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영방송 MBC 비판 발언 이후 '보복성 보도'를 쏟아냈던 MBC가 영상편집에서도 문 후보에게 불리한 편집을 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MBC는 지난달 26일 ‘뉴스데스크’ “민주당, 호남 경선투표 D-1…TV토론 ‘팽팽한 기싸움” 리포트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는 천안함 7주기를 맞아 각각 국립대전현충원을 참배했다”고 전했다.

두 후보는 각각 캠프 관계자들과 함께 현충원을 방문했는데 MBC는 문 후보 일행이 현충원에 들어서는 장면은 풀샷 줌인(먼 곳에서 전체 대상을 점차 확대하는) 방식으로, 안 후보 일행은 상반신 클로즈업(인물의 일부를 화면에 크게 나타내는) 방식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이는 선거 기간 방송에 있어 제작 기술상의 균형을 지키도록 한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이 규정 제11조에는 “선거에 관련된 모든 프로그램은 음향과 음성, 촬영, 화면구성, 조명 등의 기술적 측면에서 후보자나 정당에 대해 가능한 한 동등한 조건으로 제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MBC 선거방송 준칙에도 ‘촬영·화면 편집’ 부분은 “공정·균형을 유지하도록 충실한 화면 구성을 해야 한다”, “후보자들의 연설 화면은 동일한 규격을 원칙으로 하며 삽입 화면과 현장음도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지난달 26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위)와 안희정 후보(아래)가 국립대전현충원 참배를 위해 들어서는 모습.
지난달 26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위)와 안희정 후보(아래)가 국립대전현충원 참배를 위해 들어서는 모습.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와 MBC 기자협회·영상기자회로 구성된 ‘대선 보도 감시단’은 3일 낸 보고서에서 해당 리포트의 영상구성에 대해 “중립적인 풀샷에 양쪽 클로즈업 컷을 하나씩 사용하거나, 입장하는 장면은 문재인 쪽을 사용하고 참배하는 장면은 안희정 쪽으로 나누어서 균형 잡힌 영상구성을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 문장에 영상 두 컷을 이어 붙여놓으면, 영상의 맥락이 바뀐다”며 “‘일군의 무리가 현충원을 걸어 들어오는데 주인공은 안희정이다’는 식으로 무의식적으로 의미를 왜곡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영상기자회는 “영상편집의 기본도 무시한 행위”라며 “정치 보도와 같이 민감한 사안이나 형평성이 중요한 보도에서는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영상편집”이라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또 박근혜씨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되기 전 ‘뉴스데스크’ 보도에선 지나치게 박씨 측 입장을 대변했다고 지적했다.

그중에서도 지난달 28일 “‘증거인멸·도주 우려 없다’ 구속 사유 강력 반발” 리포트가 도마에 올랐다. MBC가 검찰의 구속사유에 대한 박씨 측 변호인의 반론 인터뷰를 4개나 연이어 배치하는 구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인터뷰 2개와 기사로 구성되는 게 일반적인 리포트 형식인데 이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크로스 토킹’ 수준이라는 게 MBC 기자들의 분석이다.

▲ 지난달 28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지난달 28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보고서는 “쟁점이 있는 보도를 할 때는 양쪽 주장의 인터뷰를 하나씩 배치하거나, 중립적인 인사의 인터뷰를 집어넣는 것이 일반적이다. 혹은 이어진 다른 리포트를 통해 반대의 입장을 전하는 식으로 균형을 맞춘다”며 “해당 리포트는 법적 다툼이 있는 쟁점 사안에 대해 한쪽의 시각적 이미지와 메시지만 연이어 구성하고 반대편의 주장은 일방적으로 배제해 버림으로써, 형식 면에서도 편파적인 리포트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MBC 시사·보도 프로그램 제작 실무 준칙을 보면 인터뷰할 때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대립된 의견을 가진 인터뷰 대상자들을 공평하게 취재하고 객관적 태도로 질문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영상기자회는 “인터뷰에 대립된 주장이 동등한 기회를 얻지 못하고 배제된다면 영상과 목소리가 없는 반대 주장은 내용에서는 물론 무의식적으로도 ‘정당하지 못함’, ‘숨어있음’, ‘소수’, ‘거짓말’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로 소구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고영태씨 수사와 관련한 “관세청 인사 개입? 檢, 고영태 본격 수사 착수”, “탄핵 전엔 안 하다가…고영태 ‘뒷북수사’ 비난” 두 개의 리포트(3월29일)에 대해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영장실질심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리포트를 중요하게 다루는 모습은 지난 겨우내 최순실의 것으로 판명 난 태블릿PC의 진위 여부를 계속 물고 늘어지던 모습과 흡사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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