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영장실질심사, 법 앞에 만인 평등할까

대통령직 파면 후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박근혜씨가 30일 법원에 출두해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는다.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결정은 31일 새벽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박씨는 곧바로 구치소에 수감되며 전두환·노태우에 이어 세 번째로 구속되는 전직 대통령이 된다. 박씨는 이날 오전 10시30분까지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 서관 321호 법정에 출석한다. 박 전 대통령은 서울 삼성동 자택에서 곧바로 법원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43·사법연수원 32기) 심리로 진행되는 이날 영장심사에 검찰에서는 박씨를 직접 조사했던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부장검사(47)와 이원석 특수1부 부장검사(48)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경향신문은 “통상의 영장심사는 2~3시간 이내로 종료되고 심문 당일 구속 여부가 결정되지만, 박씨의 혐의가 방대하고 전직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영장심사는 오후 늦게까지 진행되고 이후 판사가 검토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따라서 박씨에 대한 구속 여부는 31일 새벽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조선일보 30일자 10면
조선일보 30일자 10면
언론은 법원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박씨와 국민이 승복하고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해야 함을 강조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국격을 실추시키고 국민 신뢰를 저버린 박 전 대통령은 영장심사에서 있는 그대로 진술해야 한다. 박 전 대통령 영장심사는 법치주의가 살아 있음을 보여 주는 자리여야 한다. 법의 지배와 법 앞의 평등은 우리가 지켜야 할 최고의 가치다. 법원은 법과 사실에 입각해 공정한 판단을 내리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세계일보는 “구속 여부는 법원이 법리에 따라 결정을 내릴 문제다. 그런 만큼 정치권은 논란이 될 만한 일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자유한국당 의원 82명이 불구속 수사를 촉구하는 청원서를 어제 법원에 제출한 것은 자칫 사법부에 대한 외압으로 비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사설을 통해 “검찰의 구속영장은 433억 원의 뇌물에다 공무상 비밀누설 등 13개의 범죄 혐의 모두 간단치 않은 것들이다. 여기에 증거인멸 가능성도 농후하다”며 “검찰과 특검, 헌법재판소에 한 번도 나가지 않고 청와대 압수수색도 거부했다. 최순실 등 공범과 뇌물공여자까지 구속돼 있는 마당에 주범 격인 그(박근혜)를 불구속 처리한다는 것은 형평성 면에서도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포토라인 피하려 한 박근혜

이날 법원 출석을 앞두고 박씨는 차량을 이용해 법원 지하의 구치감으로 간 뒤 그곳에서 321호 법정으로 곧장 연결되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진 포토라인을 피하기 위해서인데 서울중앙지법은 일반인처럼 박씨도 청사 외부 출입문을 이용해 법정에 출석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박씨는 이날 차량을 이용해 서울중앙지법 정문을 통해 청사 뒷마당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차량에서 내린 박씨는 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된 법정으로 가려면 직접 청사 뒷문 현관을 통과한 뒤 4번 출입구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재용 삼성 부회장 등이 최근 모두 이쪽을 통해 영장실질심사 법정으로 들어갔고 취재진 역시 이곳에 포토라인을 설치했다.

한겨레는 “심사가 끝나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변은 검찰이 맡게 된다.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박 전 대통령이 대기할 장소를 통보한다”며 “보통 검찰청사 안 구치감이나 경찰서 유치장 등에서 대기하지만 이번엔 경호상의 문제로 다른 장소가 지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겨레 30일자 3면.
한겨레 30일자 3면.
한편 박씨의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2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씨 자택 앞에서는 감정이 격해진 지지자들의 소란이 이어졌다. 박씨에게 바치는 각종 구호와 노래, 바이올린 연주까지 행해져 인근 주민들의 불만도 터져 나왔다.

경향신문은 “이날 오전 8시쯤 박 전 대통령 자택 앞에 서울 종로구 효제동에서 온 정모씨(51)가 바이올린으로 찬송가 등을 연주했다”며 “그는 인근 통학로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호하던 삼릉초 녹색어머니회가 ‘등교시간에는 하지 말라’고 하기 전까지 20분간 연주를 이어갔다”고 전했다.

이어 “이날 오전 10시40분쯤 박 전 대통령 자택 주변을 지나던 한 70대 남성은 ‘내 집이 근처인데 잠 못 자게 밤낮 떠드느냐’고 외쳤다”며 “이 와중에 박 전 대통령은 측근을 통해 지지자들을 격려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박씨의 팬클럽인 ‘근혜동산’ 인터넷 카페에는 지난 28일자로 박씨가 “사저(자택) 담당 비서관을 통해서 ‘보내주신 편지와 선물’을 잘 보셨다며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주셨다”는 내용의 글이 올랐다. 이들은 지난 26일 전국의 회원이 보낸 편지와 꽃바구니를 자택에 전달했다.

검찰 수사 정보 청와대로 새나갔나

박씨의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이 지난해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 전후 검사 출신인 윤장석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도 드러났다.

한 부장은 지난해 9월 미르·K스포츠재단 고발 사건이 형사8부에 배당된 것을 계기로 1기·2기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관련 수사를 담당해 왔고 지난 21일 박 전 대통령을 직접 조사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구속영장(기각)을 단독 입수한 세계일보는 “당시 검찰의 압수수색 결과가 신통치 않았던 것도 사전에 관련 정보가 청와대로 새나갔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30일자 1면
세계일보 30일자 1면
우 전 수석 구속영장에 따르면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한 지난해 10월2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윤 비서관과 한 부장은 총 6차례 전화를 주고받았다. 당일 오전 10시 한 부장이 윤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12분가량 통화한 것을 시작으로 낮 12시에는 윤 비서관이 한 부장에게 전화해 6분가량 통화했다.

특검 측은 “압수수색영장 집행 전에 윤 비서관이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 수사를 담당한 한 부장과 수차례 통화한 것은 영장 집행과 관련한 논의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두 사람은 청와대가 자료를 임의제출한 이튿날 한 차례(약 3분)에 이어 독일에서 귀국한 최순실(61·구속기소)씨가 검찰에 소환된 31일에도 두 차례(약 4분) 더 통화했다”고 밝혔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압수수색 전 대상 기관에 상황을 설명하는 경우는 있지만 담당 검사가 이처럼 수시로 통화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우병우 전 수석도 같은 해 10월25일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주도로 열린 청와대 대책회의 때 특별수사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전화해 수사 상황을 물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일보는 “그 자리에 있었던 김성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특검 조사에서 ‘우 전 수석이 누군가에게 전화해 수사 상황을 확인했다’고 진술했다”며 “특검팀의 통화내역 확인 결과 우 전 수석은 회의 도중인 오후 10시43분부터 5분간 이 지검장과 통화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법무부와 검찰 측은 “수사와 무관한 업무 협의 차원”이라고 해명했지만, 특검팀 관계자는 “수사 상황 유출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우병우, 박근혜에 충성심 보이려 인사전횡, 특별감찰관 겁박

아울러 영장에는 우 전 수석이 외교부에 특정 인사의 부당한 인사조치를 압박하는 등 권한을 남용한 전횡을 휘두르는가하면, 자신의 비위 의혹을 감찰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게 “좌시하지 않겠다”며 위협한 내용도 포함됐다.

세계일보가 입수한 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자신의 측근인 윤장석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특별감찰반을 통해 외교부 간부들에 대한 좌천성 인사를 윤 장관에게 요구했다.

정부는 2015년 12월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경제관계 장관회의에서 중국관광객 단체비자 수수료 면제기간을 2015년 말에서 2016년 말까지 1년 연장하는 것을 박 전 대통령 지시로 확정했다.

하지만 외교부 오진희 영사서비스과장은 “단체관광객에 대해 비자발급 수수료를 면제하면 급여 지급에 필요한 예산 확보가 어려워 한시적 행정원 고용 중단 등 문제가 생긴다”면서 2015년 12월22일 예산 확보 등 제반 조치를 검토해 통보해 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법무부로 보냈다.

영장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이를 ‘항명’이라고 판단하고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표출하기 위해 윤 비서관에게 특별감찰반이 직접 경위를 파악한 뒤 외교부 관련자들을 인사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특감반 김모 반장은 지난해 2월12일 당시 임웅순 외교부 인사기획관에게 전화해 “이 국장 등에 대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서면이 장관에게 갈 테니 적절히 인사조치를 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오 과장을 비롯해 직속상관인 이명렬 재외동포영사국장은 죄천됐다. 재외공관장 보임이 예상됐던 이 국장은 국립외교원 경력교수로, 오 과장은 통일준비위원회로 자리를 옮겼다.

세계일보 30일자 3면.
세계일보 30일자 3면.
우 전 수석은 가족회사 ‘정강’의 횡령·배임 의혹이 언론을 통해 나오던 지난해 7월 윤 비서관을 통해 “감찰권을 남용하는 것은 특별감찰법상 형사처벌 대상이므로 감찰을 중단하지 않으면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등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이석수 전 감찰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윤 비서관과 이 전 감찰관의 통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우 전 수석은 직접 전화를 건네받아 “선배가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 있느냐”고 강력하게 항의하며 감찰 중단을 요구하는 등 이 감찰관을 겁박했다고 특검팀은 영장에 기재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2014년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해양경찰청을 압수수색하려던 광주지검 수사팀에 외압을 행사한 단서도 잡고 당시 수사 담당자였던 윤대진 부산지검 2차장으로부터 진술서도 확보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을 조만간 피의자로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세월호 사고 원인 조사 무의미하다”는 해수부

세월호가 인양됐지만 선체 일부분이 훼손되고 유실방지 대책도 허술해 사고 원인 규명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월호가 평형수를 얼마나 채웠고, 복원성을 왜 상실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세월호가 바닷속에 3년 가까이 가라앉아 있으면서 통기구멍으로 바닷물이 들어와 버렸기 때문이다. 해수부는 지난 27일 언론 브리핑에서 “평형수 탱크는 이미 해수가 유입돼 꽉 찼다. 지금 단계에선 사고 원인 조사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30일자 8면.
한겨레 30일자 8면.
한겨레는 “실제 화물량도 확인하기 어려워졌다. 선미 왼쪽 램프가 바닷속에서 열려 있는 상태로 발견됐고, 이 램프를 해수부가 잘라내면서 가로 7미터, 세로 11미터 크기의 구멍이 생겼다. 화물칸에 있던 화물이 상당히 유실됐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화물칸에는 미수습자가 없을 것이라는 이유로 유실방지망도 설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해수부는 “소조기 내에 인양을 완수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였다”며 “개방상태인 선미 램프는 화물칸 출입구이므로 미수습자 유실과는 무관하고 수평 상태를 유지하며 이동해 화물 유실 가능성도 거의 없다”고 해명했다.

한겨레는 배를 절단할 경우 조타기와 힐링펌프가 사고 당시에 왜 작동되지 않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없어 사고 원인을 밝히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조타실부터 기관실까지 배 전체의 전기 장치와 기계 장치를 훑으면서 고장 난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선체를 절단하면 이 과정을 밟기 어렵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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