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9월20일 한겨레 ‘비선실세’ 최순실 보도 → 10월24일 JTBC ‘태블릿PC’ 보도 → 10월29일 최초 ‘박근혜 탄핵’ 촛불집회 → 10월31일 ‘독일 도피’ 최순실 귀국 → 11월17일 국회 ‘특검법’ 가결 → 12월9일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 12월21일 박영수 특검 수사착수 → 2017년 2월28일 특검 수사 종료 → 3월10일 ‘박근혜 대통령’ 파면 → 3월21일 박근혜 최초 소환조사 → 3월27일 구속영장 청구 → 3월31일 서울 구치소 구속

‘국정농단 몸통’으로 지목된 전 대통령 박근혜씨가 전격 구속됐다. 지난해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사태’가 폭로된 지 6개월, 탄핵소추안이 인용된지 21일 만이다. 측근 수사, 특검, 탄핵을 거쳐 재판 국면에 임박한 국정농단 사태는 수 개월 후 박씨에 대한 유·무죄 선고로 최종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 파면된 전 대통령 박근혜씨가 3월30일 오전 10시20분 경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사진=포커스뉴스
▲ 파면된 전 대통령 박근혜씨가 3월30일 오전 10시20분 경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사진=포커스뉴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31일 새벽 3시경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영장실질심사가 종료된 지 8시간 여 만이다. 강 판사는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 요지를 밝혔다.

이로써 박씨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세번째로 구치소에 수감되는 전직 대통령 기록을 남기게 됐다. 박씨는 헌정 사상 최초로 임기 전에 파면된 전직 대통령이자 최초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 불명예도 함께 남겼다.

박씨는 영장이 발부된 지 1시간 30분 여 후인 새벽 4시29분 경 검찰이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검은색 차량을 타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출발했다. 박씨는 차량 뒷좌석 가운데에 앉았고 박씨의 양 옆 검찰 수사관이 동석했다.

박씨는 서울중앙지검을 출발한 지 16분 후인 4시45분 경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에 도착했다. 그는 간단한 인적사항 확인 및 건강상태 진단 절차를 거쳐 수의 번호를 받은 뒤 수의를 착용하게 된다. 박씨는 2평 남짓한 독방에 수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박씨는 30일 오전 10시30분부터 저녁 7시10분 경까지 8시간40분 동안 영장실질심사(구속전 피의자 심문)를 받았다. 박씨는 오전 10시20분 경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박씨는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차량에서 내린 뒤 미리 마련된 포토라인에 서지 않고 곧장 법정 출입구를 통과했다.

박씨는 영장실질심사 내내 자신의 혐의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판사는 심문 종료 시점에 이르러 박씨의 유치장소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내 유치시설’로 지정했다.

검찰은 지난 21일 박씨가 소환조사를 받았던 청사 내 10층의 특정 공간을 유치시설로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청사 1층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검사실 다수와 조사실, 변호인 대기실 등이 마련돼있다.

박씨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이제 본격적인 기소 절차를 밟게 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수 일 간 추가 수사를 진행한 뒤 구속영장 유효 기간 만료 전에 박씨를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사전구속영장의 유효기간은 10일 정도다.

검찰은 전직 대통령 예우를 고려해 구속기간 연장 신청을 하지 않고 유효 기간 내 기소를 마무리 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대선 정국에 끼칠 정치적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오는 4월17일 전에 박씨에 대한 기소를 마무리할 확률이 높다. 4월17일은 19대 대통령 선거 운동이 공식 시작되는 시점이다.

본격적인 재판 절차는 대통령 선거날인 5월9일 이후에 개시될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1심 구속기간이 최대 6개월인 점에 비춰 박씨에 대한 유·무죄 및 형벌 선고는 늦어도 10월 초중순 경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씨 측은 유죄가 선고될 경우 항소를 할 가능성이 높다. 1심 판결에 불복하는 항소 및 2심 판결에 불복하는 상고 모두 피고인 구속가능기간이 최대 6개월임에 따라 박씨의 혐의에 대한 최종 선고는 2018년 하반기 중에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검찰 측은 박씨의 뇌물죄 규명에 방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뇌물죄는 박씨의 혐의 중 가장 형량이 무거운 것일 뿐더러 지난 박영수 특검의 국정농단 수사의 핵심 사건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임원 5인은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국정농단 주범으로 지목된 최순실씨는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박씨는 최순실씨와 함께 삼성그룹으로부터 약 433억 원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사고 있다.

향후 재판부가 뇌물죄를 유죄로 선고할 경우 박씨가 받을 수 있는 최고 유기징역 형량은 45년이다. 특가법(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1항은 수뢰액이 1억 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하며 현행법상 최고 유기 징역 형량은 30년이다.

30년 형을 선고받을 시 박씨는 경합범 형량 규정에 따라 30년의 1.5배인 45년 형이 최종 선고된다. 형법은 다수 범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가장 중한 범죄 선고형의 2분의 1을 가중하도록 정한다.

유죄 선고가 나더라도 7년6개월로 감경될 여지도 있다. 박씨가 자백의 태도를 취하거나 재판부가 법관의 재량으로 형을 덜어주는 '작량감경'을 택할 경우, 형법 53조에 따라 형량은 절반까지 감경된다. 이 경우 뇌물죄 최하 형량의 절반인 5년 형이 선고돼 최종 7년6개월로 귀결될 수 있다.

지난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특가법 상 배임 등으로 기소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우 경제적 기여 등의 이유로 작량감경을 받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과거 사례에 비춰 박씨의 재판부가 작량감경을 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씨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수개월 간 검찰과 박씨 변호인단 간의 치열한 법리 싸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박씨는 지난 21일 검찰 소환조사 당시 “내가 뇌물 같은 더러운 돈을 받으려고 대통령을 한 줄 아느냐“고 눈물을 흘리며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검찰이 특정한 박씨의 혐의는 최소 13개다. 검찰이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구속영장청구서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강요죄 관련한 혐의 사실 10개, 뇌물·공무상비밀누설·강요미수 혐의 등 총 13개 범죄 사실이 기재됐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또는 강요죄에 해당되는 사건으로는 △미르·K스포츠재단 774억 원 강제출연 △최씨 이권 위해 현대차그룹에 73억 원 상당 계약 강요 △롯데에 K스포츠 70억 원 추가 출연 요구 △KT에 최씨 측근 인사청탁 등 강요 △최씨 이권 위해 포스코에 펜싱팀 창단 강요 △최씨 이권 위해 그랜드코리아레저에 장애인펜싱팀 창단 강요 △KEB하나은행 특혜인사 개입 △노태강 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 사직 강요 △문예계 블랙리스트 작성·집행 지시 △문체부 1급 공무원 시작 강요 등이다.

검찰은 박씨의 ‘CJ 이미경 부회장 퇴진 압력’ 행사 건에 강요 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박씨는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과 함께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청와대 문건 47건을 유출한 혐의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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