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법원의 철통 보안 속에 파면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가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검찰이 제출한 구속영장청구서만 92쪽에 달해 영장 발부 여부는 31일 새벽께 나올 것으로 보인다.
박씨는 30일 오전 10시20분 경 서울중앙지법 서관 321호 법정과 연결된 4번 출입구를 통과했다. 박씨는 전날 취재진과 법원 간 협의로 마련한 포토라인을 아무 말 없이 지나쳤다.
오전 10시30분 강부영 영장전담판사의 심리로 시작된 영장실질심사는 장시간 동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영장 청구 시점과 심사 기일 사이에 3일의 기간을 둔 것에 대해 ”이번 영장청구 사건과 관련된 기록의 분량은 최종 도착한 것을 확인한 결과 약 220여 권에 이르고 페이지 수로도 12만여 페이지(=220권 * 500페이지/1권)에 해당한다“며 ”기록 검토를 위한 절대적 시간이 통상의 2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 3시간 동안 심문이 진행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는 7시간30분이 걸렸다.
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되는 시점도 30일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 “대통령경호법에 근거했다”… 법원, '서관 접근' 전면 봉쇄
박씨는 지난 21일 검찰 소환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철통 경호를 받으며 법원에 출석했다. 이날 동원된 경찰병력은 24개 중대, 2000여 명이다. 경찰병력은 법원 인근 지하철역인 교대역에서부터 서울중앙지법 사이 길목과 서울중앙지법 내 곳곳에 포진됐다.
오전 9시 경 서울중앙지법 동문 근처에 주차된 경찰버스만 16대 가량이었다.
이날 법원 출입 통제 방침을 정한 서울고등법원은 취재진 및 민원인의 건물 밖 통행까지 통제했다. 동관과 서관 중간 지점에 기준점을 설정해 차도·인도가 있는 건물 외부에까지 통제선을 전면 확장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건물은 오른편에 민사재판이 주로 열리는 동관, 왼편에 형사재판이 주로 열리는 서관으로 양분돼있다.
형사사건 배심원으로 재판에 출석할 수밖에 없는 시민들도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국민참여재판 배심원 자격으로 법원을 찾은 이아무개씨는 “오전 10시까지 서관 법정에 가야하는데 경찰이 다른 쪽으로만 가라고 하고 출입구를 찾지 못해 지금 몇 번이나 돌아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허가증을 받지 못한 사진기자들은 출입통제선에 바짝 붙어 카메라, 촬영 사다리 등을 설치했다. 서울중앙지법 본관 정면 구역도 ‘촬영 통제 구역’으로 지정돼 촬영기자들이 장비를 철수하는 모습이 수차례 발견됐다.
경호원들은 의도적으로 박씨를 가려주는 행동을 취해 촬영기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한 경호원이 박씨의 앞에 선 채로 4번 출입구로 함께 진입해 일부 촬영기자들이 박씨의 정면 모습을 제대로 찍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씨의 출입구 통과 현장에선 “비켜” “나와” “이게 뭐하는 거냐” 등의 불만이 거세게 터져나왔다.
법원 정문은 전날인 29일 오후 6시30분부터 전면 폐쇄됐다. 동문은 30일 오전 6시부터 실질심사 종료시까지 차량 진입이 불허됐다.
경찰 및 법원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한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공간만 내어놓고 동문 보행자 통로에서 경비를 섰다.
노동당은 30일 오전9시40분 법원 정문 앞 서초동 법원 삼거리에서 ‘박근혜 구속 만인선언 결과 발표 및 구속영장 발부 촉구’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었으나 경찰의 통제로 집회 장소를 옮겨야 했다. 노동당 관계자는 “노동당이 법적 근거를 물으며 항의하니 경찰이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라 답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