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슬라이드 방식으로 정치후원금을 기부하는 서비스를 만들겠습니다.”
“선거공약을 시장상품처럼 만들어 비용이 얼마 드는지 따진 후 유권자들이 구입하는 서비스입니다.“
“다들 팩트체크 이야기를 하니까 우리는 반대로 ‘찌라시’ 플랫폼을 준비했습니다.”

인터랙티브 기사, 앱서비스, 게임까지. 31일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열린 ‘서울 에디터스랩’을 통해 틀에 박힌 딱딱한 정치기사 대신 선거와 정치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참신한 서비스 개발 경쟁이 시작됐다.

이 대회는 글로벌 해커톤 ‘GEN 에디터스랩’의 한국예선이다. 미디어오늘과 구글코리아가 공동주최했으며 해외대회는 미국의 뉴욕타임스, 영국의 가디언과 BBC, 스페인의 얼빠이스가 공동주최한다. 이달 31일부터 4월1일까지 이틀 동안 대회를 거친 후 우승팀은 오는 6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열리는 본선에 진출하게 된다.

▲ 31일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서울 에디터스랩’이 열렸다. 사진=이치열 기자.
▲ 31일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서울 에디터스랩’이 열렸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날 대회에는 기획자, 개발자, 디자이너 3인으로 구성된 언론사, 스타트업기업 소속 20팀이 참가했다.

독특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광고가 있는 ‘잠금해제’ 화면을 누를 때 뜨는 수익을 이용자에게 배분하는 서비스 ‘캐시 슬라이드’를 만든 스타트업 엔비티팀은 “캐시슬라이드를 정치에 응용하겠다”면서 캐시슬라이드 방식으로 정치인에게 후원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아사이언스팀은 후보자의 정책을 유권자들이 구입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이 팀은 “정책이 남발되는 경우가 있는데, 유권자들이 가격(비용)을 비교하고 자신에게 맞는 정책, 후보를 매칭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루비팀은 유권자가 원하는 정책과 공약을 실시간 크라우드 펀딩에 접목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대선 국면에서 후보자와 정책을 검증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서비스가 가장 많이 나왔다. 한겨레 소속 기획자 이화섭씨는 “대선이 얼마 안 남은 시점에서 한겨레를 비롯한 언론이 사용할 수 있는 현실적인 아이템을 고민하게 됐다”면서 “대선캠프에서 나오는 후보자의 발언, 역대 지지율 추이를 타임라인 형태로 보여주는 서비스를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바팀의 ‘구두피플’은 언론보도에 전달되는 정치인들의 말이 왜곡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한 정치인 발언모음 서비스를 고안했다. 기획자 이선웅씨는 “주관적인 기사가 아니라 날 것의 멘트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누구나 등록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단, 왜곡되지 않도록 반드시 음성이나 동영상을 첨부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말’이 아닌 ‘행동’에 주목하는 경우도 있었다. 건치뉴스의 기획자 이상미씨는 “복지, 교육 등 카테고리를 나눠 대선후보가 실제로 해온 의정활동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콘텐츠를 제작하겠다”고 말했다.

Team Citizoom은 이용자들에게 지역, 관심사 별로 맞춤형 의정활동 정보를 보여주고 정치뉴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기획자 이진표씨는 “스타트업 기업을 하면서 미국 기업과 협업해 미국 정치관련 서비스를 만든 적이 있어 이를 국내에도 적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엠로보팀은 관심사를 후보자 공약과 매칭해서 보여주는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

▲ 비즈한국팀이 실시간 팩트체크 서비스 구현 방식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비즈한국팀이 실시간 팩트체크 서비스 구현 방식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사회적인 현상을 극복하거나 이용하는 서비스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대선에 이어 한국 대선에서도 ‘가짜뉴스’ 논란이 불거지자 팩트체크 서비스를 고민하는 팀들이 많았다. 비즈한국팀, 사이버타임즈팀, 윙클팀은 ‘팩트체크 서비스’를 준비했고 아시아경제팀은 가짜뉴스의 흐름을 보여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작하고 있다. 윙클팀은 “방송이 나간 다음 며칠 후 팩트체크가 되면 늦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팩트체크를 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반면 모토디아팀은 ‘팩트체크’를 역발상으로 접근해 ‘찌라시’ 정보를 모아놓고 평가하는 ‘우리는 찌라시다’ 서비스 개발을 준비했다. 이 서비스는 “검찰수사에 대비해 서버를 어디에 둘지 생각했느냐”는 질문이 나오는 등 ‘걱정’을 사기도 했다. 

고질적인 네거티브를 활용하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뉴스래빗팀의 ‘대선 질병 관리 본부’서비스는 특정 후보자의 안티 유권자들에게 비판을 쏟아내게 해 후보자가 자신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만든다는 취지다.

젊은 세대에게 정치와 선거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서비스도 나왔다. 프라이어팀의 기획자 형나윤씨는 “정치에 관심을 갖고 싶지만 맥락을 잘 모르고 정치 단어가 어렵게 느껴지는 20대가 많다”면서 20대의 감성, 사고방식으로 정치단어들을 풀어내는 사전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 프라이어팀은 어려운 정치용어에 대한 20대판 사전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프라이어팀은 어려운 정치용어에 대한 20대판 사전을 만드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PD저널팀의 기획자 이혜승씨는 “SNS 투표 인증샷 프로필을 만드는 툴을 만들고, 툴을 이용한 유권자들의 지역, 성별 등의 데이터를 분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테러 이후 나온 페이스북 프로필에 프랑스 국기를 넣는 툴을 투표 인증샷에 응용한 것이다.

참가자들은 흥미요소를 극대화해 게임을 기획하기도 했다. 피키캐스트 출신 3명이 모여 만든 블랙박스팀은 “20대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게임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버튼을 난사하는 방식으로 투표버튼을 시간 내에 많이 누르고 지역별로 참여도를 드러내 투표경쟁을 펼친다는 콘셉트다. 서브라임팀은 이용자가 직접 정치인이 돼 통일, 외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을 마련하고 과제를 달성하면 표를 획득하는 게임을 만들고 있다.

선거에만 국한되지 않고 정치 전반을 견제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도 있었다. 천지일보팀은 정보공개를 활용해  정부부처의 예산과 사업을 보여주는 플랫폼을 기획하고 있다. 기획자 황시연씨는 “다양한 정보를 한 눈에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310팀은 ‘제보 플랫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20팀의 아이디어는 4월1일 오후까지 서비스로 구현될 계획이다. 우승팀은 1일 오후 7시에 발표된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미디어환경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언론의 어젠다세팅이 통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현실 문제를 드러내고 국민이 권력을 통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고민이 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번 대회는 단순히 1등을 뽑는 행사가 아니라 편집국(기획자)과 비편집국(개발, 디자인)의 장벽을 허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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