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을 내정한 것으로 알려져 '부적절한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1일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황교안 권한대행이 김용수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을 청와대 추천 몫 방통위원으로 내정했으며 1일 임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김용수 실장을 정부 몫 방통위원으로 임명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면서 “인사소식을 들은 방통위 직원들 반응은 경악과 충격 그 자체”라고 말했다.

탄핵을 당한 정부에서 방통위원을 추천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방통위는 청와대2, 여당1, 야당2로 위원을 추천해 임명하는 구조다. 임명이 늦었던 고삼석 상임위원을 제외한 위원들은 지난달 임기가 끝났으며, 방통위원장도 이달 7일 임기가 끝난다. 황 대행은 청와대 추천 몫 2석 중 장관급 방통위원장을 제외한 차관급 위원 임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인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에 앞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국무총리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1일 성명을 내고 “황 총리는 대통령이 파면되고 구속까지 되었음에도 국정 농단 세력을 새 방통위원에 임명하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면서 “이는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을 앞둔 차기 정권에 대한 박 전 정권의 알박기 인사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용수 실장 내정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실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때 대통령 미래전략수석비서관실 정보방송통신비서관으로 재직하는 등 탄핵된 정부에서 요직을 차지했던 인사다. 또, 방송통신위원회 조직을 축소하고 미래창조과학부 출범에 앞장서 방통위 내부애서도 반발 여론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더불어민주당이 원인을 제공한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 황교안 대행이 위원을 추천하는 상황이 예견됐기 때문에 시민사회와 민주당 내 일각에서는 현직 방통위원들의 임기를 대선 때까지 연장하도록 여야가 합의하고 대선 이후 일괄 후임 인선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선 이전에 위원 임명을 시작하면 일부 위원은 대선 전 임명되고, 일부 위원은 이후에 임명돼 여야의 지위가 엉키게 되는 점도 문제다. 예를 들어 민주당이 추천한 김재홍 상임위원의 후임은 민주당이 대선 전에 추천할 수 있지만. 대선 후에 임기가 끝나는 고삼석 상임위원의 후임은 대선 이후 야당이 될 정당이 뽑게 되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민주당에도 손해다. 정권교체 후에 방통위원을 일괄 선임하면 집권 가능성이 높은 민주당이 정부여당 몫 3석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정부여당 몫 3석 중 1석(자유한국당 몫)을 이미 임명했고, 청와대 추천 몫 1석을 임명하면 민주당은 집권 후에도 청와대 추천 몫 위원장 1석에 대한 추천권만 행사할 수 있어 정부여당이 돼도 과반의석을 확보하지 못한다. 

이 같은 지적에도 민주당은 가장 먼저 민주당 추천 몫 후임 인사 선임을 강행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임명 과정에서 ‘내정설’이 불거졌고 당 내에서 ‘현 시점에서 임명이 부적절’하다는 반발 여론이 있어 선임이 보류된 상태다. 이후 자유한국당이 여당추천 김석진 상임위원 연임안을 통과시켰고, 황 대행도 후임 인선에 나서게 된 것이다.

언론노조 역시 “황 총리뿐 아니라 여야 모두에게 임기가 끝나는 방통위원의 임명권을 차기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고 계속해서 경고했다”면서 “그러나 경고를 듣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여야 모두를 비판했다.

임기가 6월 끝나는 고삼석 상임위원은 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김용수 실장이 임명되면 공식 및 비공식 회의 자리에 참석하지 않을 것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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