나 특정집단을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며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그 말에 담긴 진심과 선의는 충분히 믿고 싶지만 그 원칙이 지금 JTBC에서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이제 자문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손석희 보도부문 사장이 JTBC행을 결정했을 때 언론계에서 많은 우려가 있었다. 손석희 체제의 JTBC는 ‘삼성 비판’을 통해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다. 하지만 ‘홍석현 대선출마설’이 제기되고 있는 지금, 손석희 체제의 JTBC에 대한 또 다른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삼성을 비판했던 것처럼 자신들의 사주였던 홍석현 전 회장을 비판·검증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삼성 X파일’ 파문 때 중앙일보 기자들은 “언론이 특정 정파나 사주, 기업 등의 이해관계에 휘말릴 경우 엄청나게 큰 후유증을 겪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공정보도위원회 내부감시 활동 강화를 통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다짐을 중앙일보·JTBC 기자들은 현재 실천하고 있는가. 이제 그 답을 스스로 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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