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홍렬 믿지 마시오.”

고(故) 허재원씨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고층 아파트 옆 공사장에서 죽은 채로 발견됐다. 그가 죽기 전 남긴 메모지에는 이홍렬 YTN 상무 이름 석자가 등장한다. “이홍렬 믿지 마시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다만 그의 기록은 유령회사(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일확천금을 노렸던 이들의 그릇된 욕망과 ‘검은 거래’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탐사보도 전문 매체로 자리매김한 뉴스타파는 지난 29일 “의문의 죽음에 얽힌 검은 커넥션”이라는 보도를 통해 허씨 죽음을 역추적했다. 뉴스타파는 법의학적 분석을 통해 자살이라고 알려진 사인의 허구를 파헤쳤다. 그 죽음의 배후로 인도네시아 석회광산을 둘러싼 이권 다툼을 의심했다. 이 광산은 2020년 이후 매년 300억 원이 넘는 영업 이익이 날 것으로 전망되던 곳이다.

▲ 뉴스타파 29일자 보도 갈무리. 페이퍼컴퍼니 오픈블루를 설립한 고(故) 허재원씨는 죽음 직전 “이홍렬 믿지 마시오”라는 글귀를 남겼다.
▲ 뉴스타파 29일자 보도 갈무리. 페이퍼컴퍼니 오픈블루를 설립한 고(故) 허재원씨는 죽음 직전 “이홍렬 믿지 마시오”라는 글귀를 남겼다.
허씨는 죽기 전 육성 녹음을 통해 광산의 명목상 주주를 현지인으로 했지만 실소유주는 자신이라고 밝혔다. 그러고서 허씨의 소유권을 이전받은, 같은 회사 소속 김아무개씨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의문의 죽음이다.

뉴스타파는 허씨가 페이퍼컴퍼니 ‘오픈블루’ 설립자이고 이 회사가 인도네시아에 있는 석탄을 수입해 한국전력공사 발전 자회사들에 납품해왔다는 사실, 이들이 무역을 통한 수익이 아니라 주가 조작과 투기 목적으로 자금을 끌어 모았다는 점 등을 세세하게 짚어냈다.

이 가운데서 주목하는 건 이 상무의 ‘차명 투자’다. 이 상무는 고인이 된 허씨와 오픈블루 실소유주인 유순열·이상엽씨와 친분이 있다. 유순열씨가 운영하는 설렁탕집은 이 상무의 단골집이었다. 이 상무가 어머니를 뵈러 시골에 내려갈 때도 그곳에 들러 설렁탕을 사가기도 했다.

이상엽씨와도 호형호제하는 ‘편안한 형’이었다. 이씨와 이 상무는 2011년 세계미래포럼 미래경영CEO과정을 함께 수료했다. 

허씨가 인도네시아에서 돌아오면 그와도 술잔을 나누는 사이였다. 뉴스타파 취재에 따르면, 이씨와 허씨는 한 달에 1억 원 이상씩 유흥업소에서 탕진했다. 최소 10억 원이 넘는 돈이 유흥으로 빠져나갔다는 증언도 있다. 거액의 술값은 인도네시아에서 보내온 돈으로 충당했다고 한다.

▲ 이홍렬 YTN 상무. 사진=뉴스타파
▲ 이홍렬 YTN 상무. 사진=뉴스타파
이 상무는 2014년 말 포장재 업체인 고려포리머 투자를 위해 이씨에게 1억 원을 입금했고 주식 제3자 배정은 유순열씨 이름으로 받았다고 했다. 2015년 1월 고려포리머 유상증자에 유순열 이름으로 투입된 금액은 20억 원이다.

당시 유상증자, 전환사채 발행을 계기로 이 회사 주가는 뛰었다. 보름여 동안 60% 이상 올랐다. 느닷없는 주가 폭등에 당시 한국거래소 시장감사위원회가 해당 종목을 주시했던 것으로도 알려졌다.

현행법 위반 소지가 크다.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제3조 3항을 보면, ‘불법재산의 은닉’, ‘자금 세탁 행위’, ‘탈법 행위’ 등을 목적으로 타인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6조에는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뿐만 아니라 오픈블루가 한국전력 발전 자회사들과 납품계약을 맺어왔다는 점, 2015년 1월 고려포리머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이뤄진 뒤 3월 한전 자회사 한국서부발전으로부터 석탄 수주계약(유연탄 공급계약)을 따냈다고 공시했다는 점 등을 미뤄봤을 때 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행위를 금지한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려포리머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동안 영업 적자(포괄손익계산서 기준 2012년 15억6000만 원, 2013년 30억 원, 2014년 12억 원)를 보던 회사였다. 2015년에야 3억여 원의 영업 흑자를 냈다. 매년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에 무슨 배짱으로 1억 원을 투자했던 걸까. 물론 이 상무는 “원금도 받지 못했다”며 “나도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이 지난 3월31일 서울 상암동 YTN 사옥 로비에서 이홍렬 상무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장이 지난 3월31일 서울 상암동 YTN 사옥 로비에서 이홍렬 상무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이 상무는 이씨에 대해 단순히 “석탄 사업가로 알고 있었다”며 주가 조작과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했지만 범죄 조직에 연루됐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들은 인도네시아에서 높은 가격을 주고 석탄을 산 뒤 한전에 싸게 납품했는데 이는 무역에서의 손해를 주가 상승으로 메우기 위함이었다. 

석탄 무역을 위해 끌어모은 자금을 다시 한국으로 보내 기업 인수, 유상 증자 및 투기와 주가 부양 자금으로 활용했다는 증언도 보도됐다. 국제 범죄 행각 과정에서 이권 다툼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허씨의 마지막 메시지 “이홍렬 믿지 마시오”가 예사롭지 않은 이유다.

▲ 언론노조 YTN지부 관계자들이 지난 3월31일 서울 상암동 YTN 사옥 로비에서 이홍렬 상무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언론노조 YTN지부 관계자들이 지난 3월31일 서울 상암동 YTN 사옥 로비에서 이홍렬 상무의 사퇴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뉴스타파가 공개한 허씨의 역송금 자금 내역을 보면, 허씨가 2014년 10월 3000만 원, 2015년 9월 1000만 원 등 모두 4000만 원을 환치기상을 통해 이홍렬 YTN 상무에게 보낸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 상무는 “숨진 허재원씨와는 어떤 거래를 한 사실도 없다”고 부인했지만 뉴스타파가 취재하기 전부터 그는 허씨의 타살 의혹에 대한 이야기도 알고 있었다.

2015년 1월 YTN 사내 ‘정보보고’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보고돼 있다.

“증권업계에서 산업용 수출포장업체 ‘고려포리머’가 올해 들어 급등세를 보인 배경에 YTN이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함. 고려포리머는 1월2일 900원이었던 주가가 7일 연속 상승해(상한가 3번 포함) 1475원까지 급등(61% 상승). 고려포리머를 인수한 업체 쪽에서 YTN 관계자가 뒤를 봐주고 있다고 투자자들에게 공공연하게 얘기하고 다닌다고 함.”

언론노조 YTN지부와 YTN기자협회는 사측에 이 상무에 대한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형사 고발도 검토 중이다. 이 상무는 지난 29일 사내에 입장을 낸 뒤로는 침묵 중이다. 미디어오늘 취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관련기사 : 이홍렬 YTN 상무, 차명 투자 통한 주가 조작 논란

이홍렬 YTN 상무, 차명통한 주가 조작 논란 등 무혐의

본지는 2017년 3월30일자 ‘이홍렬 YTN 상무, 차명 투자 통한 주가 조작 논란’ 제하의 기사 및 관련 후속보도에서 이홍렬 전 YTN 상무가 이상엽 씨로부터 받은 미공개 중요정보를 이용하여 상장회사인 고려포리머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차명으로 투자함으로써 금융실명거래법 및 자본시장법을 위반하고, 2017년 11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의문사한 허 모씨로부터 환전상을 통해 4천 만 원을 받아 외환거래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위 혐의는 모두 사실로 입증되지 않아, 이홍렬 전 YTN 상무는 2018년 3월29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부터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