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뉴스를 보려고 하는데, 10권짜리 대하소설을 6권부터 읽는 기분이다.”

이변이었다.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열린 ‘서울 에디터스랩’에서 한겨레, 동아사이언스 등 언론사팀들을 제치고 20대 학생들로 구성된 프라이어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서울에디터스랩’은 글로벌 해커톤 ‘GEN 에디터스랩’의 한국예선으로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가 3인 1조로 참가해 선거와 관련한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대회로 미디어오늘과 GEN(GLOBAL EDITORS NETWORK), 구글코리아가 공동주최했다.

▲ 20대의 언어로 정치용어를 해설해주는 사전 서비스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한 프라이어팀이 제1회 ‘서울에디터스랩’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 20대의 언어로 정치용어를 해설해주는 사전 서비스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한 프라이어팀이 제1회 ‘서울에디터스랩’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프라이어팀은 ‘20대를 위한 정치용어사전’ 서비스를 제작했다. 위키백과처럼 이용자가 직접 ‘머그샷’ ‘적폐청산’ ‘오픈 프라이머리’ 등 정치용어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정알못’(정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을 ‘정잘알’(정치는 잘 아는 사람)로 만들기 위해 기획됐다. 지난 1일 오후 시상식 직후 프라이어팀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기획자 형나윤씨(홍콩대 정치외교학 전공)는 “진짜 우리 세대, 친구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물었고 정치뉴스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서 “가상의 타깃을 설정하고 서비스를 만든 게 아니라 내 주변의 친구가 원하는 것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한소영씨(서강대 아트&테크놀로지전공 석사과정)는 “최순실게이트를 계기로 정치에 관심이 생겼지만 알기 힘든 용어가 많았던 건 저도 마찬가지”라며 “우리들이 피부로 느끼는 문제점”이라고 설명했다.

타깃을 설정하지 않거나, 가상의 타깃을 설정하고 서비스를 만든 게 아니라, 실제 주변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든 것이다. 대하소설 비유도 형나윤씨가 지인에게 들은 얘기다. 심사위원단 역시 “명확한 문제의식을 갖고, 해법에 도달했다”면서 “정치에 관심이 높지 않은 세대를 위한 서비스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20대 정치용어사전 화면 갈무리.
▲ 20대 정치용어사전 화면 갈무리.

대중이 참여한 사전이라는 점에서 위키백과와 유사하지만 다르다. 개발자 신동민씨(서울대 산업공학전공 석사과정)는 “위키백과는 자세하게 설명하지만, 우리 서비스는 최대한 짧고 임팩트있게 설명한다. 위키백과처럼 공부를 해야 하는 게 아니라 재미있게 넘겨볼 수 있는 점이 다르다”고 답했다.

단순한 ‘사전’에 그치지 않고 관련 뉴스를 큐레이션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머그샷’ 용어에 대한 20대의 설명과 함께 ‘머그샷’이 언급된 관련 뉴스리스트를 보여주는 식이다. 형나윤씨는 “단어를 알고 나면 끝이 아니라, 뉴스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고 싶었다”면서 “‘정치뉴스를 읽어라’라고 하는 게 아니라 단어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된 다음, 뉴스를 통해 맥락을 알게 해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를 상용화하기에는 아직 과제가 남아 있다. 신동민씨는 “실제로 이용자가 얼마나 참여할지가 관건인데, 걱정이 된다. 정치라는 주제의 특성상 자칫하면 편향될 수 있어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 기획자 형나윤씨. 사진=김도연 기자.
▲ 기획자 형나윤씨. 사진=김도연 기자.
형나윤씨는 “퀄리티를 컨트롤하는 방법을 고민했다”면서 “단어 뜻을 입력하자마자 등재되는 방식이 아니라 ‘평가하기’ 기능을 통해 몇 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은 것만 등재되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단어 뜻을 ‘일반유저’와 ‘저널리스트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나눠 저널리스트 인증마크를 달아주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회 기간 멘토들의 아이디어가 반영돼 처음 계획보다 서비스가 발전하기도 했다. 프라이어팀은 지난달 31일 처음 발제를 할 때와 달리 1일 결과물을 발표할 때 히스토리 기능을 선보였다. 같은 용어라도 사건에 따라 의미가 변화하는 과정을 포착하는 것이다. 개발자 신동민씨는 “한 멘토분께서 ‘같은 용어라도 계속 뜻이 바뀔 수 있으니 이 흐름을 잘 담으면 좋겠다’고 해서 반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어떻게 뭉치게 됐을까. 지난 겨울 구글 뉴스랩 펠로우십(언론사와 청년들이 협업해 혁신적인 뉴스콘텐츠를 만드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개발자 신동민씨와 디자이너 한소영씨는 중앙일보와 협업을 통해 이용자 페이스북에 노출되는 언론사 비율을 분석하는 인터랙티브 기사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동민씨는 “우승할 거라고 생각 못했다. 이왕 시작했으니 결과와 상관없이 대회가 끝나고 나서도 서비스를 완성하자고 계획했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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