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파면에 이어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수감된 박근혜씨에 대해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대표신부는 31일 “함께 살자고 외치던 사람들을 쓰러뜨리더니 자신은 탐욕과 어리석음으로 파멸했다”고 말했다.

김인국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대표신부는 이날 오전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결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었다”(요한복음 1장5절)고 강조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지난 2013년 국정원의 불법대선개입 사건 책임을 물어 박근혜 대통령 사퇴촉구 시국미사를 잇달아 개최한 데 이어 이듬해 세월호 참사가 터졌을 때도 시국미사를 이어갔다. 단식기도회를 연 적도 있었다.

김 신부는 박근혜 구속에 대해 “사제단의 태생이 반유신 독재 투쟁이다보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며 “박근혜 구속으로 말미암아 길고 지루한 유신시대 종언을 맞이한 듯해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이 확정된 3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사진공동취재단
▲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이 확정된 3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박 전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사진공동취재단
김 신부는 “박정희는 우리 손으로 끝내지 못했지만 박근혜는 우리 손으로 끝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며 “결국에는 우리 손으로 하지 못하면 ‘인저리타임’이 붙는다. 박근혜 시대는 유신독재의 인저리 타임이었다. 이를 우리 시민들의 손으로 마감 지은 것에 대해 큰 의의를 두고 싶다”고 평가했다. 김 신부는 “비로소 대한민국이 어둠에서 벗어나고, 박정희 시대라는 가위눌림에서 벗어난 것”이라며 “특히 304명의 희생자, 백남기 선생 등 이런 귀한 목숨을 다 희생하고서야 얻은 승리였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박정희에 열광하고, 박근혜를 지지하는 마음 속에는 사람들의 욕망이 있었다”며 “그런 욕망을 반성해야 한다”고 경계했다. 그는 “그(박근혜)가 떠나는 날 세월호가 돌아온다는 말과 같이 무서운 섭리가 이뤄진 것”이라며 “결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었다(요한복음 1장 14절)”고 평가했다.

특히 김 신부는 “아버지는 분신에 의해 최후를 맞았다면, 박근혜는 자신의 욕망의 한방을 맞고 무너진 것”이라며 “권력을 갖고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부정축재 뿐이었다. (부패한) 권력은 그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인간의 욕망이 인간을 어리석게 만들었고, 어리석음이 박근혜를 파멸로 몰고 갔다. 박근혜의 구속은 탐욕과 어리석음의 결과물”이라고 개탄했다.

김 신부는 “교회 입장에서 볼 때 그동안 박근혜가 괴롭힌 사람들은 함께 살자고 외쳤던 사람들이었다”며 “용산참사 희생자, 쌍용차 희생자, 세월호 가족, 고 백남기 선생 모두 ‘여기도 사람이 있다, 같이 살자’고 목소리를 냈던 사람들이었는데 박근혜의 주먹에 맞고 쓰러졌다”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이번 일을 계기로 권력의 속성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가 됐다며, 어느 권력이든 감시하고 되돌아보고, 성찰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권력의 주인은 우리여야 하며 일탈한 권력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 김인국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당시 옥천성당 주임신부)가 지난 2015년 5월1일 미디어오늘과 창간 20주년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최창호 'way' 사진작가
▲ 김인국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당시 옥천성당 주임신부)가 지난 2015년 5월1일 미디어오늘과 창간 20주년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최창호 'way' 사진작가

향후 과제에 대해 김 신부는 “박근혜 시대를 과거로 돌리고 새날을 맞이하자면 그동안 아주 깊이 박혀있거나 눈에 보이지 않게 널리 퍼져있는 뿌리를 뽑아야 한다”며 “그런데 이게 잘 안뽑힌다. 선거제도 개혁과 같은 정치제도 등의 개혁이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면(3월10일)부터 구속(3월31일)까지 딱 21일이 걸린 것을 두고 김 신부는 “삼칠일(21일)은 곰이 사람이 되는 기간인 것처럼 이제부터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하늘이 열린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며 “아직 형이 확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는 한판 승부가 아니다”며 “새벽 3시 발표를 위해 밤샌 사람들처럼 깨어있는 마음가짐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