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을 물지 않던 개가 주인을 물었다. 개가 문 주인은 이미 몽둥이를 국민에게 뺏긴 뒤였다. 헌정 사상 최초로 파면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를 구속한 검찰 이야기다. ‘국민의 칼’이어야 할 검찰은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국민을 향해 짖었다.

참여연대가 지난 3일 발간한 ‘박근혜 정부 4년 검찰 보고서’ 표지 이름은 “빼앗긴 정의 침몰한 검찰”이다. 2013년 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부실했던 ‘문제적 검찰 수사’ 종합판이다. 

참여연대는 인사권을 이용한 검찰 장악 실태를 보여주기 위해 ‘대통령비서실장-민정수석-법무부 장관-검찰총장’ 지휘라인을 수록했고 검사의 청와대와 법무부 파견 현황, 박근혜 정부 핵심 검찰·법무부 인사와 검사장급 이상 지휘부, 주요 지검의 중간 간부급 보직 이동 현황 등을 정리했다.

▲ 참여연대와 한겨레21은 3일 오후 7시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검찰보고서 발간 기념 토크콘서트 ‘국정농단 씬sin 스틸러, 검찰’을 열고 박근혜 정부에서의 검찰 행태와 개혁에 대한 전문가 견해를 모았다. 왼쪽부터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정환봉 한겨레21 기자. 사진=김도연 기자
▲ 참여연대와 한겨레21은 3일 오후 7시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검찰보고서 발간 기념 토크콘서트 ‘국정농단 씬sin 스틸러, 검찰’을 열고 박근혜 정부에서의 검찰 행태와 개혁에 대한 전문가 견해를 모았다. 왼쪽부터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 정환봉 한겨레21 기자. 사진=김도연 기자
사건 81개를 모아놓은 이번 보고서에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개인 비리 및 박근혜 게이트 연루·개입 의혹 수사, 청와대 관제 시위 및 어버이연합 불법 자금 지원 의혹 수사 등 최근 불거진 사건뿐 아니라 4·16 세월호 참사 책임 규명 수사, 세월호 참사 구조 활동 중 민간 잠수사 사망 사건 수사 등 세월호 관련 수사 등도 포함돼 있다. 

국정원의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수사, 해킹 프로그램을 통한 국정원의 국민 사찰 의혹 수사, 국정원 대선 개입 수사 등 무소불위 국정원에 대한 수사 역시 ‘면죄부 수사’ 목록 한 자리를 차지했다.

언론과 관련해서는 2014년 11월 세계일보가 터뜨린 정윤회 문건에 대한 수사,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세월호 보도 통제 관련 수사, 김재철 전 MBC 사장 배임 혐의 수사,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가토 다쓰야 전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수사, 지난해 총선 당일 한 시민 기자의 투표 독려 칼럼을 편집했다가 기소됐던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관련 수사 등이다.

▲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3일 오후 7시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린 참여연대·한겨레21 주최 검찰 개혁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3일 오후 7시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린 참여연대·한겨레21 주최 검찰 개혁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참여연대와 한겨레21은 3일 오후 7시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검찰보고서 발간 기념 토크콘서트 ‘국정농단 씬sin 스틸러, 검찰’을 열고 박근혜 정부에서의 검찰 행태와 개혁에 대한 전문가 견해를 모았다.

토론자로 참석한 검사 출신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2012년 대선 국면에서 불거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과 무단 공개 관련 수사를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황당했던 검찰 수사로 꼽았다.

김 의원은 “당시 국가 기밀 자료를 선거 유세장에서 그대로 읊어대던 김무성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의원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대신 검찰은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위반했다며 (참여정부 인사인)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 등을 기소했으나 결국 무죄였다”며 “MB정부에서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배임 혐의로 기소했던 사건과 비견될 정도로 황당했던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 참여연대와 한겨레21은 3일 오후 7시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검찰보고서 발간 기념 토크콘서트 ‘국정농단 씬sin 스틸러, 검찰’을 열고 박근혜 정부에서의 검찰 행태와 개혁에 대한 전문가 견해를 모았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은 매번 정권이 바뀌는 결정적 시기에 기여를 하려고 노력한다”고 비판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참여연대와 한겨레21은 3일 오후 7시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검찰보고서 발간 기념 토크콘서트 ‘국정농단 씬sin 스틸러, 검찰’을 열고 박근혜 정부에서의 검찰 행태와 개혁에 대한 전문가 견해를 모았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은 매번 정권이 바뀌는 결정적 시기에 기여를 하려고 노력한다”며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도입 등을 강조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2년 대선 직전 국정원 대선 개입 정황을 포착해 한 오피스텔에서 국정원 직원 김하영씨와 대치했던 민주당 의원들을 감금죄 혐의로 수사했던 사건 등을 꼽았다.

조 교수는 “검찰은 매번 정권이 바뀌는 결정적 시기에 기여를 하려고 노력한다”며 “문제의 핵심은 A인데 B를 수사·기소해서 국민 눈을 돌리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투표 독려 글을 편집한 오마이뉴스 기자를 선거법 위반이라고 기소한 것 역시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기자가 투표하라고 시민에게 이야기하면 범죄라는 논리는 엉터리”라고 비판했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보도로 한국기자상을 수상했던 정환봉 한겨레21 기자는 해경에 대한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수사,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현 자유한국당 의원)의 중소기업진흥공단 취업 부정 청탁 의혹 수사, 박원순 제압·반값등록금 차단 등 국정원의 정치 공작 문건 수사 등을 ‘문제적 수사’로 뽑았다.

▲ 정환봉 한겨레21 기자가 3일 오후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린 참여연대·한겨레21 주최 검찰 개혁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정환봉 한겨레21 기자가 3일 오후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열린 참여연대·한겨레21 주최 검찰 개혁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현재 세월호 사고를 취재하고 있는 정 기자는 “세월호 관련 수사들은 검사들이 수사를 잘할 수 있으면서도 ‘못하는 척하는 수사’들이었다”며 “세월호 첫 구조정인 123정 정장인 김경일씨만 기소(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했고 나머지 해경 책임자들에게는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수사를 맡은 광주지검 검사들은 나름 의지를 보였으나 2014년 당시 우병우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세월호 수사에 외압을 행사하는 등 윗선에 의해 수사는 통제됐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설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검찰 사회는 씨족사회처럼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안다”며 “별도 기관을 통한 사정이 필요한 이유다. 선출된 권력이 시험에 합격한 권력을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참여연대와 한겨레21은 3일 오후 7시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검찰보고서 발간 기념 토크콘서트 ‘국정농단 씬sin 스틸러, 검찰’을 열고 박근혜 정부에서의 검찰 행태와 개혁에 대한 전문가 견해를 모았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은 매번 정권이 바뀌는 결정적 시기에 기여를 하려고 노력한다”며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 도입 등을 강조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참여연대와 한겨레21은 3일 오후 7시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검찰보고서 발간 기념 토크콘서트 ‘국정농단 씬sin 스틸러, 검찰’을 열고 박근혜 정부에서의 검찰 행태와 개혁에 대한 전문가 견해를 모았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은 매번 정권이 바뀌는 결정적 시기에 기여를 하려고 노력한다”며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 도입 등을 강조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조 교수는 “과거 검찰과 비교하면 지금은 스폰서 문화가 많이 사라졌고 여성들이 대거 검찰 조직에 들어가 남성적인 마초 문화가 많이 약화됐다”고 평가하면서도 “하지만 민주화 이래 검찰 조직 자체가 흔들려 본 역사가 없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은 자정을 포기한 채 내부 비리를 스스로 덮으며 권력에 따라 표변해왔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시민들은 검찰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데 만약 공수처 설립을 국회가 관철시키지 못한다면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은 큰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자유한국당조차도 ‘공수처 설립이 안 되면 2018년 지방선거에서 실패할 것’이라고 느낄 수 있게 시민사회가 강력하게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 참여연대와 한겨레21은 3일 오후 7시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검찰보고서 발간 기념 토크콘서트 ‘국정농단 씬sin 스틸러, 검찰’을 열었다. 길윤형 한겨레21 신임 편집국장이 객석에서 토론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참여연대와 한겨레21은 3일 오후 7시 서울시민청 바스락홀에서 검찰보고서 발간 기념 토크콘서트 ‘국정농단 씬sin 스틸러, 검찰’을 열었다. 길윤형 한겨레21 신임 편집국장이 객석에서 토론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하태훈 참여연대 공동대표(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역 주민들이 검사장을 뽑는 ‘검사장 직선제’를 통한 검찰 민주화도 강조했다. 하 대표는 “검찰은 형사 사건의 입구, 법원으로 가는 길목을 꽉 잡고 있다”며 “민주적 정당성을 위해 검사장을 주민들이 뽑는다면 대통령 등 임명권자 눈치를 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 확보, 이를 통한 검찰 내부 민주화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기자는 “검찰은 검사의 수사 실패는 용서해도 항명은 용서하지 않는다. 특검에서 활약한 윤석열 검사가 대표 사례”라며 “청와대가 틀어쥐고 있는 인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검찰 조직에 큰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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