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가 종합편성채널과 지상파를 통틀어 시청자만족도 1위라고 보도하자 MBC가 조사에 문제가 있다며 JTBC를 비판하고 나섰다. 누구의 주장이 맞을까.

논란이 된 통계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의뢰해 매년 실시하는 ‘시청자 만족도 평가’다. 이 조사는 4만명에 달하는 패널들이 자신이 본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의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직접 평가를 하는 방식으로 단순 시청률 조사방식에서 벗어나 방송의 질을 측정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JTBC는 27일 뉴스룸에서 “JTBC가 공중파를 포함한 조사 대상 8개 방송사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면서 “신뢰성과 공정성을 비롯한 7개 세부평가 항목에서도 모두 1위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JTBC는 “지상파방송사와 종합편성채널방송사로 나눠 발표가 이뤄지지만 질문과 조사 패널은 동일하다”고 덧붙였다. 조사 결과 JTBC는 7.65점 KBS1 7.34점, SBS 7.18점, KBS2 7.15점, MBC 7.11점 순으로 JTBC가 경쟁 종편은 물론 지상파를 앞질렀다.

▲ 지난 27일 방영된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 지난 27일 방영된 JTBC 뉴스룸 화면 갈무리.

하지만 28일 MBC는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반박하고 나섰다. MBC는 “채널 특성을 충실히 고려하지 못한 조사방식 및 조사설계”라며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일부 종편은 이 결과를 자사 홍보에 이용하고 있다”고 JTBC를 정조준했다.

어떤 점이 문제였을까. KISDI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MBC의 지적에는 타당한 면이 있다. KISDI는 ‘지상파’와 ‘종편’을 줄세우기 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KISDI는 △지상파와 종편을 별도로 조사했고 △같은 패널이 참여했지만 직접 본 방송에 대해서만 평가를 내리기 때문에 시청률이 낮은 종편 응답자 규모(3만6162명)가 지상파(4만1342명)와 격차가 크고 △지상파는 프로그램 수가 종편의 3배에 달한다는 점에서 지상파와 종편의 점수를 동일선상에 놓아선 안 된다고 밝혔다.

KISDI 관계자는 29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지상파와 종편의 사업자 성격이 다르고, 프로그램 수와 응답자 수에 격차가 크다. 그래서 지상파와 종편을 따로 구분해 보고서를 쓰고 있는 것이다.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JTBC 보도를 언급하며 “이렇게 보도하면 상당히 곤란하다. 자제해달라고 이야기를 한 상태”라고 말했다.

직접 본 방송만 평가해 채널마다 패널수가 다르면 지상파끼리도 비교해선 안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 관계자는 “지상파는 기본적으로 패널 규모가 크고 유사하기 때문에 묶어서 봐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MBC의 지적이 모두 타당한 건 아니다. ‘지상파’와 ‘종편’을 줄 세워선 안 된다는 이의제기는 합리적이지만 다른 주장에는 문제가 있다. 

MBC는 “지상파의 경우도 지역프로그램이 모두 포함되는 채널이 있는가 하면 어떤 채널은 지역민방 프로그램이 제외되어 균형감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KBS와 MBC에는 ‘지역방송’을 조사 대상에 포함하고 SBS는 제외했는데 이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KBS와 MBC는 지역방송을 갖고 있기 때문에 포함한 것이고 SBS 채널에서 나오는 지역방송은 SBS가 만든 게 아니라 네트워크를 맺고 있는 별도 지역민방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KISDI 관계자는 “이 같은 점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터무니없이 응답이 적은 프로그램은 조사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MBC는 “방송사업자의 특성을 충실히 고려하지 않은 조사방법에 원인이 있다”면서 조사 자체의 신뢰성을 문제삼고 있기도 하다. MBC가 유독 이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2010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MBC는 매년 지상파 중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신뢰성’과 ‘공정성’부문 점수가 낮다. MBC 김재철 사장이 2009년 취임해 MBC 보도가 망가졌다는 비판을 받은 시점과 겹친다.

▲ KISDI의 시청자만족도 평가 보고서. MBC는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시청자들의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 KISDI의 시청자만족도 평가 보고서. MBC는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시청자들의 부정적 평가를 받았다.

조사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MBC는 지난해 점수가 오르다가 4분기 때 점수가 좋지 않았다”면서 “평가교수와 자문단은 결과를 보고 납득을 했다. MBC가 개선을 해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각에선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물타기성 보도를 내보낸 MBC에 대한 시청자만족도가 떨어진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기도 한다. 순위가 낮다며 조사 결과를 탓하기 전에 자사 보도부터 되돌아 보는 게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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