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퍼스트를 지향해선 안 됩니다.” 언론이 ‘모바일 퍼스트’ 구호를 외치며 혁신작업에 나서는 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의 콘텐츠 전략 컨설팅 업무를 하는 업체인 박스앤위스커의 강규영 대표는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열린 ‘서울 에디터스랩’ 행사에서 “모바일 우선이 아닌 ‘콘텐츠 우선’ 전략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에디터스 랩’은 기자, 개발자, 디자이너가 협업을 통해 뉴스 서비스를 제작하는 국제대회 ‘GEN 에디터스랩’의 한국 예선이다. 미디어오늘과 구글코리아가 공동주최한 한국 예선에서 참가자들은 선거 관련 뉴스서비스를 개발하는 미션을 31일부터 이틀 동안 수행하게 된다. 해외에서는 미국의 뉴욕타임스, 영국의 가디언과 BBC, 스페인의 얼빠이스가 공동주최한다.

▲ 강규영 박스앤위스커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열린 ‘서울 에디터스랩’ 행사에서 ‘콘텐츠 우선’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 강규영 박스앤위스커 대표가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열린 ‘서울 에디터스랩’ 행사에서 ‘콘텐츠 우선’ 전략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그는 “모바일퍼스트라는 가치는 마치 ‘이 웹사이트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최적화돼 있습니다’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모바일 시대가 가면 모두 의미 없는 콘텐츠가 된다”면서 “스마트워치 같은 게 활성화되면 모조리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현재의 디지털 저널리즘을 인터넷 초창기 때 언론이 종이신문을 PDF로 올리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지적하며 “디지털은 잠재력이 큰데 아직 종이신문 중심”이라고 꼬집었다. 여전히 종이신문 때 만들어진 텍스트 위주의 기사 형식을 유지하고 있고, 이미지도 신문기사에 최적화돼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강 대표는 “기사를 텍스트 덩어리로 두는 게 아니라 재가공이 가능한 콘텐츠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 곳곳에 태그가 입력된 것처럼 메타데이터를 추출해 ‘장소’ ‘시간’ ‘인물’ ‘발언’ 등을 구조화해 구성 자체를 바꾸면 디지털의 특성을 살릴 수 있고 매체환경이 변화해도 재가공하기 쉽다는 것이다. 

그는 디지털 환경에 맞는 기사로 ‘복잡계 저널리즘’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복잡계 저널리즘’은 김낙호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교수가 2010년 만든 용어로 기자가 하나의 관점을 정해 대중에게 전달하는 기존의 뉴스전달 방식을 벗어나 여러 층위와 이해관계를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최순실 게이트라는 사건이 있으면 게임업계 관계자는 ‘넥슨게이트’에 대한 정보를 바랄 것이고, 이화여대 학생이라면 ‘미래라이프 대학문제’에 집중할 것이다. 언론계 종사자라면 ‘언론과 권력의 관계’에 관심을 갖고 있다.

강 대표는 “이처럼 다양한 관점을 제대로 드러내는 게 언론의 과제”라며 “최근 KBS가 만든 ‘최순실 게이트 그래프’가 기초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KBS의 해당 디지털 기사는 최순실 게이트 인물관계도인데 ‘삼성 합병’ ‘정유라 승마지원’ 등 여러 관점으로 살펴볼 수 있게 했고, 인물을 클릭하면 해당 인물을 중심으로 관계도가 재구성된다.

아이린 제이 류(Irene Jay Liu) 구글뉴스랩 팀장은 디지털에 최적화된 기사로 ‘데이터 저널리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독자들은 언론이 데이터를 분석해주고 시각화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아이린 제이 류(Irene Jay Liu)구글뉴스랩 팀장은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열린 '서울 에디터스랩'행사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아이린 제이 류(Irene Jay Liu)구글뉴스랩 팀장은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구글캠퍼스서울에서 열린 '서울 에디터스랩'행사에서 ‘데이터 저널리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아이린 팀장은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의 공기질 분석 데이터 저널리즘 기사가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그는 “홍콩 정부가 ‘공기오염이 줄었다’는 데이터를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체감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홍콩 전반의 공기질이 개선됐지만 정작 사람들이 생활하는 도로변의 공기오염은 더 심해졌다는 점을 알게 돼 기사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이 만든 데이터의 맹점을 데이터로 반박하고 독자들의 의문을 해소한 것이다. 

그는 데이터저널리즘이 단순한 인포그래픽을 보여주는 수준을 넘어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은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을 접목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처럼 (홀로그램을 통해) 콘텐츠를 보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면서 “우리는 오늘날 저널리스트로서 이 같은 흐름에 뒤쳐지지 않도록, 새로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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