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신’을 통해 미디어는 변화하고,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을까. 최근 중앙일보는 콘텐츠 제작 우선 순위를 디지털로 옮기며 기자들이 지면기사를 따로 쓰지 않는 ‘디지털 혁신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디어가 디지털 중심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여전히 한국 미디어는 미디어 전체 변화를 해석하는데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미디어 스스로 경제적 질문에 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구글과 미디어오늘이 공동주최한 ‘서울 에디터스 랩’에서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최근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미디어 수의 폭발적 증가 △소셜 미디어 확산 △모바일 미디어 소비 증가 등으로 인해 브랜드 인지도 확산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매대파워’가 사라진 것이다.

강정수 대표는 “브랜드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브랜드 전략은 ‘Go big or go home’(커지거나 사라지거나)으로 바뀌고,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드는 게 중요해졌다”며 “개별 브랜드에 대한 전통 방송 및 프린트 광고가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가 31일 서울 구글캠퍼스에서 열린 '서울 에디터스랩'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가 31일 서울 구글캠퍼스에서 열린 '서울 에디터스랩'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러나 미디어들은 여전히 미디어 전체 변화를 해석하는데 부족함을 느끼고 있고, 경제적 해답을 찾지 못한 상태다. 이에 미디어 기업들은 경제적 해답을 찾기보다 비용절감을 통한 해답만 내리고 있어, 인턴이나 파견직이 양산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강정수 대표는 미디어가 생산 및 소비 방식의 변화를 인식하고 이에 따른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광고와 미디어와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미디어 환경에서는 ‘광고→매체→독자’순으로 광고가 노출됐고, 독자는 제한된 광고를 ‘받아’볼 수밖에 없었다. 텔레비전, 케이블TV의 광고 노출 방식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모바일 소비가 늘면서 독자들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광고에 직접 노출된다. 특히 페이스북 등에서 제공하는 광고는 사용자의 취향이나 구매 내역 등을 고려해 노출하기 때문에 기존의 미디어들이 기업에서 받아 제공하는 광고들보다 효과가 높다. 광고효과가 높아지기 때문에, 기존의 광고를 ‘받아’ 제공하는 미디어 매체들과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매체와의 경쟁은 언제나 후자의 승리일 수밖에 없다.

▲ 미디어 광고 환경의 변화. 기존에는 매체가 광고를 받아 독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이었으나 현재는 광고가 수용자의 취향에 맞게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사진=강정수 대표 제공
▲ 미디어 광고 환경의 변화. 기존에는 매체가 광고를 받아 독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이었으나 현재는 광고가 수용자의 취향에 맞게 직접적으로 노출된다. 사진=강정수 대표 제공
이러한 전통매체의 특성 때문에 ‘디지털 혁신’을 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전통 미디어 수용자의 나이가 점점 노화되는 이유다. CNN 시청자의 평균연령은 61세, MSNBC의 경우 63세, FOX News의 경우 67세인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스스로를 “(나이트)클럽에 있는 할아버지”에 비유하기도 했다. 젊은 독자에게서 “중요도(또는 관련성)”(relevance)를 잃었다는 지적인데 아무리 ‘혁신’을 하더라도 결국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강정수 대표는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서의 핵심은 결국 모바일과 영상이라고 강조했다. 강정수 대표는 “가장 최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의 업데이트를 보면 ‘스냅챗’이 사용하는 영상 위주의 SNS 사용방식을 모방했다”며 “이미지와 텍스트 위주의 SNS 환경은 비디오로 바뀌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 대표는 “소비가 모바일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모바일 DNA를 갖지 못하면 미디어의 경제적 문제는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정수 대표는 “현재 오래된 미디어모델들이 망가지고 있고 어떤 답도 없는 상황”이라며 “어떤 것이 성공할 것인지 알 수 없고, 현재 미디어들이 하고 있는 실험들이 시간이 지나고 누적되면서 새로운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강 대표는 “기술자와 미디어와의 협업을 실험하는 오늘 ‘서울 미디어랩’과 같은 실험 시도들이 저널리즘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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