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가 31일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확정됨에 따라 그의 본선 경쟁력을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홍 지사 측은 부산·울산·경남의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대항마로 포지셔닝해 보수층 결집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권도전이 실패하면서 홍 지사는 보수세력의 히든카드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홍 지사가 자유한국당 후보로 확정된 것은 구 여권에서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가진다. 

홍 지사는 양자 대결 구도에 놓이면 문재인 전 대표를 꺾을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대내외적 상황은 정반대다. 

우선, 홍 지사는 언제든 피의자로 전락할 수 있는 인물이다. 지난 2월 서울고법 형사2부(이상주 부장판사)는 성완종 리스트 관련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홍 지사에게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홍 지사는 무죄 선고를 계기로 대선까지 출마하는 등 기사회생했지만 대법원 선고가 남아있어 한순간에 '범죄자'로 추락할 위험을 안고 있다. 

홍 지사는 반대편을 향한 폭로성 막말로 지지층을 자극시켜 결집시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일명 노이즈 마케팅이다. 하지만 이 같은 홍 지사의 전략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는커녕 대권주자의 품격 논란을 일으키면서 유권자로부터 외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비서실장이란 사람이 뇌물 받는 걸 몰랐다면 깜이 안되는 사람이고 뇌물 받는 것을 알았다면 공범 아닌가"라고 했던 지난 2일 발언이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확정 이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홍 지사는 경남도 무상급식 파동 때 문재인 전 더불어 민주당 대표와 대화한 경험을 언급하면서 "내용도 모르고 대책도 없고 아무 준비도 없이 왔다"며 "나도 당 대표를 해봤는데 어찌 당 대표가 분쟁지역에 가면서 대책 없이 가느냐, 무슨 대책을 갖고 왔냐. 쇼는 하는 게 아니다. 문 대표와 만약 본선에서 붙으면 10분 안에 제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를 깎아내리는 발언이다.

홍 지사는 앞으로도 문 전 대표를 향한 과격한 폭로성 발언을 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전략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홍 지사의 '막말' 전략은 부메랑이 돼 오히려 역효과가 날 공산이 크다.  그의 '전력' 때문이다. 

지난 2011년 7월 홍 지사는 총선과 대선에서 압승을 거두겠다고 일성을 밝히며 한나라당 대표로 취임했다. 뚜렷한 계파가 없었던 홍 지사가 대표로 취임하자 당정청 관계가 새로 정립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홍 지사는 취임하자마자 막말 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다. 그해 7월 14일 참여연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경향신문 기자의 질문에 막말을 늘어놔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민주당은 '한나라당 청년위원장을 지낸 이영수 KMDC 회장을 통해 지난 두 차례 한나라당 전당대회로 삼화저축은행 자금이 흘러갔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에 대해 경향신문 기자가 '이영수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는 적이 있냐'고 질문했다. 그러자 홍 지사는 "그걸 왜 물어, 너 진짜...너 진짜 맞는 수가 있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다. 이에 경향신문 기자는 민주당이 이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고 재차 질문하자 홍 지사는 분을 참지 못하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 버릇없이 말이야"라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이에 대해 "집권여당 대표의 언행이라고 차마 믿고 싶지 않은 언사다. 기자들의 질문은 일개 호사가의 물음이 아니다. 국민의 관심사를 대신해서 물어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홍 지사의 막말은 그치지 않았다. 홍 지사는 같은해 10월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언론 보도를 보면 아름다운재단이 2008년 촛불사태를 주도했던 좌파시민단체에 지원한 돈이 50억원가량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미 아름다운재단이 회계자료를 제출해 홍 지사의 주장은 근거 없는 내용으로 판명됐다.

2040 세대와 소통을 한다며 그해 10월 마지막날 대학생들과 타운미팅을 가진 자리에서도 홍 지사는 여성 차별적인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홍 지사는 자신의 과거 소개팅 경험을 얘기하면서 "이대(이화여대) 계집애들 싫어한다"고 말했다. 퇴진을 요구한 당내 인사를 향해서는 "꼴 같잖은 게 대들고, X도 아닌 게 대들고 패버리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2월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2월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홍 지사는 11월에도 기자들과 만찬 자리에서 "11월 내에 (한미FTA 비준) 비준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기자에게) 100만원을 주고, 처리하면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의 아구창을 날리기로 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해 홍 지사는 나경원 의원에 대해 "거울보고 분칠이나 하고 화장이나 하는 최고위원은 이번 전대에서 뽑아서는 안된다"고 말해 당내 분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결국 홍 지사의 막말 논란은 취임 5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하는 결과를 낳았다. 홍 지사는 당시 퇴임사에서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쇄신하고 내부 정리를 한 후 사퇴하고자 했으나 기득권 지키기로 매도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지만 막말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현재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상황에서 홍 지사가 막말을 내세워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전략을 수정하지 않으면 부메랑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홍 지사는 최근에도 막말을 쏟아내면서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지난 30일 식수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식수댐 건설시 지역 주민 반대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홍 지사는 "기자 양반은 3급수 드세요. 4대강 사업 때문에 녹조가 생겼다는 것은 무지의 소치"라고 쏘아붙였고, 특정 매체의 보도 내용에 대해서는 "허위 방송, 거짓말 방송"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다자구도에서 홍 지사는 10%포인트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이후 여론조사를 지켜봐야 하지만 일각에선 홍 지사가 과연 완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 부호를 찍고 있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28일 전국 만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다자구도에서 대선후보의 지지도를 물은 결과 홍준표 지사는 10.5%를 기록했다.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심상정 후보와의 5자 대결시 지지도를 물은 결과 홍 지사는 14.6%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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