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같이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나서 노트에 스케치했는데 다른 결과가 나왔다.”

블랙박스팀의 디자이너 원호택씨의 말이다. 블랙박스팀은 ‘투표 게임’을 고안했는데 디자이너 노트에는 게임화면의 이미지, 전국지도가 보였다. 반면 개발자의 노트에는 기술적인 사항이 메모돼 있다. “저는 디자인파트니까 어떻게 시각적으로 구현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보는데, 개발자는 이게 가능한지 여부를 따지고 주요 사안을 메모하는 식이다.”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열린 ‘서울 에디터스랩’ 대회는 기획파트(편집국)와 기술파트가 협업하는 실험의 장이었다. ‘서울에디터스랩’은 글로벌 해커톤 ‘GEN 에디터스랩’의 한국예선으로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가 3인 1조로 참가해 선거와 관련한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대회다. 미디어오늘과 GEN(GLOBAL EDITORS NETWORK), 구글코리아가 공동주최했다.

▲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열린 ‘서울 에디터스랩’ 행사는 기술과 기획파트가 함께 협업하는 실험의 장이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열린 ‘서울 에디터스랩’ 행사는 기술과 기획파트가 함께 협업하는 실험의 장이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언론은 여전히 협업이 익숙하지 않다. 신문사 소속 한 개발자는 스타트업 업체 소속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언론사는 IT쪽 인력이 굉장히 부족하고, 사이트 하나 만드는 것도 기술과 기자의 협업이 원활하지 않다”고 말했다. 

언론사에서 근무했던 한 참가자는 “기획자가 콘셉트를 만들고 스토리까지 다 짜면, 그 이후에서야 디자이너와 협업을 한 다음 개발팀에 넘겨 퍼블리싱을 했던 게 이전의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대회를 통해 편집국 구성원과 개발파트가 머리를 맞대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건치신문팀의 기획자 이상미 기자는 “협업을 하니 나쁜점은 없고 좋은점만 있었다”면서 “기자 입장에서 기사를 쓸 때 단순히 텍스트로만 끝내는 게 아니라 서비스 측면에서 접근해 독자와 어떻게 소통해야할지 더 생각하게 된다. 보통은 콘텐츠의 확장성을 고민하지 않게 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상미 기자는 “기획단계부터 함께 논의를 하면 ‘개발자 입장에서는 어때요’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어때요’라고 묻게 된다”면서  “기획자 입장에서도 기술과 디자인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어떻게 논의를 해야 소통이 원활해질지도 계속 고민하게 된다”고 밝혔다. 

▲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열린 ‘서울 에디터스랩’ 행사는 기술과 기획파트가 함께 협업하는 실험의 장이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지난달 31일부터 1일까지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열린 ‘서울 에디터스랩’ 행사는 기술과 기획파트가 함께 협업하는 실험의 장이었다. 사진=김도연 기자.
블랙박스팀의 디자이너는 투표독려 게임에 시각효과로 전국 지도를 나타내 게임 이용자들의 지역별 참여도를 보여줄 것을 제안했다. 기획파트에서 모든 구성을 끝낸 뒤에 디자인에 전달만 했다면 반영될 수 없는 아이디어다.

스타트업 업체 소속 참가자들은 상대적으로 협업이 익숙한 분위기다. 모토디아팀의 한 참가자는 “스타트업 교육기관에서 아이템을 선정하는 것부터 (기술과 기획이) 소통을 하며 팀이 지속가능하게 하는 교육을 받은 적 있다”고 밝혔다.

프라이어팀의 개발자 신동민씨는 “원래는 개발자들끼리만 일을 하다 구글뉴스랩을 통해 협업을 시작하게 됐다”면서 “기획파트의 제안이 현실적으로 구현이 가능한지 여부를 설명하면서 기술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됐다. 대신 이제는 1,2,3번 등 예시를 들어주고 ‘이 중에서만 가능하다’는 식으로 설명을 한다”고 말했다.

대회를 진행하면서 각자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토론거리’가 되기도 했다. 한 팀의 디자이너는 “기획자가 꼭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협업을 하게 되면 모두가 기획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같은팀의 기획자는 “일을 하면서 느끼기에 탄탄한 기획력을 갖춘 기획자가 있는 팀과 없는 팀의 차이가 컸다”면서 “우리가 지금 각자의 생각이 달랐는데, 이걸 정리하는 기획자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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