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청와대의 KBS 세월호 보도 개입에 침묵하는 간부들을 비판했던 정연욱 KBS 기자가 인사발령 무효확인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3민사부는 31일 정 기자가 지난해 11월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인사발령 무효확인 소송에서 정 기자 손을 들어줬다.

정 기자는 지난해 7월13일 기자협회 기고를 통해 “저널리즘 상식에 입각한 문제 제기조차 정치적인 진영 논리에 희생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이 모든 것을 초래한 장본인은 바로 지금 KBS 보도국을 이끌고 있는 간부들”이라고 비판했다. 

▲ 정연욱 KBS 기자(가운데)가 지난해 7월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KBS새노조 조합원 총회에서 민주 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정연욱 KBS 기자(가운데)가 지난해 7월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KBS새노조 조합원 총회에서 민주 선열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두 차례 전화를 걸어 “해경 비판 보도를 자제하라”고 압박한 육성 녹취가 지난해 6월 공개됐지만 KBS 간부들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었다.

이후 정지환 KBS 통합뉴스룸 국장(구 보도국장)이 정 기자에게 기고 작성 경위 ‘사유서’를 요구했고 KBS는 7월15일 일방적으로 KBS 제주방송총국 발령을 냈다.

3일 뒤 정 국장을 포함한 보도본부 국·부장단 일동 31명은 “외부 매체에 황당한 논리로 회사 명예를 실추시키는 기고를 하고서 아무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게 잘못됐다. KBS인으로서 KBS를 팔아 이름값을 올렸으면 당당하게 뒷감당도 하는 게 당연한 자세가 아니냐”며 정 기자를 비난하는 성명을 내어 입길에 오르내렸다.

▲ 정연욱 KBS 기자는 지난해 7월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 KBS본부의 보복인사 규탄 결의대회에서 “의연한 척하고 있지만 8년차 기자가 겪기에는 버거운 일”며 “종일 가슴에 화가 쌓인 채로 힘들게 지내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 정연욱 KBS 기자는 지난해 7월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광장에서 열린 언론노조 KBS본부의 보복인사 규탄 결의대회에서 “의연한 척하고 있지만 8년차 기자가 겪기에는 버거운 일”며 “종일 가슴에 화가 쌓인 채로 힘들게 지내고 있다”고 소회를 밝혔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본안 소송에 앞서 정 기자는 KBS를 상대로 인사명령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10월 “KBS는 인사규정이나 인사기준에 반해 정 기자로선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내용으로 인사발령을 했고 인사 과정에서 사전 협의나 통지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며 인용 결정을 내렸다. 

현재 정 기자는 제주총국에 있다가 가처분 인용 결정 이후 원 근무지인 KBS 경인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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